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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지하다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즐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즐하고 밀리언스를 봤다.

백인이 우글우글한 드라마 두 개를 내내 봤더니 바나나가 되는 줄...이라고 하기엔 이젠 백인뽕이 안 먹히네.

 

1.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즐

도무지 입을 다물지 못하는 여자의 이야기. (음?)

대충 헤시태그로 요약과 감상을 겸하자면,

#60년대 미국(뉴욕) #유대인 #스탠드업 코메디 #중산층 여성의 독립 #미묘한 페미니즘

이 정도.

 

그리고 이 중에서 미묘한 페미니즘을 좀 더 풀어보면 대략 이러하다.

1. 미세스 메이즐은 교수 아버지와 부자 어머니를 둔 여자인데 어차피 가정주부를 할 것이지만 돈이 있으므로 대학에도 가서 세상 쓸데없는 러시아문학도 전공하고 졸업했다. 이 와중에 실패라는 걸 경험해본 적이 없는 이 여자는 부자 부모를 둔 미스터 메이즐을 만나서 결혼을 하고 애도 낳고 '똑똑하고 예쁘고 섹시하고 하여간 완벽한 마누라'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2. 부자 부모를 둔 미스터 메이즐은 삼촌네 회사에 부회장으로 낙하산으로 들어가 일을 했는데 거기 비서랑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간다. 정확히는 비서랑 바람이 나서 나간게 아니라 '자신의 실패를 마누라가 본 게 쪽팔려서' 나간거지만=ㅠ=;;;

3. 남편의 비서인 여자는 멍청하다. 예쁘고 착하지만 멍청하다. 일도 못한다. 코메디 드라마에서 웃기는 대사 한 줄 없을 정도로 멍청한 역할이다.

4. 미세스 메이즐이 독립의 일환으로 백화점에서 일하게 되는데 거기 동료도 다들 예쁘고 착하지만 멍청하다. 역시 일을 못한다. 정확히 얼마나 못하는진 모르겠지만 여하간 신참인 미세스 메이즐보다 못한다.

5. 미세스 메이즐 이외에 일을 잘하는 여자는 나이가 엄청 많거나 남자처럼 생겼거나 남자처럼 행동한다.

6. 미세스 메이즐의 친정엄마도 한 때 프랑스에서 예술을 전공한 여자이지만 마찬가지로 완벽한 가정주부, 엄마 역할을 평생 하고 살았다. 나중에 가서 독립한다고 하는 짓이 교수 남편의 인맥으로 대학에서 미술학과의 수업을 청강하는 거랑 마담뚜 하는 거임. 교수 남편보다 성장을 못함.

7. 약간의 사회적 이슈를 양념으로 넣기는 했는데 양념일 뿐이라 깊게 들어가진 않는다. 사실 여주인공의 독립기니까 메인 주제이기도 할 법한데 그런 거 치고는 참 미묘하게 표현한단 말이지.

8. 이야기가 흘러감에 따라 캐릭터는 성장하기 마련인데 이 드라마에서 제일 많이 성장하는 게 여주 전남편인 미스터 메이즐과 여주의 교수 아버지인 미스터 와이즈먼이다. 미세스 메이즐은 캐릭터의 성장이라기 보다는 코메디언으로서 커리어를 쌓는 게 전부임. 물론 그것도 좋긴 하지. 재능을 이용해서 일을 하는 건 자본주의+현대 사회에선 중요하거든요.

9. 제목이 남편의 성씨라 주인공이 이혼하는 일이 없을 듯. ㅋ 물론 스테레오 타입 아줌마로서 코메디를 하니까 스테이지 네임이 미세스 메이즐인게 맞긴 하다.

 

이 드라마 캐릭터는 하나같이 스테레오타입이다. 그게 막 싫지는 않고 재밌긴 한데 좀 과하다 싶긴하지만... 사실 내가 예쁘고(잘생기고) 멍청한 사람을 좋아하거등. 진심으로. 요즘 멍청하고 예쁜 애들 만날 일이 많은데 정말 두근거린다. 멍청한 걸 연기하는 건지 아님 진짜 멍청한 건지 감이 안 잡힐 땐 내가 멍청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것도 참 오묘하고...

세상이 좋아져서 내가 요즘 '멍청하고 예쁜 애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식겁하는데 솔직히 그것도 좀 재밌다. 바로 이삼년 전만해도 이런 거 몰랐는데 어디서 이런 못된 걸 배웠나 몰라.

 

덧. 재커리 리바이가 나온다. 이 배우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연기 정말 잘한다. 배우자체가 오타쿠라 더 좋음. 마블에서 정말 제대로 활용 못한 대표적인 예. (토르 친구 3총사 중 한 명이었다.)

 

 

2. 밀리언스

엄청 예쁜 흑인언니가 나와서 보고 있다. 조연이라 아주 조금밖에 안 나오지만... 애초에 유색인종이 더럽게 안 나오는 드라마임 ㅋㅋ 진짜 요즘 시대에 이런 드라마 찾기 힘들지 않나 싶었는데 ㅋㅋ

이 드라마에서 좀 멀쩡한 정신상태를 갖고 있는 건 여자들 뿐인데, 다 조연이거나 잠깐 스쳐지나는 역이라 3시즌까지 보고 끝냈다. 주인공 여자도 맛탱이가 갔고.

 

드라마를 AI가 썻나 싶은 게, 캐릭터가 처음 주어진 설정을 버리지 못한다. A와 B는 싫어함. 이런 게 입력된 것처럼 행동한다. 애초에 적대하는 이유도 나오지 않고 화해도 굉장히 기계적이고 다시 적대하게 되는 것도 기계적이다. 요상함.

 

제목이 밀리언스인 거에 비해선 예산이 엄청 쪼달리는 드라마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