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모를 익숙함. 뭔가 익숙한 냄새가 난다.
그게 뭐지 뭐지 했는데, 특정 장면에서 알게 되었다. 남주와 여주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하다가 손 끝이 닿을락 말락 하다가 손을 잡는 장면에서 폭소하며 깨달음을 얻었다. 똑같은 장면이 저번준지 이번주 철인왕후에 나오지 않았냐 ㅋㅋㅋㅋ 이런 연출은 한국드라마에서만 보던 건데 이걸 영국 드라마에서 보다니. 아니, 출연진만 영국인일 뿐, 왠지 서사에선 미국 냄새가 진하게 나긴 한다.
캐릭터도 내용도 연출도 도대체 특별할게 하나도 없는데 이렇게 대박을 친 이유를 꼽자면,
1. 남주의 얼굴
2. 남주의 몸
3. 남주의 얼굴과 몸
4. K드라마의 연애감수성
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에 상처 하나 쯤은 있는 남자주인공, 거의 항상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는 남자주인공, 매회마다 옷을 벗는 남자주인공, 키 크고 몸매가 좋은 남자주인공, 살짝 삐뚤어졌지만 어린이와 내 여자에게는 따뜻한 남자주인공, 피부가 번쩍번쩍한 남자주인공... 동서양 로코물에서 흥행할 요소를 모아모아 다 때려박은 것 같은 남자주인공=ㅠ= 아, 물론 돈도 많고 근본적으로 인간이 착해요. 일은 하려고만 하면 잘해요. 안해서 그렇지. (안 하는 게 못 하는 거 아니야?)
여주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나름 좋은 집안,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받고 자란 자기 주장이 강하지만 이기적이진 않고 성격 좋고 배려심도 넘치고 동정심도 넘치고 어린이도 좋아하고 잘 돌보는, 심지어 아름다우시다. 껄껄껄.
환상의 조합이구먼.
내 맘대로 한국 문화컨텐츠가 유별나고 특출나게 잘하는 걸 꼽으라면, 1. 연애서사, 2. 코메디와 드라마(슬픔)을 섞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연애서사는 엄청 잘한다. 글로도 잘쓰고,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도 엄청 훈늉하다. 손끝만 스쳐도 찌릿찌릿 짜릿짜릿 하는 걸 겁나 잘 그리거등. 사랑이 빠질 때 왈랑왈랑하는 마음도 그렇고. 물론 왈랑왈랑 찌릿찌릿 하기 위해서 거쳐가는 수 많은 오해와 착각과 엇갈림과 역경이 허벌나게 구리고 80년대나 90년대나 2000년대나 2010년대나 바뀐게 없어서, 감수성은 어린데 캐릭터나 배경이 올드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가 더이상 한국 드라마를 안 보는 걸지도.
근데 브리저튼에서 남녀 주인공이 하는 오해와 착각, 역경이라는 게 웃길 정도로 한국 드라마랑 비스무리하다. 그리고 모든 걸 극뽁하는 사랑. 뭔가 평범한 것 같은데 천년의 사랑처럼 구는 것 같은 사랑. 그래도 한국 드라마에 비해 사랑부분은 굉장히 톤다운을 시키긴 했다. 그리고 18세기 영국이라는 실질적인 배경(성과 부부생활에 대해 1도 모르는 상태로 결혼시장에 팔려나가는 여자, 보수적인데 막나가는 사교계)을 넣으니 이게 뭔가 되게 설득력이 있게 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은데 여튼 남주가 잘생겨서 아무래도 상관없는 상태가 되는 거다.
한국드라마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야하다는 점이겠졉. 그래도 29금 뭐 이딴 식은 아니고(근데 29금은 뭐여.), 그냥 평범하게 조금 야하다. 나는 초반부터 온갖 살색이 난무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서 실망. 그리고 막상 베드신이 난무할 땐 그게 또 그냥 그렇고 매력적이지 않았다. 결혼하고 연애하며 잠자는 건 뭐 그렇다치고.
여주가 성생활에 대해 1도 모르던 여자라는 설정인데, 첫 자위에 만족을 느낌☆ 첫 섹스에서도 홈런을 때려버리네? ㅋㅋ 아따메, 훈늉하네요. 물론 많은 영화 드라마 만화가 이렇게 표현을 하는데, 대부분의 영화 드라마 만화에서는 성생활을 1도 모른다는 설정을 이용해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갈등을 만들진 않거등. 그러니까 같은 문제를 표현하는데 어떤 거는 꽤 현실적으로 그럴 듯해서 설득이 되는데, 또 어떤 거는 판타지로 가는 거다. 이 경계가 내 취향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성을 괜찮게 다루는 것 같기도 하다가도 도로묵으로 돌아옴.
이 드라마에도 페미니즘을 많이도 찍어 발라놨다. 주제는 아니고 소재정도, 베드씬이 회라면 페미니즘은 초장정도. 그리고 접시가 겁나 화려한 브리저튼이라고 할수있졉. 이 경계도 미묘하게 취향에 안 맞음.
빨강머리 앤이나 다프네나 장난 아닌 드라마퀸인데, 적어도 다프네는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정확하게 알고 거기로 미친듯이 달려가거등. 앤은 페미니즘하면서 미남 남편 챙기느라 바빠서 정신이 나간 여자처럼 보임. 솔직히 앤 쪽이 더 현실적이긴 한데, 그냥 표현이 잘 안 됐다고 하자.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제대로 보면 보이긴 할텐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드라마는 또 아니라서 ㅋ
결론 ;
킬링타임으로 훈늉. 시즌 2도 나온다는데, 원작은 안 봤지만 앤소니가 주인공일 듯하다. 역시 원작은 안 봤지만, 사랑에 상처입은 앤소니의 마음을 치료해줄 여자가 등장하겠져. 그렇담 시즌 2가 레알 천년의 사랑이 될 것 같은 예감이 ㅋㅋ 나오면 나도 보지 않을까? 남주가 잘 생겼으니꽈.
남 배우들의 외모가 매우 출중하여 남자의 얼굴과 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눈이 즐거울 것이고, 아직 연애, 사랑, 성에 판타지가 있는 상태라면 정말 즐겁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결론2 ;
난 완다비젼이 더 재밌는 걸로. 정확히는 완다비젼 때문에 미쳐버린 양덕 구경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 마블은 오덕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