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오타쿠인가.
나이는 들대로 들어서 할 일을 안하고 드라마를 쳐 보는 인간이라니...
본래 볼 생각이 없었다. 그냥 화면이 예뻐서 잠깐 보려고 한 건데 그만 끝까지 보고 말았다.
정말 자괴감이 든다.
그래도 재밌었응께.
배경이 조선이라는 것만 빼면 아주 좋았다. 특히 러닝타임이 오프닝 크레딧 빼면 사실상 30분. 증말 좋음.
여튼 초반에 조선 배경 때문에 집중하기가 좀 힘들더라고. 어차피 픽션인데 뭘 신경 써? 하면서도 마구 뒤로 돌려가면서 보고 말았음. 한반도에서 아무리 말단이라도 관리를 벌건 대낮에 참수할 정도 권력을 가진 집단이 있었나? 일제 때도 이러진 않았을걸. 왕좌의 게임도 이 지경은 아니었던 것 같은디. 기원전도 아니고 나참... 그러고보니 동궁전에서 세자를 보좌하던 내시도 죽인다. 세자를 보좌할 정도면 꽤 고위급인데다가 궁 안에선 사람 안 죽임. 못 죽이는 게 아니라 궁은 신성한(?!) 공간이라 사람을 죽일 수 있어도 안 죽인다. 그게 아니더라도 너무 뻔하게 나쁜 놈이라 재미가 읍어서....
그리고 왕위도 적통(=왕비의 첫째 아들)에 그렇게 집착하지도 않고 세자가 왕이 되는 경우도 백퍼센트가 아님. 다른 계급은 자식이 엄마의 계급을 따르지만 왕의 자식은 왕의 자식이걸랑. 여자는 공주 옹주 나누긴 하지만 아들은 세자(왕이 될 사람)와 그 외로 나뉘지 왕자가 '나는 서자여 잉잉' 같은 소린 안 한다. 안 그런 척 했지만 의외로 게 중 난 놈이 되는 시스템이라는 거임.
그리고 세자는 왜 거의 모두에게 존대를 하는 건지? 대놓고 천민 아니라면 지역 관리에도 존댓말 하는 요상한 세자로다. 조선 시대는 언어가 세분화 되어 있어서 하대를 하더라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하는 하대와 나랑 동갑인 사람에게 하는 하대가 따로 있었다. (나이와 직급에 따른 존칭 체계. 하대까지 포함하면 대략 6종류가 있었다.) 이창을 포함해 이 드라마 캐릭터는 그런 걸 거의 지키지 않는다.
이런 거 지키며 쓰는 사극도 별로 없는 것 같긴 하지만, 여튼 작가가 시대물을 잘 안 쓴 티가 이렇게 대사에서 (특히 더) 났다. 계속 할 생각이라면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해 피상적으로 말고 공부를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고증은 조또 신경쓰지 않은 탐나는도다는 스킵없이 재밌게 봤었다. 이 드라마에서 조선시대의 문화를 비틀고 활용하는 방식과 조선의 문화적 디테일이 굉장히 잘 다뤄져서 재미졌지. 광해와 인조가 나오는 장면만 싹다 빼면 크게 거슬릴 게 없는 즐거운 드라마였다.
복식이나 미술은 잘 몰라서 복식 개념은 없음. 사회상만 알고 그 외에는 이쁘면 장땡인지라 ㅋ
드라마 리뷰에 조선 배경에 대한 감상평만 썼네.
여튼 갠적으론 좀비물을에 흥미를 못 느껴서 액션씬은 제끼면서 봤지만 이걸 바이러스로 푸는 방식이나 서사도 좋고, 전투 장면은 굉장히 사실적이고 실질적이라 좋았다. 몇몇 캐릭터도 잘 만들어졌고 주조연 배우의 카리스마도 좋았다. 나는 세자가 그닥 정이 안 가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분명 시즌 1 초반엔 칼질을 잘 못 했는데 뒤로 갈 수록 겁나 잘하게 되는 게 쫌 별로야. 그냥 내 취향에 별루임. 캐릭터 성장과 칼질에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가.
덧붙여 추워서 그런가? 가끔 딕션이 되게 뭉개지더만. 좀비는 안 추워보이는데 살아있는 캐릭터는 가끔 진짜 힘들고 추워보인다.
연출도 괜찮고 무엇보다 화면이 굉장히 예쁘다. 로케이션 섭외하신 분이 열일 하셨음. 연출에 대해 더 할 말이 없는 게 하도 뒤로 돌려가면서 봐서리. 연출 때문에 다시 볼 수도 있겠다.
시즌 2 첫번째 에피에서 퇴각씬이 특히 마음에 들어버렸음.
생각해보니 이 드라마라 뒤로 돌려가며 본 게 아니라 내가 정속으로 보는 영화나 드라마 자체가 더이상 없는 것 같다. 우찌된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