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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지하다

마블은 죽어가는가

결론만 말하면 나는 잘 모르겠음.

 

왜냐면 내가 최근 몇년간은 사실상 마블영화만 보고 있거든.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새로운 영화를 일년에 대충 여섯에서 열편을 보는데 그중 세편이 마블영화고 하나는 타이카 와이티티 영화고 한두편은 보려고 했지만 못 본 옛날 영화고 나머지는 봤지만 기억 못하는 영화다. 

그니까 머리에 남는 건 대부분의 경우 타이카 와이티티 영화와 좋든 싫든 마블 영화 뿐이다. 물론 이렇게 보다가 타이카 와이티티 같은 감독이나 작가나 배우가 걸려들면 다음 사람이 나올 때까지 몇년동안 계속 빨아제낀다. 근데 타이카 와이티티 빨아댄 게 벌써 5년이 넘는 것 같은디. 

 

드라마도 마찬가지. 지금 이 순간 내가 기억하는 드라마는 마블 드라마 몇편, 핸드메이즈 테일, 웨스트월드...정도인가. 웨스트월드는 순전히 테사톰슨이랑 메이브라는 캐릭터가 좋아서 보는 거지 스토리텔링은 개망했음. 보는 도중에 까먹는 드라마. 빌 헤이더를 좋아해서 드라마든 모큐멘터리든 신작이 나오면 보고 싶긴 하지만 한국에선 인기가 별로인 듯 볼 수 있는 곳이 없다. 타이카가 출연하거나 기획한 아워플랜민즈데스, 리저베이션 독스도 보고 싶지만 같은 이유로 못 보고 있음. 한국에선 보고 싶은 작품을 편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못 봐서 돌아버리고 싶지만 요즘엔 뭘 못 본다고 답답하지도 않드라고=ㅠ= 이것 때문에 캐나다로 이민갈 수도 없고 말입니다. 

 

나는 보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영화는 10분 내에 때려치는 경우가 많고 소설은 첫 페이지에서 관두는 경우도 많음. 아니 첫 문장만 읽고 안 읽는 경우도 있다. 영상은 가만히 있으면 영상이 저절로 돌아가지만 책은 적극적으로 읽어야 하기 때문에 더 까탈을 부리는 거인 듯. 

 

어쨌든 그렇다고 해도 내가 마블 영화를 틀어놓고 자거나 딴짓을 하거나 꺼버리거나 혹은 다 보고 내용을 홀랑 까먹는 경우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마블이 작살이 나고 있다는 걸 잘 모르겠다는 거임. 영화든 그림이든 문학이든 음악이든 결국 기본으로 깔고 가는 것은 테크닉이다. 근데 마블은 이미 테크닉에서 어느정도 수준 이상을 항상 뽑아내고 있다. 마블 영화는 뭘봐도 그냥저냥 보게 되는 게 별다른 이유가 아님. 연출 대본 캐릭터 액션 CGI VFX 전반적으로 기술적 수준이 나쁘지가 않아요. 

 

하긴 내가 마블을 챙겨보는 제일 큰 이유는 사실 테크닉 때문이라기 보다는 (이건 그냥 틀어놓고 보게 만드는 힘이고, 마블 콘텐츠가 나온다고 했을 때 챙겨보게 만드는 힘은) 마블이 스튜디오(회사)로서 성장하고 확장하고 공동작업을 하는데 그게 느무 멋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이미 디즈니를 좋아하지 않겠슴. 픽사도 좋아하지 않겠슴. 훌루도 좋아하...

여튼간, 마블은 덕후와 일반대중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고 있기도 하고, 내놓는 신작이 어떤 의미로든 잘 만든 영화이니 안 볼 이유가 있는가. (나는 뇌가 하나인 것 보다는 열개가 낫고 열개보단 백개 천개가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공동작업의 결과가 잘 나오면 환장하는 편이다. 타이카 와이티티가 제 아무리 잘나도 타이카 와이티티 혼자서는 일년에 한 작품씩 뽑아내는 걸 못한다. 다 훈늉한 사람이랑 같이 일해서 가능한 거임.)

 

프레이즈 1을 생각해보면 내 기억에 재밌게 본 거라고는 아이언맨하고 어벤져스밖에 없었슈. 토르가 캐릭터 때문에 좀 볼만했지 헐크, 캡아는 당대에 나온 영화랑 비교해도 특별히 더 재미없었다. 물론 만듦새도 구렸음-ㅠ- 지금이랑 비교 불가임. 물론 아이언맨 캐릭터 자체가 엔간하면 나오기 힘든 음청나게 좋은 캐릭터이긴 하다. 그리고 (물론 나는 토르를 좋아하긴 하지만) 아이언맨 수준의 캐릭터가 아직은 없다고 생각하긴 한다. 하지만 과연 그게 문제일까? 

 

옛날에 행사를 할 때 일종의 규칙이랄까 그런게 있었는데, 해가 갈수록 이벤트는 커져야 한다는 거였다. 경쟁작이 한편이라도 더 많아야 하고 이벤트가 더 커야 하고 더 유명한 사람이 와야 하고 뭐 그런 거다. 다음 인피니티워나 엔드게임같은 빅이벤트를 만들어 가는 도중에도 어떤 의미로든 더 흥미롭고 더 거대하고 더 완벽해야한다. 그러면서 흥행도 빵빵 터져야 하고. 이런데서 어려움이 있는 거지. 아무런 기대가 없을 때 조용히 아이언맨으로 소소한 흥행을 즐길 때와는 다르니까. 그게 왕좌의 무게라는 거 아니겠씀둥. 덕분에 조또 아닌 것들이 마블이 망하네 어쩌네 씨부리는 꼬라지를 봐야 하는 겁니다. 아이언맨 1 같은 거라도 만들어서 내놓고 그따위 소리를 하시든가. 답답하네요 진짜. 

 

뭐, 내가 마블 걱정을 할 이유도 없고 그럴 시간도 없고 의미도 없다. (임대계약서 잘 못 써서 + 성질머리 때문에 멀쩡히 굴러가던 가게를 하루만에 닫아버린 나년. 참고로 폐업은 졸라 힘들다.)

다만 덕후들이 단체로 이런식으로 들고 일어나면 만드는 놈들도 덕후고 소비하는 놈들도 덕후고 나도 덕훈데 정말 여러가지 의미로 덕질은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든당께. 인간들이 시간이 남아돌아서 별 쓰잘데기 없는 소리를 하고 자빠진 건 이해가 가는데 영화나 드라마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안 만들어 줬다고 화를 내는 건 좀... 니들이 만들어서 봐. 못하겠지만. 그러니까 탑건 봐. 백번 봐. 니들이 좋아하는 남자다운 남자가 떼로 나오잖여. 남자답게 전투기 타고 다니고 남자다운 우정을 나누고 유색인종은 양념이고 이성애자 뿐이고. 훈늉하지 않는가 말이야. 보진 않았지만... 탑건도 만듦새는 ㅈㄴ 훌륭한 걸로 알고 있음. 별로 볼 생각이 없어서 그렇지 이런 건 막상 틀어놓으면 재밌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