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외국에 나오면 당연히 한국에 대해서 설명을 하게 된다. 한국의 역사, 한국의 문화, 한국의 정치사회.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국 애들은 대부분 한국에 대해 모른다. 특히 역사에 대해서는 거의 백치 수준이고, 정치사회에 대해서는 뉴스를 읊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문화는 그나마 나은데 최소한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이지만 보통의 한국인보다 한국 정보를 꿰고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아무래도 세계 뉴스를 자주 챙겨봐서 그러는 것 같은데, 이런 인물은 대부분 새누리나 박근혜, 삼성을 나보다 더 싫어하는 경우도 많다. 삼성의 경우엔 모르는 사람에게도 '삼성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하면 (대부분의 서구권, 즉 유럽 북미 오세아니아 지역 사람은) 삼성 = 개새끼로 인식한다. 거의 반자동적이라 놀라울 정도. 이런 사람들은 향후 굳이 삼성제품을 구입하지도 않게 되는데, 좀 더 적극적인 사람은 이미 있는 삼성 제품을 다른 제품으로 바꾸기까지 한다. (확실히 주로 핸드폰이 그 대상이 된다. 삼성 잘 팔린다고 해도 유럽의 집에서 삼성 제품 본 적은 사실상 없다.)
유럽에선 박근혜는 이태리 상황과 빗대서 이야기 하면 한방에 알아듣는다. 이태리에도 독재자의 자식인지 친척인지가 정치인인데 그게 또 인기가 있어서 아주 비웃음꺼리. 사실 그런 농담이나 비웃음을 듣다보면 정확히는 그 정치인만 비웃음 당하는 게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태리 자체가 비웃음꺼리가 되는 것이다. 그런 정치인을 지지해주는 사람들과 그런 나라가.
그래서 새누리나 박근혜나 삼성을 나보다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약간 미묘한 감정이 일기도 한다. 나는 다른 동양인에 비해 자기 자신을 국가와 일치시키는 능력이 굉장히 떨어져서 딱히 현재 한국 꼬라지가 부끄럽거나 하진 않다. 하지만 그래도 이 미묘한 감정은 역시 이런 데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함.
2. 나도 답 없는 환자지만 세상에 참 환자들 많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인간관계를 맺는데 노력을 해야하는 인간이다. 나에게 제일 한국인답지 않은 면을 꼽으라면 '집단' 성향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나는 혼자 있어도 심심하거나 외롭거나 서럽거나 기타등등의 감정을 전혀 못 느끼는 인간이다. 보통 아플 때는 사람이 그립다는 데 나는 아프면 더 혼자있고 싶어하는 타입이라 인간관계는 '좋든 싫든 내가 인간이니까 스스로 인간답기 살기 위해 해야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친구를 심심해서 만나본 적이 없다. 더 정확히 만나면 내 친구가 자기는 친구를 찾고 친구를 그리워하고 친구를 만드는 이유가 '혼자 있기 싫고 심심해서'라고 해서 충격을 받은 일도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라... 그럼 나는 어떤 특정 포인트에 그 친구가 심심하지 않았으면 친구가 되지 않았을거다. 안 심심하니까 나를 친구로 삼을 필요는 없는 거니까.
여튼, 인간관계 = 하기 싫어도 해야함의 경우가 많은 나에게는 가끔 사람을 쳐내는 버릇이 있다. 일부러 대판 싸워서 밀어내는 경우는 전혀 없고 그냥 연락을 안하다가 멀어지는 경우인데, 보통 오래된 친구들은 내가 몇 개월 혹은 몇 년을 잠수를 타도 전혀 신경을 안 쓰고 계속 친구로 남으니까 상관은 없긴 하다.
얼마 전에 만난 친구는 연애를 안 한다. 하는 행동을 보면 분명히 사람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고, 친절하고 착한 애가 맞는데 데이트만 하고(한국식으로는 썸만 타고) 연애는 '절대' 안하는 게 일종의 그 친구의 정책인 것이다. 문제는 말이 어떻든 사람이 하는 짓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분명 기본적으로 사람을 아끼고 배려하는 게 행동으로 보여지니까 이 친구를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더 가까이 가진 못하니 친구가 되거나 아니면 데이트만 하다가 헤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 친구가 연애를 안하는 이유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경위, 혹은 인류에 대해서는 애정을 갖고 있지만 개개의 인간관계에는 어려움(혹은 피곤함)을 느끼는 건 내 물론 백프로 공감하고 이해하나, 다른 면을 보자면 '제 발로 걷어차버린 좋은 기회가 꽤나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 복 지가 차는 거니까 내가 뭐 할 말은 없지만, 안 그러는 게 좋을 것 같긴 하다.
가끔 나에게 내가 이해 못 할 인간적인 조언을 해주던 사람들이 이런 기분이었으려나=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