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별로 안 다른데, 다른 춘향.
친구랑 <다른 춘향>을 봤다. 유명인인 안드레이 서반을 모셔와서 연출을 시킨 건데, 이전에도 이런 걸 했었다. 주로 서양 유명 연출가를 데려와서 한국 무용이나 창극의 연출을 맞기고 동서의 융합이라느니 하는 국립극장 프로그램 중에 하나다. 창극은 이번이 두번째로 첫 작품은 <수궁가>였다는데, 직접 보진 못했고 사진만으로 봤을 땐 꽤 괜찮아보여서 이번 건 꼭 챙겨보려고 했었쥐. 그리고 지난 시즌에 국립무용단이 테로 사리넨과 했던 <회오리>는 꽤 좋았거덩.
결론 적으로는, 제목부터 좀 촌스러운 감이 있더니 연출도 진짜 촌스러웠다-ㅠ- 물론 다른 면으로 봤을 때는 경쾌하다고 해야하나 그냥 웃어 넘길 만한 연출이긴 했으나, 그 수준이 안드레이 서반의 게런티를 생각하면 '뭥미' 싶더라는 거지. 국립창극단이라 소리랑 연기도 겁나 잘한다는 게 참 ㅋㅋㅋㅋㅋ 연주도 좋았음요. <- 불균형 1.
공연 보기 전에 안드레이 서반의 인터뷰를 봤을 때, 이걸 정치적으로 풀려나 싶었지만 정치적으로 풀긴 풀었으되 얄팍하기가 이를데가 없고(개콘에서 정치풍자를 다루는 것보단 약간 더 나은 수준), 이야기와 소리 자체는 만지지 않았기 때문에 원작에 있는 정치성도 못 살리고, 현대 정치를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함. <- 불균형 2.
그 외에도 불균형하다고 느낀 것이 많은데 비쥬얼적으로 최고는 옷. 죄다 따로따로 논다. 누구는 한복을 (90년대 스타일로) 개량한 스타일로 입고, 누구는 그냥 캐주얼하게 입고, 누구는 북한 사람처럼 있고, 누구는 포르노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입는다. 의도했다고 하기엔... 하나같이 촌스러운게 의도한 건지 아니면 서반 취향이 그런 건지, 아니면 서반이 보는 한국이 그런 건지 잘 모르겠음.
결정적으로다가. 포르노에 환장을 하셨나, 그것도 SM에=_=
야하지도 않지만, 여튼 좀 좋게 야할 순 없냐? 너무 (일본) 포르노 스타일이라 난감하잖아. 절정은 춘향한테 빨간색 탱크탑이랑 핫팬츠 입혀놓고 고문하는 장면=ㅠ= 마지막에 씨뻘건 물을 붓는 것도 압권이로다. 게다가 이 씬을 쓸데없이 길게 잡았어 ㅋㅋㅋㅋ 그리고 고문한 다음에 사람 한 명이 선채로 들어가는 되어있는 철제 감옥에 춘향을 넣고 공중에 매달아 놓음. ㄷㄷㄷㄷ 서반, 왜 여기에 집착하는가?
한국의 대표 창극을 SM 포르노에 접목한 게 파격이라면 파격이지만, 도통 연출이나 조명이나 무대나 의상이나. 도무지 파격적인 걸 찾을 수가 없었다. 춘향전을 현대적으로 만들었다고 그게 파격이냐고. 그럼, 홍자매가 쓴 신춘향전인지 뭔지 드라마가 있지 않더냐.
게다가 '다른' 춘향이라며, 뭐가 다르냐고. 어디가 다르냐고. 똑같지 않냐고. 춘향이 다른 현대 작품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되바라지던가. (근데 고전 판소리에서 춘향은 원래 좀 되바라진 면이 있긴 있다. 성질도 좀 지랄맞고. 물론 몽룡이 꽤나 찌질하기 때문에 지랄을 안 할 수도 없다.) 춘향전 자체를 좀 다르게 만들던가. 뭐가 다르냐고.
춘향가는 이야기가 좋은 편이다. 기승전결 구조와 선악구조가 명쾌하고 각각의 캐릭터가 입체감이 있어서 이야기 자체가 뭐로든 풀어가기 좋다는 말입니다요. 이리저리 리메이크나 재해석할 여지도 많다. 이 어정뜬 연출에도 불구하고, 퍽 재밌게 볼 수 있는 이유는 이야기 + 창극 자체의 매력 + 기본적인 무대 수준(음향, 조명 등 국립극장이 원래 다른 극장보다 잘하는 거) 때문이라고 본다. (같은 내용이래도 완창 판소리는 사지를 꼬면서 봐도 창극은 재밌게 볼 수 있는 게 창극의 매력 ㅋㅋ)
2. 대만에서 데이트 했던 친구가 있다. (요즘 한국식으로 말하면 썸을 탄 건가?) 내가 이 친구랑 이야기를 '무지하게' 많이 나눴는데, 그게 좋기도 했고 한편으로 도대체 이 친구와 이전 데이트(혹은 남자친구)와의 차이가 뭘까를 많이 생각해봤다. 정확히는 '왜 이 친구는 같은 내용을 이야기 하는데도 그다지 싫지 않게 들리는가'였다.
1. 설명을 많이 함. 왜 그렇게 말을 하는지, 왜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됐는지 못 알아듣는 것 같으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줌. 그리고 똑같이 자기가 이해가 안 가면 이해가 가게 설명해달라고 계속 물어봄.
2. 무턱대고 질문만 하지 않음. 나는 이런데 너는 어때? 이런 식으로 질문을 함.
3. 대답의 여지를 줌. 질문을 할 때, 이건 매우 사적인 질문이므로 대답을 안해도 된다고 고지를 함.
4. 어떠한 것을 거절 당해도 쿨하게 넘어감. (이건 한국 사람, 특히 남자에게선 거의 볼 수 없는 것;;;) 애초에 옵션을 많이 제공하기도 함.
5. 다른 사람 말을 잘 듣는다. (때론 너무 잘 들으려다가 문제가 생기기도 함. 재밌는 구경이었음 ㅋㅋㅋ;;;)
6. 함부로 다른 사람을 재단하지 않는다. 내가 어떤 말을 하건 간에 '넌 어떤 인간'이라고 못 박지 않는다. 이런 태도는 위의 다섯개가 되기 때문에 나온다고도 생각한다.
결국은 태도로다. 이 친구는 좋은 태도를 갖고 사람을 대했다. 이해받고 싶은 만큼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자 하는 그런 태도.
어떻게 보면 나랑 정반대 타입인 게, 나는 이해받고 싶지도 않고 딱히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어차피 인간은 다른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대해 항상 '근가보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하는 태도다. 다른 사람을 재단하지도 않고 편견도 안 갖고 있지만, 그만큼 타인에 관심이 없음. 이러니 어떻게 껄떡녀가 될 수 있겠어=_=
3. 재밌는 구경 ;
뭐시기 팝송 중에 'you can't fuck personality'라는 가사가 있었댐. 거기 있던 인도네시아 '아가씨', 내 데이트였던 '친구', 중국 '남자' 중 아가씨와 친구는 저게 뭔 개소리 했던데 반해, 남자는 '저 가사 말이 됨'이라고 한 거임.
어느 날 재회한 아가씨와 친구는 남자에게 그게 왜 개소리인지 설명을 해주기 시작함. 남자는 이해를 못함. 나는 옆에서 배가 찢어짐 ㅋ
아가씨와 친구의 요지는 '너가 인간과 섹스(fuck)를 하면 그 상대가 누구든, 어떤 종류의 섹스이든 간에 상대의 personality와 관계fuck하는 것이다라는 것이고, 남자의 요지는 1. 문자 그대로 너는 몸뚱이랑만 fuck하지, 성격personality과는 성교fuck 할 수 없다, 그리고 2. 이를테면, 성매매 여성과 fuck을 한다면 그건 그 사람과 fuck하는 게 아니라 그냥 구멍과 막대기가 만나는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요.
내가 듣다가 안 듣다가를 반복하다 도무지 끝이 안 나서, 남자한테 '섹스인형 있는 거 알지? 얘네 말은 너가 그런 인형과 fuck을 하는 경우에만 you can't fuck personality라는 거야. 왜냐하면 인형엔 personality가 없으니까. 성매매 여성도 personality가 있고, 살아있고, 움직이고, 따뜻하므로 그냥 막대기와 구멍의 만남이 될 수가 없다는 겁니다요'라고 말했으나, 남자는 끝까지 납득을 못 함.
나는 얘네가 이런 걸 갖고 1시간을 넘게 이야기 하는 게 이해가 안 감=ㅠ= 셋다 참 재밌는 친구들임.
참고로 이 대화가 이루어진 (재회의) 장소는 타이페이 게이퍼레이드 뒷풀이 파티였다능. 남자는 LGBT와 페미니스트 사이에서 외로웠다. 남자는 마초는 마촌데, 그렇다고 개마초 타입은 아닌 꽤나 똘똘하고 대화하기 재밌는 남자였음. 친구는 얘랑은 도통 대화가 안 되서 여자한테 인기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백프로 인기 많을 거라고 본다. 저 정도면 동아시아에서는 보기 힘든 남자라오. 게이퍼레이드에 와서 게이친구랑 뒷풀이하고, 저런 주제로 1시간이나 말하는 남자? 흔치 않다오. 게다가 이 남자 외모도 꽤 괜찮았고, 학벌도 좋았다. 학벌과 상관없이 머리도 좋고. 그러나 나도 얘랑 뭔 얘기만 하면 기본 몇시간 토론을 하게 되며, 끝이 안남 ㅋㅋㅋㅋ
남자의 게이친구(이자 내 친구) : 난 남자가 내 취향이야. 좋아. fucking하고 싶은데 아쉬워.
남자 : 너와 fucking 하지 못해 유감이야.
나 : 너랑 쟤의 personality끼리만 fuck 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한번 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