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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빌 헤이더

빠져들고 있다. 매우 심하게 빠져들고 있다.

 

첨엔 그냥 코메디언 출신 배우인 줄 알았다. '그런 거 치고는' 연기를 굉장히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트레인렉을 보니 그딴 거 상관없이 연기를 엄청 굉장히 무지하게 잘하는 고다. 그래서 다른 작품도 더 찾아봤다. 영화 스켈레톤 트윈이랑 SNL에서 했던 것도 다 뒤져보고 있고, 연출, 대본, 연기를 다 하고 있는 드라마 배리도 봤다. 조만간에 다큐멘터리 나우도 볼 예정.

 

스켈레톤 트윈은 크리스틴 윅이라고 역시 SNL 출신 코메디언 겸 배우(이자 연출자도 하고 제작자도 하는)가 나오는데, 둘 다 연기를 굉장히 잘함. 글고보니 난 크리스틴 윅도 잘 못 알아본다. 볼 때마다 인상이 다르다. 이 언니도 연기 기똥차게 잘하고 쌍둥이 남매로 나오는 두 사람의 호흡이 기가막히게 좋다. 여기서 빌 헤이더가 게이로 나온다. (스테퐌도 게이였지만 이쪽은 '약에 취한' 게이라 게이에 방점이 찍히는 연기가 아니었다. 스테퐌이 말하다 혼자 빵빵 터지는 것도 약에 취해서라는 설정임.)

여튼 많은 이성애자 배우가 동성애자 연기를 매우 잘 했지만, 갑자기 빌 헤이더가 치고 올라와 상위권에 안착해버림. 근데 이 '연기'가 원래의 빌 헤이더와 전혀 달라서 기가 막히다고 생각하는 건지(메소드인지 아닌지는 몰겠지만 여튼 연기할 땐 캐릭터에 따라 인상이 바뀐다.) 아니면 진짜 게이같아서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연기도 좋지만 연기와 상관없이 좋은 영화이기도 했음.

 

배리엔 연기를 무지막지하게 잘하는 배우들이 떼로 나와서, 도대체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지함과 개그를 동시에 하고 있다. 연출이나 대본에서도 이런 균형감이 굉장한 드라마고 그 부분이 굉장히 좋다. 나는 주인공이 돌아오지 못할 선을 넘어놓고 해피엔딩으로 끝내는 걸 굉장히 싫어해서 (이야기가 무너짐) 배리 시즌1의 마지막이 별로였는데 생각해보니 빌 헤이더는 아무렇지도 않게 주인공을 끝장낼 것 같기도 하다. 그것도 웃기게. 여튼간, 빌 헤이더 연기 때문에라도 계속 볼 생각.

 

작품도 작품이지만 내가 '근 2년 동안 머리가 급격하게 벗겨지고 있는 남자'에게 홀딱 빠져 들고 있는 제일 큰 이유는 인터뷰다.

누군가 마음에 들거나 눈에 들어오면 인터뷰를 찾아본다. 토크쇼에 나와서 하는 5~10분짜리도 보지만 30분 이상의 제대로 된 인터뷰를 집중적으로 찾아본다. 인터뷰에서 하는 말이나 태도에서 매력을 찾으면 인간적 매력을 같이 느끼는 편인데, 그게 아니면 그냥 배우로서만 관심을 갖게 된다. '말을 잘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것도 좀 후지다도 느끼긴 하지만 어쩔거야. 내 취향이 그런구먼.

빌 헤이더는 완전 전자. 인터뷰에서 무지막지하게 매력이 넘친다. 빌 헤이더는 내 기준으론 제대로 된 인간이면서도 좀 멋있다. 내가 친구한테 조금 멋있는 게 겁나 멋있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더 멋진 거다라고 했는데 친구는 이해를 못하더라고. 그래서 결론 적으론 넘나 멋지다는 뜻이고, 그래서 매력있고 잘생겨 보임. 왤케 멋있냐고.

 

너무 멋있어서 요즘 구상하고 있는 소설 주인공으로 만들어버렸다;;; 허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