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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우울한 일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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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 독서와 글쓰기는 그냥 하던 것이다. 그냥 20년 전에 좋아했던 거니 지금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글은 좋은 걸 골라낼 줄도 알고 대충 쓸 줄도 아니까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쪽은 안 팔리는 정도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글을 읽고 쓰는 것에 완전히 흥미를 잃어버렸었다. 그때 하도 그지같은 걸 많이 읽고 써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면 그때 깨달은 게 몇 개 더 있다. 지금 한국에서 읽고 쓰고 공부하는 인문학의 근원은 대부분 서구 근현대 시기에 나온 철학, 사회학에 기원한다. (서구권은 더 고전으로 내려간다.) 공부를 하다 보니 나는 이게 한국이랑 잘 안 맞더라고. 서구 사회학을 한국 사회에 끼워 넣는 건 당연히 잘 안 된다. 사회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니까 당연하다. ..
디즈니 공주가 어때서 여성주의를 처음 접하면 혹은 대략 풍문으로 주워들으면 마치 여성성이나 여성적인 게 겁나 나쁘고 끔찍한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자본주의자는 돈을 버는 일에 비해 돈을 버는 사람을 보조하는 일이라 재화를 창출하지 못하는 가정주부는 하찮다고 생각하고 가부장적인 사람은 엄마는 위대하지만 어쨌든 집에서 편하게 놀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여성주의자가 가정주부는 사회생활에 비해 자아실현도 못하고 현실적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개인의 역량과 상관없이 어떤 틀에 사람을 쑤셔 넣는 일이므로 상대적으로 하찮다고 (혹은 나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 사람은 대부분 자본주의적 사고를 하고 가부장적이다. 자칭 여성주의자라는 사람도 앞에 두 가지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여성주의자이기도..
'아빠 뭐하세요?'의 엄마 여성주의가 뭔지 알기도 전부터 나는 여자 캐릭터를 더 좋아했다. 여자가 세고 능력 있고 어쩌고 이딴 거 별로 상관없고 그냥 평범하게 잘 만들어진 여자 캐릭터에 빠지고 그런 점이 티비든 영화든 만화든 소설이든 매체를 즐기는데 큰 요소가 됐다. 실은 여자든 남자든 잘 만들어진 캐릭터라면 다 좋은데 현실적으로 잘 만들어진 여성 캐릭터가 드물다보니 더 반가웠던 모냥? 어렸을 때 미국 시트콤 '아빠 뭐하세요?'를 정말 좋아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엄마 서사를 참 좋아했더군. 본지 한참 되서 조크는 다 잊어버리고 기본적인 설정만 기억이 나는데 엄마 서사는 기억이 나고 애착이 생기더라고. 1991년에 시작해서 8년을 방영한 시트콤이고 KBS에서 더빙한 걸로 초딩 때 보던 기억이 나는데 초딩 때는 엄마 캐릭터..
인권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날 때부터 권리를 갖는다. -고 근현대인은 생각했다. 근데 여기에도 순서가 있었다. 정치 사회적으로 보면 시민권을 가진 남자 어른이 먼저 모두 평등한 권리를 가졌고 다음에 여자 어른도 껴주고 그다음에 애들도 좀 껴주고 하는 식이다. 문화적으로 보면 돈 있고 교양 있는 사람이 먼저 권리와 권력을 누렸고 그 밑으로 계속 등급을 나눠서 단계적으로(혹은 차별적으로) 권리와 권력을 누릴 수 있었다. 시민권을 안 가진 사람, 정상이거나 평범하지 않다고 고려되는 사람은 아직 이런 평등권을 못 누린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모든 나라에서 그렇다. 그래서 나는 천부인권은 개소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문학과에서 왜 이딴 걸 가르치는지 근본적으로 이해를 못한다. '우리의 소원이 천부인권'일 수는 있지만 이건..
'여성'주의, '페미'니즘, '여성'부? 인권운동엔 다양한 분과가 있다. 노동자를 위한 노동인권(여기서 또 세부 직업군으로 내려간다), 아동이나 청소년을 위한 아동 청소년 활동과 인권운동도 있고 성소수자를 위한 인권운동, 한국인이 특별히 더 싫어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법시스템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재소자 등)를 보호하는 운동도 있다. 여성운동, 페미니즘, 여성주의 등 여성을 위한 운동의 타이틀에 여성이란 단어가 들어있는 이유는 이렇게 단순하다. 여성운동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법적 권리나 사회적-문화적 지위가 낮다고 보고 생각한 사람들이 시작한 정치적 활동이고 그래서 여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뿐이다. '이제는 충분히' 성평등이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페미니즘을 여성'만'을 위한 운동으로 읽을 수는 있겠지만 이제 여성주의는 '성평등'운동..
별일이 있다 이해 안 가는 일이 생겼다. 실은 계속 이해가 안 가는 일을 그냥 그쪽이 하는 방식이려니 하고 내버려두었더니 아주 갈 데까지 가는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진짜 사람이 가마니로 보이긴 하는 모냥. 문제는 어느 부분에서 반응을 할지 잘 모르겠다. 처음부터 그랬어야 했는지 중간에 했어야 했는지 아니면 조금 더 참아보고 모든 것을 확인한 다음에 할지. 현재로서는 이런 저런 걸 모두 확실하게 한 다음에, 내가 쪽이 팔려 죽던지 니들이 내 손에 죽던지 모드이다. 피곤... 차라리 내가 쪽이 팔려 죽는 게 편하긴 하겠다. 내가 일이 꼬일 때마다 생각하는 건, 1. 한국인의 70프로 이상은 스스로 일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2. 한국의 생산성은 경제력에 비해 '존나' 낮다. 상대방이 이 경우일 가능성도 아주 높고 내가..
피곤하다 요즘 뉴스(와 댓글창)를 보면 대략 내용과 결론이 이러하다. -미세먼지를 비롯해 한국의 공기가 안 좋은 건 중국 때문이다. -한국인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높은 이유는 규제를 안 하는 정부와 과대포장을 하는 기업 때문이다. -디젤차가 공기를 나쁘게 한다고? 사는 사람이 무슨 죄냐 차라리 팔지를 마라. -YG의 주식이 폭락한 건 승리 때문이다. 승리는 친구를 잘 못 사귀어서 그렇다. 승리 친구는 멍청해서 그랬다. -인구절벽은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성감수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학교에서 성교육을 제대로 안해서다. -친일파가 청산이 안 된 건 한 개의 정당과 두어 개의 신문사 때문이다. -한국인이 중국인과 이슬람을 혐오하는 건 한국인이 인종차별을 해서가 아니라 걔네들이 욕먹을 짓을 하기..
마블 1. 미국에서 브리 라슨이 욕을 먹게 된 계기?는 브리 라슨이 출연도 안 했던 '시간의 주름' 프레스에 대한 코멘트 때문이었다. 시간의 주름은 흑백 혼혈 10대 여자아이가 주인공인 영화였고 타깃도 그러했다. 근데 이 영화를 홍보하는데 온 기자의 대부분이 늘 그랬듯이 이었다. 브리 라슨은 영화의 주인공도 타깃도 그렇고 '40대 백인 남성보다 그에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자리에 있으면 더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리고 전체 이야기를 쏙 빼고 기사는 '브리라슨, 40대 백인 남성 싫어함!' 이렇게 나왔다. 내가 알기론 당시엔 독자와 팬이 해당 기사에 항의를 해서 제목을 바꿨는데 이게 캡틴 마블 홍보하면서 또 나왔다. 이번엔 '브리 라슨은 40대 백인 남성이 캡틴 마블을 보길 원치 않는다'로 바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