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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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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한동안 게으르게 하다가 다시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여기서 '게으르게'란 하루에 한시간 정도만 (정 줄 놓고 성의 없이) 연습했던 거고 다시 '열심히'란 하루에 두세 시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연습을 하겠다는 것이다. 링링처럼 하루에 마흔 시간은 못해도 두 시간은 해야지. 전공자에겐 택도 없이 짧은 시간이고 취미생치고는 겁나 긴 연습시간. 한 마디로 애매~허다. 근데 지난 6년 간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했던 건 피아노 밖에 없다. 운동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책도 읽고 드라마도 보면서 덕질도 많이 하지만 매일 하는 건 밥 먹고 양치하고 자고 피아노 치는 것 밖에 없음. 샤워도 매일 안 하는 인간인지라 ㅋㅋ 하루에 두 시간, 일주일에 5일, 일년 52주, 6년으로 계산하면 3천 시간이 넘는다. ..
관성 독서와 글쓰기는 그냥 하던 것이다. 그냥 20년 전에 좋아했던 거니 지금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글은 좋은 걸 골라낼 줄도 알고 대충 쓸 줄도 아니까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쪽은 안 팔리는 정도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글을 읽고 쓰는 것에 완전히 흥미를 잃어버렸었다. 그때 하도 그지같은 걸 많이 읽고 써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면 그때 깨달은 게 몇 개 더 있다. 지금 한국에서 읽고 쓰고 공부하는 인문학의 근원은 대부분 서구 근현대 시기에 나온 철학, 사회학에 기원한다. (서구권은 더 고전으로 내려간다.) 공부를 하다 보니 나는 이게 한국이랑 잘 안 맞더라고. 서구 사회학을 한국 사회에 끼워 넣는 건 당연히 잘 안 된다. 사회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니까 당연하다. ..
별일이 있다 이해 안 가는 일이 생겼다. 실은 계속 이해가 안 가는 일을 그냥 그쪽이 하는 방식이려니 하고 내버려두었더니 아주 갈 데까지 가는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진짜 사람이 가마니로 보이긴 하는 모냥. 문제는 어느 부분에서 반응을 할지 잘 모르겠다. 처음부터 그랬어야 했는지 중간에 했어야 했는지 아니면 조금 더 참아보고 모든 것을 확인한 다음에 할지. 현재로서는 이런 저런 걸 모두 확실하게 한 다음에, 내가 쪽이 팔려 죽던지 니들이 내 손에 죽던지 모드이다. 피곤... 차라리 내가 쪽이 팔려 죽는 게 편하긴 하겠다. 내가 일이 꼬일 때마다 생각하는 건, 1. 한국인의 70프로 이상은 스스로 일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2. 한국의 생산성은 경제력에 비해 '존나' 낮다. 상대방이 이 경우일 가능성도 아주 높고 내가..
피곤하다 요즘 뉴스(와 댓글창)를 보면 대략 내용과 결론이 이러하다. -미세먼지를 비롯해 한국의 공기가 안 좋은 건 중국 때문이다. -한국인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높은 이유는 규제를 안 하는 정부와 과대포장을 하는 기업 때문이다. -디젤차가 공기를 나쁘게 한다고? 사는 사람이 무슨 죄냐 차라리 팔지를 마라. -YG의 주식이 폭락한 건 승리 때문이다. 승리는 친구를 잘 못 사귀어서 그렇다. 승리 친구는 멍청해서 그랬다. -인구절벽은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성감수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학교에서 성교육을 제대로 안해서다. -친일파가 청산이 안 된 건 한 개의 정당과 두어 개의 신문사 때문이다. -한국인이 중국인과 이슬람을 혐오하는 건 한국인이 인종차별을 해서가 아니라 걔네들이 욕먹을 짓을 하기..
마블 1. 미국에서 브리 라슨이 욕을 먹게 된 계기?는 브리 라슨이 출연도 안 했던 '시간의 주름' 프레스에 대한 코멘트 때문이었다. 시간의 주름은 흑백 혼혈 10대 여자아이가 주인공인 영화였고 타깃도 그러했다. 근데 이 영화를 홍보하는데 온 기자의 대부분이 늘 그랬듯이 이었다. 브리 라슨은 영화의 주인공도 타깃도 그렇고 '40대 백인 남성보다 그에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자리에 있으면 더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리고 전체 이야기를 쏙 빼고 기사는 '브리라슨, 40대 백인 남성 싫어함!' 이렇게 나왔다. 내가 알기론 당시엔 독자와 팬이 해당 기사에 항의를 해서 제목을 바꿨는데 이게 캡틴 마블 홍보하면서 또 나왔다. 이번엔 '브리 라슨은 40대 백인 남성이 캡틴 마블을 보길 원치 않는다'로 바꿔서..
빌 헤이더 빠져들고 있다. 매우 심하게 빠져들고 있다. 첨엔 그냥 코메디언 출신 배우인 줄 알았다. '그런 거 치고는' 연기를 굉장히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트레인렉을 보니 그딴 거 상관없이 연기를 엄청 굉장히 무지하게 잘하는 고다. 그래서 다른 작품도 더 찾아봤다. 영화 스켈레톤 트윈이랑 SNL에서 했던 것도 다 뒤져보고 있고, 연출, 대본, 연기를 다 하고 있는 드라마 배리도 봤다. 조만간에 다큐멘터리 나우도 볼 예정. 스켈레톤 트윈은 크리스틴 윅이라고 역시 SNL 출신 코메디언 겸 배우(이자 연출자도 하고 제작자도 하는)가 나오는데, 둘 다 연기를 굉장히 잘함. 글고보니 난 크리스틴 윅도 잘 못 알아본다. 볼 때마다 인상이 다르다. 이 언니도 연기 기똥차게 잘하고 쌍둥이 남매로 나오는 두 사람의 호흡이 기가막히게..
계속 별일 없이 놀고 있다. 1. Trainwreck이란 영화가 너무 웃겨서 반쯤 미쳐있다. 개그가 미국적이라 누구한테 소개도 못하고 혼자 울면서 낄낄대는 중이다. (참고로 한국어 제목은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 그리고 여기 달린 자막이 분명히 프로가 한 것 같긴 한데(맞춤법이 맞는데다 글자수가 상영 혹은 DVD에 들어가는 수준으로 정리되어 있음 ㅋㅋ) 말도 안되는 오역이 두군데쯤 있고, 한국 시청자를 배려하지 않고 무조건 직역을 해서 되게 웃긴 장면을 망친 것도 꽤 여럿 된다. 딱히 영상번역에 왈가왈부 하는 편은 아니지만 역시 코메디는 번역이 중요하긴 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편집자에게서 메일이 왔다. 내가 남말할 때가 아녀. 아흑.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주인공 빌 헤이더(혹은 하더)는 좋아하긴 하는데 한눈에 못 알아보는 사..
옛날옛날에 데드풀이 -난 마블 영화가 좋아. -우리도 마블이야. -음~ 하지만, 폭스가 만드는 거잖아. 마치 니클백이 비틀즈를 프로듀싱한 것 같은 거지. 음악이긴 하지만 구려. -너 꼬마 때가 더 귀여웠어! 데드풀이 잔인하다고 안 보거나 싫다는 친구가 있다. 하지만 데드풀은 기본적으로 '이건 다 영화임.'을 자각하고 있는 캐릭터고 설정이라 막나갈 수가 있다. 누가 죽어도 아무리 잔인해도 영화일 뿐이니까, 뻥이니까, 이야기니까. 라이언 레이놀즈가 이 설정을 너무 웃기게 잘 이용하고 있다. 정말 잘해. 이뻐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