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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지하다

그래비티

간만에 영화 그래비티 보고 만화책 보며 빈둥댔다. 빈둥대기엔 봤던 영화 또 보고 봤던 만화책 또 보는 것처럼 좋은 게 없죠. 음악도 듣던 것만 듣는 겁니다. 고인물의 하루;;;

 

그래비티는 자주 보는 영화는 아닌데 덴마크국립관현악단의 공연 클립을 보다보니 보고 싶어져서 봤음. 

https://youtu.be/xX-8r1hVzZ8

진짜 잘한단 말이지. 가끔이지만 풀오케스트라를 동원해서 이렇게 가벼운 음악을 연주하다니 약간 재능낭비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긴 한다 ㅋㅋ 하지만 편곡이랑 어레인지를 워낙 잘해서 원곡보다 덴마크오케스트라 버젼을 더 좋아하는 경우도 많응께. 그래비티의 경우엔 너무 단정한 경향이 있다고 느낀다. 원곡에선 메조소프라노가 더 거친 음색을 갖고 있는데 난 그쪽이 더 좋거등. 애초에 영화와도 그게 더 어울린다. 

왜냐면 그래비티는 생존과 삶에 대한 의지를 다룬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면 대체로 눈물 콧물을 짠다. 왜 우는지는 모르겠지만 울고 나서 머리 아픈 계열은 아니다. 

생각해보니 극장에서 볼 때는 안 울었는데 어쩐지 시간이 지날 수록 더 펑펑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우울증이 심한 상태일 땐 안 우는 것 같기도 하고...=ㅠ=?

 

여튼,

그래비티는 은연 중에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우울증에 걸린 아줌마가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어요. 아니 그냥 그런 영화다. 스토리 자체는 대단한 드라마도 없고 엄청나게 매력적인 캐릭터도 없고 그냥 살아보겠다는 의지로 끌어가는 영화. 그런 의미에서 지구에 왔을 때 흙을 콱 움켜쥐는 장면을 좋아한다. 

 

예전에 어디선가 자살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로 자살을 하면 남에게 피해를 주므로... 뭐 이따위로 써 놓은 걸 봤다. 사람들이 자살을 왜 하는지 1도 이해를 못하는 아저씨가 쓴 글이었지. 

자살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딱히 살고자 하는 이유가 딱히 필요없는 것처럼. 기안 보고 태어난 김에 산다고 하는데 그거 좋다. 내가 살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이유가 없어도 상관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도 되고 사랑해줄 사람도 필요 없다. 있으면 좋지만 타인은 내 생존의 이유가 되진 못한다.

그리고. 기왕 살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자꾸 뒤돌아보지 말고 편하게 즐기라고. 

 

촬영과 연출이 다 한 영화. 원래 롱테이크를 좋아하기도 한데 그래비티는 그걸 더욱 더 잘 살렸다. 두 배우 다 매우 좋아하지만 어느 순간은 너무 작위적으로 연기한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게 아무래도 좋다고 느껴질 정도로 연출이 좋다. 영상이 심미적으로도 아름다운 것도 말할 나위 없... CG여, 어디까지 가는가. 느무 좋지 않냐고 ㅠㅠ 

 

티엔궁이 지구로 추락하는 걸 보여주는 장면을 다 좋아하는데, 특히 이 장면을 좋아한다. 자꾸 보게 됨.

예쁘니까!

추락신이 어떤 장면에선 별이 쏟아지 듯이, 저 장면에선 달려나가는 것처럼 역동적이면서도 아름답다. 

단순히 장면이 예쁘고 아름다워서 자꾸 돌려보는 일이 별로 없는데 그래비티는 그런 씬이 꽤 많다. 또 며칠은 이것만 돌려보게 생겼네요 ㅠㅠ

 

 

...시간도 많으니까 뭐. 상관없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