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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62

왜 자꾸 비밀번호를 까먹는가에 대해서 생각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요즘 뇌사용량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서인지 (여기 오기 전에 피아노 수업 때도 대놓고 머리쓰기 싫다며 피아노 연습할 때도 조성공부 안함. 무조건 악보만 보고 쳐댐)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도 바보짓을 남발하고 있다. 조치 않아. 사람이 단순해지면 별 것 아닌 일에도 단순하게(혹은 즉각적으로) 빡침도 오는 모냥. 아니, 생각해보면 피아노 학원 선생하고도 그렇게 말씨름을 할만한 일이었나? 귓구녕 막힌 사람하고 뭐하러 이야길 하겠다고 덤비는 거지. 가끔 이런 짓을 하는 경향이 있어?

 

확실히 어딜가든 집 밥은 먹을만 하다. 한달 내내 외식만 하다가 며칠 전하고 오늘 딱 두번 집에서 한 밥을 얻어먹었는데, 그게 맛이 어떻든 사먹는 것에 비해 소화도 잘 되고 무엇보다 잘 넘어간다. 여행을 다닐 때 음식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 음식문화가 뛰어난 곳에서는 장기간 있지 않기도 했다. 여기서는 최소한 토마토+계란 볶음(혹은 국)을 배워 갈 생각이다. 근데 이건 중국음식...=ㅠ=

대만 음식문화는 중국+대만본토(원주민)음식+일본+서양이 막 뒤섞여 있는 것 같다. 메인메뉴는 중국, 반찬은 원주민, 빵 후식류는 일본, 차 문화는 여기저기 막 섞여 있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어쨌든 대체로 음식이 저렴하고 맛이 좋은 건 맞다. 다만 나는 사먹는 게 질려!

 

대만 생활이 피곤하다고 느끼는 건 뭐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게 별로 없기도 하고, 음식 문제도 있지만, 도시 생활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대도시는 베를린이 끝이야!라고 결심했는데 베를린보다 더 복잡한 도시로 와버렸어요=_= 차라리 타이중이나 타이난에 집을 찾을까도 싶었는데, 짐짝 들고 돌아다니기가 싫었지. 쩝. 유럽을 떠나면서 결심했던 '다음엔 남쪽으로 가자'는 지키긴 했는데, 생각과 아주 다르다 이겁니다요. 여기서 만난 호주 친구는 호주 시골 출신 좌파인데(미국이나 호주, 캐나다 같은 나라는 대도시와 지역이 정말 많이 다르고, 도시와 지역의 감정적 거리가 굉장히 멀다) 배경 때문인지 지역, 특히 보수적인 시골에 대한 지긋지긋함이 굉장히 크고 도시가 편하다고 느끼는 모냥이다. 그러나 그 친구에게 말은 안했지만 나는 도시 빈민가(슬럼) 출신이란다. 장담하건데 시골이 아무리 그지같아도 도시 빈민가보다는 훨~ 낫다. 물론 나도 시골에서 살아보고 시골에선 못 살겠다고 생각하고, 형편이 되면 소도시에서 살겠다고 마음을 먹은 상태이다. 당장은 한국으로 돌아가도 도시에서 살겠지만 나 사는 동네는 완젼 주택단지라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아파트는 싫지만...-_- 아오, 집 찾기 힘들어.

 

여튼간에 대만이 사회 문화적으로 굉장히 재밌는 나라인 건 맞는 것 같다. 한국이랑은 근대사가 굉장히 비슷한데, 아무래도 배경(식민경험 기간과 형태, 원주민이 있다는 점 등)이 다르다 보니 그걸 기억하는 방법도 다르고, 사람들의 기질도 반응도 다르다. 한국이랑은 비슷한 점을 찾아도 끝이 없이 나오고, 다른 점을 찾아도 끝이 없이 나오는 나라. 대만 여행 오는 한국 사람은 보통 대만을 일본이랑 비슷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고, 나도 겉보기엔(건물이나 도시 분위기?) 일본이랑 비슷한게 참 많다고 느낀다. 역시 한국 사람은 기질이든 뭐든 중국이랑 비슷한 것 같다. 한국 사람의 어떤 기질을 극대화하면 중국 사람이 될 것 같다고나 할까. 한국 사람의 다른 기질을 극대화해도 일본 사람처럼 될 것 같진 않은데 말이지. 거꾸로도 마찬가지.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봤음. 확실히 (취향을 떠나) 라디오 매체에 맞는 사람이 있다. 라디오 특유의 소통 방식에 맞는가 안 맞는가하는 부분에 있어서 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