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위트홈
전세계 3위인지 미국 3위인지를 했대서 한번 봤다. 봤다고 하기도 그런게 하도 뒤로 제끼면서 봐서리... 그래서 왜 안경쓴전의대생이 리더가 됐는지 모르겠다. 보면서 계속 한국인이 어떻게 쟤를 리더로 인정해줬지? 싶으면서도 다시 돌려보지도 않았다. 리더가 리더스러움이 없고 군인이 군인스럽지 않은 것도 좀... 뭔 카리스마가 있거나 일을 겁나 잘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그런게 없다. 생긴것만 겁나 이쁘게 생겼음. 리더는 외모순... 아! 한국은 외모가 권력이긴 하구나. 현실적인건가?
1.2배속에 뒤로 겁나 돌리면서 본 이유. 대사가 겁나 그랜드해서 대사를 듣기가 힘들었다. 아니, 청불이면 청불답게 대사를 처리해야 하는 거 아닌가. 뭔소리 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그걸 포장없이 그냥 막 인생이 인간이 국가가 이러고 있으니까 낯 간지러워서 못 보겠드라고. 세상 엔터테인한 드라마에서 왕따에 자살에 국가적 부정부패까지. 허벌나게 그랜드해. 어떻게 그랜드하냐하면, 내가 일하는 식당에서 술 취해서 알딸딸한 아저씨들이 인생이~ 인간이~ 국가가~ 정치가~ 하는 느낌으로 그랜드하다. 본인은 세상 진지해도 구경하는 사람은 왠지 웃긴다고=ㅠ=
그러나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었다.
주인공이 주민들 셔틀할 때 가져오는 물건들이 꽤나 한국적임. 썬크림이라니, 썬크림이라니!!!
물이 생겨서 목욕하고 하는 일이 얼굴에 팩 붙이고 모여앉아서 밥 먹는 것도 겁내 한국인이여.
이런 로컬스러움은 좋으다. 크리쳐물 보면서 이런 장면만 제대로 봤음.
2. 퀸스 갬빗
넷플릭스는 확실히 캐릭터가 좀 약하다. 뭔가 캐릭터에 푹 빠지게 되는 일이 없다. 서사가 약해도 캐릭터가 강하면 잘 팔리거등. 넷플릭스는 플롯이랑 만듦새는 훌륭한데 서사랑 캐릭터가 그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디즈니 영화나 애니메이션 보면서 질질 짜는 경우는 있어도 넷플 드라마 보면서 우는 일은 없는 거다. 애니메이션 업은 초반 10분에 캐릭터와 서사를 너무 꾹꾹 눌러담아서 그걸 본 인간들이 제 감정에 북받쳐 질질 짠다. 엔드게임에서 아이언맨이 나온지 10년만에 죽을 때, 그 10년간의 아이언맨을 아는 내 양쪽에 앉은 관객이 쌍으로 거의 통곡을 했는데 넷플릭스엔 이런 게 없다. 사실 이런 걸 지속적으로 주입해주는 스튜디오 자체가 없음. 캐릭터와 서사를 만드는데는 보여주는 시간과 상관없다. 그냥 잘 된 게 있고 못 된게 있을 뿐.
퀸스 갬빗엔 타고난 천재성에 노력가이기도 하지만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주인공, 주인공의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주는 무뚝뚝한 조력자, 주인공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회환경, 그러나 주인공의 매력에 빠져드는 남자들과 선의의 마음으로 돕는 동료들이 있다. 여기에 시대에 맞게끔 두 여성 캐릭터를 끼워넣는다. 재능이 있지만 가정주부로 살면서 몸과 마음을 집구석에 처박아 놓고 결국 썩어 없어지는 새엄마, 시대와 차별을 온몸으로 맞서는 이상적인 친구 캐릭터. 이 두 여성 캐릭터가 굉장히 괜찮은데 왜 정이 안 갈까 생각해보니, 둘 다 성장을 안한다. 혹은 변화가 없다. 기본 설정만 있는 캐릭터라 새엄마는 처음부터 친절하고 철없는 상태였고 똑같은 모습으로 마지막을 맞는다. 친구도 첨부터 끝까지 기냥 존멋이여.
다른 동료 캐릭터도 체스를 사랑하고 체스를 잘하는 주인공을 사랑한다. 초반에 체스하는 여자에 대한 주저는 체스 그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에 아주 쉽게 밀려난다. 그러니까 시대가 체스하는 여자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도 거의 설정에 가깝게 느껴진다. 중독의 계기는 흥미로운데 약이나 술을 하는 이유나 그 영향도 처음과 끝이 거의 비슷하다. 주인공이 성장하면서 외관은 변하는데 내용물이 똑같아서 흥미가 안 땡긴다.
근데 미술이 매우 훈늉=ㅠ= 세트와 새엄마랑 주인공의 스타일이 아름답다. 촬영이랑 편집도 아주 마음에 든다. 한마디로 서사랑 캐릭터 빼고 다 좋아 ㅋㅋㅋㅋㅋ
etc 1. 원더우먼 2
DC에선 원더우먼하고 할리퀸이 제일 좋다. 그냥 캐릭터가 제일 나아. 할리퀸 영화는 개똥같지만 그래도 할리퀸이 예쁘고 캐릭터 자체가 재밌으니까 나오면 일단 본다. 원더우먼도 전사로서 현장에서 실실 쪼개면서=즐기면서 싸우는 모습이 퍽 매력적이었고 원더우먼 영화 자체도 다른 DC 영화에 비해 훨 좋았다고 생각합니다요. 마지막 30분은 다른 DC 영화같은 액션신으로 가득했지만 거기서 크리스 파인이 멋있고 좋았거든. 남자히어로물에 여친이 등신일 이유가 없듯, 여자히어로물에 남친이 등신일 이유는 없다.
원더우먼 2는 뭔가, 원더우먼1 DVD에 들어있는 스페셜영상같다.
주인공 원더우먼은 조연으로 밀려나고, 크리스 파인이 졸라 귀엽고 재롱 떨고 하다가 빠지는 부분이 특히 더... 2시간 30분이란 겁나 긴 러닝타임에 30분은 아름다운 파인을 찍어놓은 거임. 보아라 이 아름다운 파란눈, 이 귀요미, 잘생겼는데 깜찍해. 그리고 전반 1시간은 그런 파인을 그리워하는 원더우먼. 뭘까 이 영화... 애초에 1편에서 히트친 파인을 데려오기 위해 플롯을 강구해낸 느낌적인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니까 원더우먼 2은 크리스 파인을 스페셜 피쳐하기 위해 원더우먼을 디폴드값으로 만들어버린 영화라고나 할까요.
게다가 크리스틴 윅을 데려다 전형적인 개찐따에서 전형적인 욕망덩어리로 만들고는 결국 괴물을 만들다니... 페드로 파스칼도 그렇고 무슨 재능낭비를 이렇게 그랜드하게 해놨음? 하다못해 재밌게라도 만들라고. 아님 짧게 만들던가.
DC도 캐릭터랑 서사가 문제인데 히어로물의 특성상 캐릭터만 살리면 될 것 같거등. 내가 원더우먼하고 할리퀸을 보는 것처럼. 아이언맨1, 가디언즈오브갤럭시 1, 토르 라그나로크 백번 보세요. 천번 보세요. 거기서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하고 보여주는지를 보고 공부 좀 하라고. 갠적으로 이 영화 세 편으로 캐릭터 구축에 관한 교과서를 써도 되지 않을까 싶음. 기가 막히게 잘 해놨다.
덧. 크리스 파인 스타트랙이 제일 갠춘한듯? 물론 세 편을 구분은 못하지만(스타트랙과 스타워즈도 구분 못 함.) 일단 큰 화면에 틀어놓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다. 엔터테인해서 좋으다.
etc 2 아이리쉬맨
이 영화가 별로(=못 만들었다)라는 사람이 있어서 깜짝 놀랐음. 갱스터 무비가 시대에 안 맞는다고는 생각했지만 영화 자체는 굉장히 잘 만들었는뎁. 근데 나도 따로 글을 쓰고 싶을 정도로 덕심이 끓어오르진 않는다. 이 영화에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혹은 그래서) 완전 돈지랄이었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넷플이 요즘 굉장히 간절한 건 알겠는데 돈이 마빡에서 튀는 디즈니도 아니고 쫓길 수록 돈을 좀 더 스마트하게 굴려야하는 건 아닌가 싶은데. 이미 점유율 만빵인 미국에서 우리도 갬성이 있는 영화를 만든다고 주장하기 위한 영화로는 별로 아닌가. 아니 내용이나 연출은 좋은데 굳이 80대 배우를 써서 30, 40, 50대로 디에이징 시켜서 만들 영화였나. 심지어 스콜세지는 '이 (대)배우들 얼굴에 점 찍어놓고 연기를 하라고 할 수는 없다. 무조건 다른 방법을 찾아라' 했고 기술자들은 진짜 방법을 찾았다. ㅋㅋ 물론 이 덕분에 또 한층 디에이징 기술이 좋아지긴 했지만 애초에 기술력 상승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는 아니었잖여. 공각기동대여 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