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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지하다

퍼니셔 시즌 2

가 나온 걸 홀랑 까먹고 있다가 생각이 나서 몰아보고 다시 시즌 1을 보고 또 시즌 2를 봤다.

이렇게 지저분하고 막가는 액션을 좋아한다. 데어데블처럼 아크로바틱하는 액션도 별로고 그냥 막 무식하게 막 치고 받는 개싸움 좋아함=ㅠ=

그런 의미에서 퍼니셔를 재밌게 봤다. 이 드라마에서 여자는 (뭘 하려고는 하지만) 큰 소리만 나도 픽픽 쓰러지는데 반해 퍼니셔는 절대 죽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후드려 맞는데 뚝배기 한번 안 깨지는 강철 해골 퍼니셔.) 그런 부분이 거슬리면 아마 못 볼 것이다. 반면 크흐 강한 남자, 믓찐 남자, 남자다운 남자, 남자의 으리 이런 거 좋아하면 꽤 좋아할 요소가 많다.

퍼니셔는 고위직의 부패, 시스템의 오작동 혹은 오류, 전쟁의 폐해나 인간성의 바닥을 다 알고 보고 겪고 일부는 행했음에도 자동차는 국산만 타고 조국과 전우를 사랑하고 경찰, 공무원은 존중하고 시민들, 어린이와 여자를 보호해야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한다. 그렇다고 캐릭터가 내적갈등에 괴로워하는 거 1도 없고 그냥 하는 짓이 자연스러운 게 마음에 든단 말입니다.

 

시즌 2는 내가 싫어하는 요소가 너무 많았다.

아버지를 상징하는 범죄자랑 사랑에 빠진 미친년에 망가진 예쁜 또라이. 이 둘만 나오면 드라마가 3류 멜로가 되서 아주 난감했어요. 이 둘의 설정이 구역질 나는 건 물론이고 연기도 못한다 ㅋㅋ 게다가 연출도 이상함.

이걸로는 모자랐는지 입만 벌리면 성경구절을 읊는 등신이랑 미친 기독교인 부모 캐릭터도 있는데, 그것도 참 난감하였다. 물론 그런 미친자들이 있는 거야 알지만, 뭔가 감독이나 작가가 이들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냥 이런 또라이들을 드라마에 넣어봐야징 하고 서사는 전혀 염두하지 않은 것 같은... 뭔가 연극적이고 괴랄한 분위기는 확실하게 전달했으니 잘했다고 볼 수 있나?

시즌 1에선 띨빵해도 매력적이던 마다니 캐릭터가 징징대는 애새끼로 변한 것도 있네요. (짜증이...)

 

그럼에도, 그냥 훌렁훌렁 보게 되는 스토리텔링과 연출이 있다. 아니지. 멜로씬 빼고는 연출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함. 액션이 무식한데 비해선 촬영이나 연출 스타일이 굉장히 세련되서 좋아요우. 이 드라마에서 주요 캐릭터의 대부분이 군인이고, 상황과 형편이 안 좋아서 방황하다 범죄자가 되는 것도 군인이다. 국가를 위해서 뭔가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국가가 놓아버린 사람과 그 배경을 다루다 보니 거칠고 투박한 설정과 캐릭터가 많고 셋트도 꽤나 거칠거등. 근데 연출은 전혀 안 그렇단 말입니다. 음악도 굉장히 잘 깔았다. 이건 시즌 1에서도 정말 좋았음. 

 

 

마음에 들었던 시즌 1 트레일러. 원래 계획했던 스케쥴대로 공개를 못했는데 이 트레일러가 풀리고 얼마 안되 총기난사 사고가 있었다. 분위기가 총질하는 드라마를 내보내기엔 부담스러운 면이 있아서 그랬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웬 병든 퇴역 군인만 잔뜩이라 실망한 사람이 많았다. 씐나는 액션만 있을 줄 알았더니 의외로 액션이 별로 없었거덩. 게다가 마블 영화나 드라마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엔터테인먼트라 정의든 범죄든 보기에 '편하고 즐겁게'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마블 뿐 아니라 요즘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가 그렇다.) 퍼니셔에서 퇴역 군인의 상황이나 범죄에 빠져드는 그 과정은 전혀 엔터테인하지 않다. 보기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동정심이 생기게 그리지도 않았다.

 

여튼, 재밌다. 추천.

하지만 잔인한 거 안 좋아하면 비추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