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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여성'주의, '페미'니즘, '여성'부?

인권운동엔 다양한 분과가 있다.

노동자를 위한 노동인권(여기서 또 세부 직업군으로 내려간다), 아동이나 청소년을 위한 아동 청소년 활동과 인권운동도 있고 성소수자를 위한 인권운동, 한국인이 특별히 더 싫어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법시스템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재소자 등)를 보호하는 운동도 있다.

 

여성운동, 페미니즘, 여성주의 등 여성을 위한 운동의 타이틀에 여성이란 단어가 들어있는 이유는 이렇게 단순하다. 여성운동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법적 권리나 사회적-문화적 지위가 낮다고 보고 생각한 사람들이 시작한 정치적 활동이고 그래서 여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뿐이다.

 

'이제는 충분히' 성평등이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페미니즘을 여성'만'을 위한 운동으로 읽을 수는 있겠지만 이제 여성주의는 '성평등'운동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그래도 여전히 여성주의,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 이름으로 이룬 역사가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여성의 생식기'를 가진 사람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여성성'을 가진 사람을 위한 운동으로 확장되고 있걸랑. 이건 섹슈얼리티니 젠더와 성별 같은 걸 다 끄집어내야 하는데 그건 다음에 쓰겠다.

 

그리고 여성운동은 다른 인권운동에 비해서 그리고 차별의 역사를 생각하면 꽤 늦게 시작됐다. (참정권-시민권 운동을 시작으로 보면 백 년 정도.) 아동인권(혹은 아동노동권)운동이나 노동운동이 여성운동보다 두배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 그것도 '이제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런 글을 읽을 필요가 전혀 없다. 읽어봐야 이게 뭔 개소리인가 싶을 테고 짜증만 날 테니 이딴 거 읽지 말고 소즁한 시간 다른 데서 보람차게 쓰시라.

 

여성주의는 다른 미디어, 직업, 그리고 환경과 같은 다른 사회 운동과 접목이 되기도 한다. 사실상 이렇게 저렇게 갖다 붙일 수 있고 그래도 되는데 그래서 페미니스트는 대체로 한 가지 지향성을 갖고 있기보다는, 내가 느끼기엔 대체로 다 자기 꼴리는 대로 (그리고 사회적 상황에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운동도 다 그런 면이 있지만 페미니즘은 그게 유난한 편이다. 어떤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정치 운동으로 보면 이런 면이 약점일 수도 있지만 여성주의의 성격 자체가 '헤쳐 모여'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여성주의자가 만날 가부장제를 비판하는 이유가 가부장제의 이런 성격 때문이다. 소수의 특정인 혹은 특정한 주제에 모든 사람이 다 따라야 한다는 개념 자체를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싫어서가 아니다. 물론 아버지를 싫어해도 아무 문제없다.)

 

그러니 여성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도 여성주의 운동을 하는 사람도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도 '여성'에 그렇게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 물론 그러고 싶다면 계속 그래도 된다. 내 머리로 내 맘대로 생각하고 내 입으로 내 생각을 말하는데 (남에게 피해만 안 주면) 누가 뭐라겠음. 아니, 누가 뭐라고 하든 말든 권리는 권리고 자신의 언행에 대해 책임을 지는 건 또 다른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