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란 평론과 주호민이 한마디 한 것을 보았다. 정확히는 헤드만 봤다.
'현실적이지 않은 무협 액션'이란 헤드를 봤고, 주호민은 '시민 검열' 뭐 이런 소리를 했드라고.
이게 뭐, 전형적인 논점은 없고 괜히 이 꼬라지가 보기 싫어서 혹은 감정이 상해서 뭔가 말을 해야겠는데 딱히 아무 생각없을 때 나오는 징징거림이라고 볼 수 있슴다.
일단 영화 평론은... 평론가도 취향이 있고 주변 사회 환경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작품 자체만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애초에 작품만 평가하는 게 의미가 있는지는도 잘 모르겠고, 특정 시대에 특정 작품이 나오는 걸 테니 작품의 시대상이나 사회상을 평론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겠음. 그래서 보통의 정서나 시대에 안 맞는 작품이 나왔을 때 욕을 바가지로 먹일 수도 있는 거고 그걸 잘 할 수록 좋은 평론가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그냥 영화광이 아니라 영화가 인간들의 문화 생활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혹은 작품과 사회가 주고 받는 영향을) 잘 감지한다는 말이니까.
뮬란은 중국에서 '뭥미?' 이런 반응이라는데, 그 이유가 뭔가 멋진 무협 영화를 기대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판타지라서. 근데 예고편만 봐도 판타지라는 건 알 수 있고요. 내가 좀 귀 담아 들었던 거는 뮬란에서 기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계속 남발한다는데, 그게 걔들이 말하는 기와 우리가 아는 기가 달라서 대략 '뭔 헛소리여' 이런 반응이라고.
다만, 중국이 배경이라고 이게 중국을 위한 영화인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북미나 유럽에 사는 아시안 이민자를 위한 영화라고 봐야지. 애초에 이들의 감상평이 더 중요하거든. 물론 디즈니에게 중국 시장은 아주 중요하다. 코로나 직전 전세계 박스오피스를 탑10을 보면 대략 5-6개는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것이고 4-5개는 중국에서 성공한 것이다. 한마디로, 전세계로 히트를 치면 당연히 1위로 올라가지만 미국이나 중국, 둘 중에 한군데서만 히트를 쳐도 전세계 박스오피스 상위권으로 가고 수익률도 높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중국이 겁나 중요한 시장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중국을 위해서 작품을 만들 정도로 미국 시장이 작은 건 아니라는 거다. 자기네 영화 시장이 겁나 큰데 왜 굳이 리스크만 있고 성공확률은 낮은 쓸데없는 짓을 하겠냐고...=_=
그리고 애초에 '현실적인 액션'이나 '현실적인 무협'이 어울리는 형용사와 명사인가 하는 생각은 안 드나. 현실적인 액션을 영화에서 본 건 내 기억에 딱 하나인데, 브릿지 존스 다이어리 1편인가 2편에 보면 휴그랜트하고 콜린퍼스가 서로 끌어안고 겁나 추하게 싸우는데 (데미지 1도 없을 것 같은 허접한 주먹질 ㅋㅋ) 그게 좀 현실적이었다. 아니 왜, 마블 액션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욕하지.
나는 뮬란을 아직 보진 않았지만, 액션이 아무런 스타일이 없이 남발만 된다면 욕 먹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평론이었나? 영화의 연출이 구렸다면, 영화의 스토리가 허접했다면, 기라는 소재를 잘 못 살렸다면 등등 깔 소재가 그렇게 많은데 현실적이지 않은 액션이라니...=_=
시대에는 겁나 잘 맞는 영화죠. 특히 미국계 아시안이 뮬란에 거는 기대감은 아주 컸는데 이런 아시안이 주인공인 영화가 나올 때마다 뭔가 타이밍이 쫌 그르네? 물론 크레이지리치아시안같은 대박 친 영화가 있긴 하지만. 디즈니여 배우만 아시안 쓰지 말고 제작진에도 좀 넣지 그랬니.
유역비가 친중국적인 발언을 한 것이 싫다면 먹고사니즘의 지랄맞음에 대해 먼저 이야기 해야할 것 같긴 하다. (유역비가 중국본토 배우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미국 출신 배우라는 건 반전이었지만.)
그리고 주호민이 말한 시민 검열은... 흠. 이걸 반응이라고 한다. 대중 반응이 좋으면 성공하는 거고 대중의 반응이 안 좋으면 (=욕 먹으면) 망하는 거죠. 대중이 내가 원하는 반응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그걸 검열이라고 하면 안 된다. 작품을 공개한다는 건, 나의 생각과 나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인간들에게 말을 거는 건데 그들의 대답을 한 게 마음에 안 든다고 그걸 검열이라고 하면 된다 안 된다?
그게 싫으면 굳이 작품을 공개하지 않으면 된다. 자기 만족용 만화만 그려도 되잖아. 셀프 작가하면 되는데 뭐가 문제임.
기안의 만화는 잘 팔리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나는 안/못 본다.) 애초에 10~20대 남성을 타겟으로 하는 만화이니 그 사람들이 웃기고 공감할 만한=그리고 기안이 생각하기에 재밌고 공감이 가는 걸 그리고, 독자는 그걸 소비하고.
이 만화를 안 보는 여자들이 이 작품의 여성상이 구리다고 욕해봐야 별로 데미지가 없는 게, 애초에 안 보는 사람들이 욕하는 데 무슨 데미지가 되겠냐고=_= 보는 애들이 욕해야 하는데 보는 애들은 재미만 있어요. 실력없는 여자는 다리 벌려서 밥값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거고 조개로 밥값하는 애들이 무슨 자존감이 있겠음. 그러니 회식 때 조개 깨부시며 파먹는 쇼라도 해야지. 걔들이 보기엔 이게 웃기기도 하고 현실적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까? 물론 그 만화에서 실력없는 남자가 당근 팔아먹는 이야기를 안 하는 건, 그 만화를 쓰고 그리고 보는 사람들이 그걸 재밌어 하진 않을 거거등. 원래 자기가 감정이입할만한 후진 이야긴 재미없다.
그러니까, 내가 대상화할 수 있는 상대를 간편하게 그리고 소비하는 건데 이건 거의 모든 대중문화가 그렇다. 대중문화만 그런게 아니라 예술도 그렇다. 딱히 만화나 웹툰이 더 싸구려라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인간의 대가리라는 게 그런식으로 편리하게 돈 벌고 소비하고 대상화하는 걸 좋아함. 기안이 계속 공부하겠다고 이게 공부한다고 척척 되는 게 아니다. 애초에 바꿀 이유도 없잖아. 잘 팔리는데 왜. 방송은 취미고 웹툰이 본업인데 본업에서 승승장구하는데 굳이 부업에서 욕 먹는다고 본업의 내용을 바꿀 이유가 있나?
이거랑 비슷했던 일이 있었다. 미국에서 몇년 전부터 '더러워서 코메디 못해먹겠다'하는 코메디언들이 많았다. 어째 하나같이 백인+중년+남성 코메디언들이 그런 말을 했는데, 예전에는 잘만 웃었던 유색인종 비하, 여성 비하 같은 소재에 더 이상 웃지 않고 (혹은 안 웃는 척 하고) 오히려 욕을 하더란 말이지. 눈치 보면서는 코메디 못 하겠다고 안 하고 만다고 했고 그래서 진짜로 안 하는 듯? ...본 적이 없어=ㅠ=
루이 CK는 나도 꽤 재밌어했던 코메디언인데, 무대 뒤에서 바바리맨 짓을 하고 다녀서(--;;) 욕 먹고 좀 쉬었다. 스탠딩은 시작한 것 같은데 관심에서 멀어지긴 했다. 근데 그건 바바리맨 짓을 안하고 다녔으면 되는 거였잖여. 나도 웃기는 아저씨 하나 떠나보내서 마음이 아파. 그렇다고 바바리맨 짓을 옹호하거나 응원할 수도 없는 노릇 아녀.
여튼 징징댔던 백인아저씨 코메디언들이 다 어디로 가 버린 대신 트레버 노아나 아슬링 베아 같은 새 시대의 코메디언이 나타났다. (아니 원래부터 있었지만... 더 인기가 많게 되었다.) 그리고 세상은 아무렇지도 않게 잘만 굴러감.
여튼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는 걸 갖고 '아, 왜 지랄이냐고'할 거면 그냥 해지마.
시대는 원래 변하게 되어 있고 사람들의 인식도 변하게 되어 있다. 그걸 기안84 만화 팔아주려고, 주호민 작가 생활 편하게 하려고 안 할 수는 없는 거잖아. 그리고 시대가 변하는 것과 상관없이 기안84 만화 잘 팔리고 있고, 주호민도 작가 생활 편하게 하고 있잖아. 미국 백인아저씨 코메디언처럼 버려진 것도 아닌데 대체 뭐가 문제여.
덧.
감정이입을 항상 남성이 남성에게 여성이 여성에게 하는 건 아니다. 연세가 많은 아줌마들 보면 딸이 아니라 아들한테 감정이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 똑같은 자식이라도 자랑 사회적 지위나 위치가 비슷한 딸보다는 나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아들한테 이입을 하는 쪽이 더 많은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자식의 배우자인건 마찬가진데 왜 며느리와 사위한테 하는 행동이 다른데는 다 그런 이유가 있는 거에요. 물론 자식이나 며느리, 사위보다 엄마가 훨씬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는 경우는 쓰잘데기 없이(=구질구질하게) 감정이입같은 거 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