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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우울한 일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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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슈얼리티의 구성요소 나는 시간이 나면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인간이다. 내 경험으론 그게 나쁜 게 아니다. 그래서 누구든 자기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심심하면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생각 안 하고 살아도 먹고 싸는 데는 별 문제없다. 생각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된다.) 내 경우엔 나의 우울증의 기원은 무엇인가를 제일 오래 생각한 것 같다. 짧은 인생의 역사, 나의 사고방식과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과 환경을 끝없이 파고들었는데 그게 내가 정체성을 찾고 정립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미국애들은 섹슈얼리티를 끊임없이 생각하며 정의하고 재정의하고 또 정의하다가 섹슈얼리티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생각하는데 다달았다. 섹슈얼리티의 구성요소이다 보니 성적인 요소가 있지만 내 생..
소소한 덕질 테사 톰슨하고 크리스 햄스워스 페어링을 좋아한다. 테사 톰슨은 굉장히 작은데도 크리스 햄스워스 옆에서 작아보이거나 위축되어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카리스마를 풀풀 풍기는데 그게 부딪히지 않고 잘 어울리고 서로를 돋보이게 한다. 이거슨 인터뷰. https://youtu.be/CdV1bPLSYiU 비슷하게 좋아하는 페어링은 케서린 테이트와 데이비드 테넌트. 두 사람은 코믹연기에서 찰떡궁합이라 닥터후 이후로도 여러 코믹릴리프를 함께 했고 세익스피어 코메디도 하나 했다. 대사의 리듬이 정말 좋아서 보고 있으면 정말 즐겁다. 이거슨 세익스피어 코메디. https://youtu.be/OS1wo_8L3Yc https://youtu.be/QBEyNB5pFhI 유튜브 좋지 아니한가. 갠적으로 테이트가 테넌..
단상 1. '유명세가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게 아니라 원래 그 사람이 갖고 있던 것을 표출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톰 행크스가 말했다. 부자라 갑이라 갑질을 하는 게 아니라 원래 그런 인간일 가능성이 크다. 가난해서 혹은 약자라 을이라 갑질을 못한다기보다는 가난이 그 사람이 가진 성향을 억누르는 것이다. 사실 이런 성향은 어디서든 어떻게든 드러나게 되어 있다. 나보다 잘나고 돈 많고 강한 사람이 늘 어디에나 존재하듯, 나보다 못나고 돈이 없고 약한 사람도 늘 어디에나 존재한다. 2. 아들을 만들기 위해 둘째 마누라를 들이거나 딸이라서 애를 입양 보내는 건, 시대와 상관없다. 그냥 그런 인간들이라 그렇다. 차별을 하는 사람들은 그냥 원래 그런 인간들일 가능성이 크다. 그게 인종에 기반하든 성에 기반하든 자본에 ..
소셜 포지션 이걸 뭐라고 번역해야 하나, 사회적 위치? 계층? 계급? 이젠 법적으로 계층과 계급이 없지만 사회문화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는 계층과 계급이 아직 남아있는 현실에서 필요했던 단어... 물론 운동권은 여전히 계층과 계급이란 말을 쓰긴 한다. 하지만 의외로 권력, 계층, 계급이란 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은 특권층이 그러더라고? 사실 특권도 전통적인 특권과는 다른 게 자기가 가진 포지션과 특권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소셜 포지션이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 남자고 나이 많고 백인이고 돈이 많아서 무조건 권력이 넘치고 사람들이 꼬이는 건 아니라는 거임. 이건 권력이 내가 소유한 고유한 물건이 아니라 남에게 얻어오는 거라 그렇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권력을 부여하지 않으면 나는..
피아노 한동안 게으르게 하다가 다시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여기서 '게으르게'란 하루에 한시간 정도만 (정 줄 놓고 성의 없이) 연습했던 거고 다시 '열심히'란 하루에 두세 시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연습을 하겠다는 것이다. 링링처럼 하루에 마흔 시간은 못해도 두 시간은 해야지. 전공자에겐 택도 없이 짧은 시간이고 취미생치고는 겁나 긴 연습시간. 한 마디로 애매~허다. 근데 지난 6년 간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했던 건 피아노 밖에 없다. 운동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책도 읽고 드라마도 보면서 덕질도 많이 하지만 매일 하는 건 밥 먹고 양치하고 자고 피아노 치는 것 밖에 없음. 샤워도 매일 안 하는 인간인지라 ㅋㅋ 하루에 두 시간, 일주일에 5일, 일년 52주, 6년으로 계산하면 3천 시간이 넘는다. ..
인권에서 특권이란 대단한 게 아니다 섹슈얼리티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한다. 인간의 정체성이나 사고방식이 다 제각각이듯 성에 대한 접근법이나 성적 정체성이나 지향성도 제각각이다. 이상적으로는 그렇다. 인간은 사회 안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으며 성장하고 여기서 벗어나는 사람은 사실상 없다. 여행이나 유학, 이민 등을 통해 이 문화권에서 저 문화권으로 옮겨가거나 경험하는 일은 있어도 결국 어떻게든 사회 속에서 다른 인간과 관계하고 영향을 받으며 살 수밖에 없다. 제 아무리 독립적인 인간이라도 여기서 벗어날 방법은 거의 없다. 그러니 정체성은 대체로 사회 내에서 형성이 된다고 봐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른바 타고나는 성격(혹은 성질)이 아무리 제각각이라고 해도 그걸 표현할 때는 그 사람이 몸 담고 있는 사회문화적 언어로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넷플릭스의 마블 1.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이란 게 참 미묘하단 말이지. 맨오브스틸이던가 아님 저스티스리그인지 여튼 헨리카빌 슈퍼맨이 나오는 영화에서 슈퍼맨을 예수에 빗대는 장면이 있다. 성당인지 뭐시긴지 스테인드글라스의 예수 그림에 슈퍼맨을 겹치게 연출한 거인데 난 이런 장면만 보면 소오름이 솟는다. 하긴 이건 영화가 워낙 재미없어서 보다가 흐규하고 말았지만, 카일리 미노그가 나온 닥터후 크리스마스 스페셜에서 테닥이 두 천사의 인도를 받으며 십자가 모습으로 위로 올라가는 장면을 보면서는... 그렇다고 내가 기독교 소재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니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청소년기까지 꽤 꾸준히 교회에 다녔고 어지간한 개신교인보다 기독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갠적으론 믿음과 신념이 있는 사람에겐 매력이 있..
섹슈얼리티 얼마전에 월경박람회랑 월경페스티벌 포스터를 봤다. 여성행사로서 월경은 자극적이기도 하고 나쁘지 않지만 인권행사로 봤을 땐 좀 철이 지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 근데 한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아직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여튼 여성주의가 생물학적 여성을 벗어나면서 성과 관련하여 무지하게 많은 단어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주로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한국에 수입되는 식인데 유럽에서도 성평등운동이 있지만 미국처럼 섹슈얼리티에 집중하는 것 같진 않다. (이를테면 '시스젠더'라는 단어가 흔히 쓰이는 상태는 아닌 것 같으다. 그렇다고 미국에선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단어냐하면 그건 또 아니다.) 한국은, 섹슈얼리티가 정확히 무슨 뜻인데? 하는 사람도 많은 상태인 것 같다. 섹슈얼리티는 성에 기반한 정체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