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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지하다

디즈니를 꿈꾸는 K-콘텐츠

여기저기서 디즈니가 되고 싶다고 하네. '전세계에서 돈을 긁어모으는 초대형 콘텐츠 회사'가 되고 싶다는 것 같은데... 냄새가 난다. 옛날 냄새가 나.

연기 떼지 않아도 (=굴둑 산업이 아닌데도) 애니메이션 한편으로 자동차 몇천만대 수출한 것보다 더 많이 버는 디즈니 운운하며 입만 벌리면 컨텐츠, 원소스멀티유즈 운운 했던 때가 있었거등. 2000년대 초반에. 그러면서 대형 투자금을 투하한 영화와 애니메니션이 몇편 만들어졌다. 다 줄줄이 망했지만 ㅋㅋㅋ 아니, 영화는 꽤 팔린 것도 있는 듯? 다만 내용을 기억하는자가 없고 영화 자체가 구린 경우가 많았다는 것 뿐. 요즘은 그 때보단 나은가? 웹툰, 영화, 드라마로 돈 꽤나 벌고 있고 몇몇 작품은 인정도 받고 있응께. 

 

당시 디즈니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면, 

디즈니가 라이온킹을 만들 때 무려 사자를 데려다 놓고 애니메이터가 웬 종일 관찰하며 그릴 수 있게 했다는 둥 엄청난 자본과 인력을 투하하긴 했다. 집요한 완벽주의의 결정체인 라이언킹은 애니메이팅은, 셀애니메이션으로 할 수 있는 것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CG가 최초로 도입되기도 했다. 소떼가 달려오는 장면. 물론 CG 자체도 대단하지만 그 장면의 연출이 기가막히거등. 라이언킹을 좋아하냐면 좋아한다. 음악, 연출, 애니메이팅이 느무 좋고, 결정적으로 무파사가 뭔가 멋있음=ㅠ= 다만 그 외엔 딱히 맘에 드는 캐릭터가 없고 이야기도 딱히 좋아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틀어놓으면 넋놓고 본단 말입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그런 게 있다. 뭔가 물어 뜯을 것도 많지만 재밌게 볼 수 있고 기억에 남는다. 애니메이팅 뿐 아니라 내용, 캐릭터가 기억에 남는다. 음악도 기억에 남지. 라이온킹 OST 정말 미친거 아니냐고. 근데 똑같이 대형자본 투하한 블록버스터 태극기 휘날리며 내용이 기억에 남냐? 장동건하고 원빈이 형제인것만 기억에 남지. 하나도 안 닮았지만 잘생긴 남자 둘 붙여놓고 형제여, 하면 형제구나 하게 만든다는 깨달음을 주긴 했다. (이 영화 실제로 겁나 흥행에 성공했지 말입니다. 갠적으론 분단을 엔터테인하게 표현했는데 잘 팔려서 흥미롭.) 

 

미키마우스와 백설공주 밤비 등으로 디즈니가 초석을 다졌지만 그 영광을 질질 끌다가 꽤 오랫동안 고만고만한 작품으로 기억된다. 그러다 90년, 2000년대에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언킹을 연달아 성공하며 '우왕 얘네 애니메이션 보수적인데 재밌어.' 하며 일종의 디즈니 스타일을 정착시킨다. (평론가는 디즈니 영화가 싫은데, 평론가 애들이 디즈니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욕하면서 돈주고 봐야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평론의 정체성 혼란기.) 그러다 뮬란, 헤라클레스, 노틀담의 곱추, 포카혼타스가 흥행도 미묘하고 평론에서도 미묘함을 남기며 다시 하양곡선을 그린다. 

 

참고로 장애인, 유색인종이 주인공인 건 다 망했다. 노틀담의 곱추는 심지어 비극?으로 끝난다. 나는 내용이 보수적이라 혹은 캐릭터가 뒤틀려있어서 (백인이 유색인종 캐릭터를 만들어서) 이 영화들이 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수적이라고? 그 당시에 헐리우드에서 유색인종이나 여자가 주인공이었던 걸 꼽아봐라. (물론 내용도 캐릭터도 몽땅 다 혁신적이면 좋겠지만...?? '좋긴 누구한테 좋아. 아니꼬우면 니가 만들시던가.' 라고 20년전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ㅋㅋ) 캐릭터와 내용이 만든 사람과 괴리가 있다고 뒤틀려있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는다. 보통 캐릭터는 얼마나 동조가 가능한가가 중요한데, 알고보니 디즈니 캐릭터는 동조보다는 선망으로 이어져야 팔리는 경우가 많았다는 겁니다. 지금도 모아나 인형이나 옷은 안 팔리는데 겨울왕국 캐릭터 옷은 겁나 팔렸거든. 멕시코에서 옷 가게 하는 친구가 있어서 물어봤는데 코코 옷은 찾지도 않고 입지도 않는댐-ㅠ- 그러나 영화 코코는 잘 팔렸징. 결국 시대가 바껴야 했던 모양. (시대고 뭐고 디즈니는 장사만 잘되면 장땡이라 그전에는 안 만든거고 지금은 만드는 거.)

 

여튼 그렇게 하양곡선을 그리다가 픽사가 나왔다. 스토리텔링 방식이 뒤집어진 시기임. 픽사 애니는 '애새끼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단순하지 않고 이해력도 좋고 감성적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토이스토리 2에서 제시가 발라드를 부를 때 같이 울고, 대사가 없는 월이 같은 걸 집중해서 보는 애들이라니. 마흔 된 아줌마가 픽사 애니 보면서 질질 짜기도 하고 말이져. 

픽사는 캐릭터와 서사가 다른 거의 모든 영화와 결이 다르다. 디즈니가 디즈니의 스타일을 갖고 있듯이 픽사는 픽사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 21세기 폭스의 스타일, 워너브라더스의 스타일을 생각해보면 된다. 그런거 없거든. 

그런 픽사가 독립하고 싶대니까 디즈니는 비웃으며 픽사를 꿀꺽해버렸...=ㅠ= 픽사는 '우리가 성공한 건 우리가 잘나서임! 절대 디즈니가 뒷배라서가 아님! 얘네 오히려 좀 진상임! 우린 예술간데!'라며 자주, 꽤 자주 많이 주장했지만 디즈니는 그딴 거 상관없고, '뭐라고 떠들든 관심없음. 계속 좋은 애니메이션 만들어서 돈만 왕창 벌어온다면.' 요런 태도다. 

덧붙여 나는 픽사의 첫 작품부터 재밌게 봤지만 픽사를 좋아하게 된 건 최근이다. 그냥 3D 애니메이팅을 좋아하질 않는다. 근데 3D 애니메이팅이 상대적으로 돈이 덜 들고 덜 노동집약적이라 다들 3D만 만들고 있다. 이제 전세계적으로 셀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나라 자체가 별로 없다. 그 중에 하나가 한국임. 아직 셀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랑 애니메이터가 있긴 하거든. 한국 셀 애니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그야 일본 애니 하청이 대부분이니꽈. 그나마도 없어지고 있지만.

 

그리고, 

다 죽어가던 마블이 돈 빌려서 아이언맨 만들어서 성공하고 승승장구하니까 홀랑 사버린 것도 디즈니다. 그때 디즈니가 마블을 인수한 금액을 보고 마블의 투자자가 번 돈을 보며 우왕 했던 사람이 많지만, 디즈니는 이미 그 인수비용을 다 벌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도 신이나서 마블에게 제작비 빵빵하게 대주고 있지여. 디즈니플러스를 이끄는 것도 사실상 마블 아닌가. 디즈니 픽사도 그렇지만, 디즈니 마블도 꽤 좋은 선순환을 일으킨다. 작품으로도 그렇고 긁어모으는 돈을 봐도 그렇고. 

디즈니는 마블이 하고 싶은대로 하도록 내버려두고 마블은 대체로 감독이 하고 싶어하는 대로 하게 해준다. 물론 기본 룰이 있긴 하다. 디즈니는 1. 수익. 2. 흥행. 3. 수익과 흥행. 4. 그리고 전연령관람가로 만들 것을 요구한다. (데드풀 제작 허락이 떨어진 이유가 이것이여. 일단은 돈이 벌리면 된다규!) 그리고 마블은 내용상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안에서라면 대충 알아서 하면 된다는 식이다. 심지어 스파이더맨 갖고 소니가 이상한 짓을 하는데도 디즈니는 반응이 없었는데 그런 상황에 똥줄이 탄 톰 홀랜드가 밥 아이거한테 직접 전화해서 '어떻게 좀 해보세영, 잉잉' 하니까 바로 일을 해결해주었다능. 그전까진 아무생각이 없었는데 밥 아이거 멋있쪙...

 

*루카스필름은 미국인에게는 엄청나게 큰 의미가 있지만 나에겐 전혀 의미가 없으므로 말하지 않겠음. 말할 만큼 아는 것도 없다.*

그렇다고 디즈니가 항상 좋은 영화를 만드는 건 아니다. 그냥 보기에 괜찮은 = 봐도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은 영화가 대부분이다. 한국엔 배급되지도 않는 청소년 영화 중엔 똥같은 것도 많고 스크린 배급용이 아니라 VHS로 나오던 인어공주2, 알라딘2 같은 것도 겁나 후지다. 내가 어렸을 때도 그런 건 보지 않았음. 갠적으론 90년대 흥행한 애니메이션 재탕한 실사 영화는 대체로 별로...지만 보긴 다 봤음. 특히 말라피센트 좋아함. 되게 이쁜 여배우가 나와서=ㅠ= 다른 제작사지만 스노우화이트-헌츠맨 시리즈도 좋아한다. 뭔 내용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여배우가 겁나 이쁘니까 나오는대로 다 봤다. 미술하고 배우 얼굴이 진짜 아름답다고 ;ㅁ; 

 

그럼 대다수의 그저그런 영화는 왜 만드냐.

1. 그래도 팔린다. 2. 감독, 작가, 영화 스태프, 배우 등의 등용문 혹은 테스트용으로도 쓴다. 특히 어린 배우는 이런 데서 발굴되는 경우가 꽤 있다. 디즈니키즈 출신이 의외로 많음요. 3. 어쨌든 팔린다. 

 

그래서, 디즈니가 탐낼 K-콘텐츠가 있느냐. 내가 좋아하는 작품은 있지만 디즈니가 좋아할 작품. 디즈니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라인은 아니겠지만 훌루나 디즈니플러스로는 갈 수 있지 않을까? 디즈니한테는 푼돈인 자본을 던져주며 훌루나 디즈니플러스에 올릴 작품 하나 만들어보시게 할 제작사는 충분히 많은 것 같다. 훌루도 한국에 들어오나? 볼게 꽤 있으니 같이 들어오면 좋겠구먼. 디즈니플러스에선 드라마는 잘 모르겠지만 애니메이션은 충분히 가능하지 싶다. 울 나라 애니메이션 제작사 준비 하고 있는 거 맞나-ㅠ-? 드라마제작사는 넷플릭스, 중국 자본에 깔려죽을 지경이라 딱히 디즈니를 자본이 급하지도 않은 상태일 것 같거등. 물론 제작비, 자본은 많을 수록 좋지만. 

 

네이버 웹툰이나 카카오 웹툰이 디즈니같은 제작사가 될 수 있는가하면 그것도 잘 모르겠단 말이지.  네이버와 카카오가 신인 발굴에 꽤 힘쓴다는 건 좋다고 본다. 다만 네이버는 네이버의 작품이 없잖여. 네이버와 디즈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디즈니는 초장부터 대표 캐릭터와 스타일이 있었거든. (월트 디즈니라는 애니메이터의 스타일이었지만 여튼 개성이 있었음. 애니메이팅, 캐릭터, 서사에 스타일이 있었다.) 본사가 미국에 있다고 디즈니가 된다면야 뭐가 문제겠냐만은. 근데 꼭 디즈니가 될 필요가 있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네이버는 유니버설이나 워너브라더스로 목표를 할 순 있고, 카카오는 앞으로 라이온을 어떻게 써먹고, 또 라이온 같은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냐 하는가에 따라 다를 것 같긴 하다. 

 

그런 의미에서 SM이나 JYP 같은 연예기획사는 회사별로 개성이 달라서 규모는 작아도 디즈니 같은 회사는 맞는 것 같다. 콘텐츠에 문제가 좀 있긴 하지만 ㅋㅋ 맨처음 소녀시대를 봤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로 못한다. (비쩍 마른 여자애들이 일본 야한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여자 캐릭터처럼 옷을 입고 방끗방끗 웃고 있었다.) YG도 어떤 의미로든 확실한 개성이 있져. 빅히트는 아무생각이 없는 게 일단 방탄만 있고 내가 방탄 음악을 듣질 못하니 뭐라 말도 못한다는 거. 뮤비를 볼 수가 없어서 음악만 들어보려고 했으나 음악도 못 들겠더라능. 주변에 빠순이가 둘이나 있는데 지들도 뮤비는 잘 못 보고 방탄은 음악으로 듣는 게 아니래. 그럼 뭘로 들어=ㅠ=? 

 

이와중에 인기라는 철인왕후의 클립본을 보면서 나는 미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여자가 남장을 하고, 여자가 남자 몸에 들어가기도 했는데, 이제는 남자가 여자 몸에 들어가는 구나. 참으로 어떻게든 야오이를 하고야 마는 K-동인녀에게 축배를... 들어야 하나. 평범한 퀴어드라마를 만들지 못하는 한국의 문화적 환경이 문제인가, 아니면 퀴어보단 야오이가 좋은 이성애자 여자들의 문제인가. 둘다인가. 이 드라마 중국 자본으로 만들어져서 다른 나라에 잘 판 모양인데 세상 참 재밌게 돌아간다. 흥미로워, 늘 새로워, 짜릿해. 그래도 이건 캐릭터도 스토리도 픽션이지. 

덧붙여 누군가 팬픽이 외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리던데 내가 알기론 팬픽은 한국산이다. 야오이는 일본산인데 팬픽은 확실히 한국산이여. 실제 존재하는 남자를 다른 실제로 존재하는 남자랑 붙여먹여서 야설을 쓰겠다는 담대한 아이디어. 이거시 바로 K-포르노(? 성추행?)라고 할 수 있져. 이걸 전세계에 수출한 한녀들 대다내요. 듣자하니 중국 동인녀는 한술 더 뜨던데 세상에 이렇게 미친년들이 많다니 놀라울 뿐이여. 물론 K-성폭행, K-2차 가해로 위상을 떨치는 한남도 대다내~ 끼리끼리 ㅈㄴ 잘 어울리는데 죽도록 싸워대는 게 재밌지 않으냐. 이미 외국에도 이런 현상이 많아서 수출 상품이 못 되는 게 아쉬울 뿐. 

 

 

결론 ; 돈만 벌면 장땡이랑께. 문제는 돈 버는 게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