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주인공 빌 헤이더(혹은 하더)는 좋아하긴 하는데 한눈에 못 알아보는 사람 중에 하나다. (레이디 가가, 틸다 스윈튼도 좋아하는데 한 눈에 못 알아본다. 영화에 틸다 스윈튼 나오는데 끝까지 몰랐음. 그냥 저 여자 왠지 눈에 익는다가 다였음.) 어쩔 땐 되게 준수하게 잘 생겨보이는데 또 어쩔 땐 영락없는 geek처럼 생겼다. 유튭 댓글에 누군가 '짐 캐리와 헨리 카빌의 아들'처럼 생겼다고 하는데 정말 두 사람을 미묘하게 섞어놓은 것처럼 생겼다. 코메디언이고 코믹연기만 해왔는데 로코 연기도 허벌나게 잘해주심. 영화에서 몸 개그라든가 온갖 또라이짓은 에이미 슈머가 다 하기 때문에 거기에 휘말리지 않고 잘 반응해야 했는데 잘할 뿐 아니라 그 와중에 웃기고 매력이 막 터짐. adorable해. 진짜루.
에이미 슈머는 금발에 백인 여성인데, 전형적인 '금발 백인'짓을 잘 안 한다. 코메디언이자 작가인데 주로 술, 섹스, 더러운 소재로 개그를 한다. 개그만 들으면 항상 술에 취해서 먹는 거든 물건이든 항상 뭔가 입에 물고 있는 사람인데 시나리오 쓰는 거나 개그 소재를 찾아내는 능력을 보면 보통 인간은 아님. 이 영화 대본도 에이미 슈머가 쓴 건데, 로맨틱한 부분도 재밌게 잘 썼고 마지막엔 에이미가 너무 사랑스럽게 보이기도 했지만 그보단 '똑똑하고 진보적인 사람'이고 싶은데 현실은 그냥 '평범한 기득권 백인'인 걸 계속 보여주는 게 너무 웃긴거라. 개인적으로 이런 개그 정말 좋아한다. 자기가 생각하는 자신과 실제의 자신이 달라서 생기는 개그.........한국에선 이걸로 코메디를 만드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음. 명수형 정도?
덧붙여 에이미 슈머는 안티가 많다. 주로 남자가 되게 엄청나게 굉장히 싫어함. 너무 싫어해서 에이미 슈머를 좋아하거나 재밌어 하는 사람도 같이 싸잡아서 덜떨어진 사람 취급을 한다 ㅋㅋ 누구는 에이미가 귀척을 한다고 싫다는데 어떻게 봐도 (전형적인) 귀엽거나 이쁜 짓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징그럽고 괴상한 소리를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징그럽고 괴상하게 하는데 그게 또 징그럽고 괴상하게 귀엽긴 하다-ㅠ- 개그가 재미없다는 의견에 대해선... 뭔가 성적이고 지저분한 농담은 동성이 해야 웃기고 이성이 하면 역겨운 건가 싶기도 하다. 여튼 난 에이미 슈머 좋아함. 빌 헤이더도 좋규. 영화도 좋고 다 좋아 ;ㅁ; 르브론 제임스,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존 세나 등 유명 운동선수가 꽤 나오는데 그게 또 재밌고 조연도 굉장히 좋다.
2. 갠적으로 이 영화는 날라리와 범생이의 연애라기 보다는, 관계를 맺을 줄 모르는 인간과 관계를 정도를 지키며 만드는 사람의 연애에 더 가깝다. 마지막에 에이미와 애론이 대판 싸우는데, 에이미는 싸우면 헤어지거나 그 자리를 떠서 상황을 해결하려는 반면 애론은 싸우고 대화하며 풀자는 쪽이다. 나는 에이미 같은 인간이고, 내가 문제인 건지 애론 같은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나도 애론처럼 되고 싶긴 한데 그게 쉽나. 쩝.
3. 여튼 마감은 또 미뤄졌고, 거기에 더해 연초에 보낸 열장도 안되는 작업물에 대한 피드백을 이제 보내며 다시 하램. 후훗. 후후훗. 어차피 시간이 남아도니 못할 것도 없죠. 나쁘게 생각할게 뭐 있나. 무엇보다 미뤄지기만 하고 교를 보내주질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여튼 내가 뭔가 잘못해서 일일이 원문 대조하고 있는 것 같으니 아직까진 무조건 납작 엎드려야 한다. 하긴 납작 안 엎드리면 지가 어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