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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메갈 이전의 여성주의 2

98년 김영삼 정부가 외환위기로 대차게 말아먹으며 문을 닫고 김대중 정부가 들어섰다. 나는 이 때 그냥 남이 하던 말을 주워섬기는 존나 멍청한 고삐리였다. (아련...)

 

당시에 어렵긴 어려웠던 게 망한 회사도 워낙 많았고 회사가 망하니 그 회사에 대출해진 은행도 휘청거렸다. 그냥 민간, 시장만 어려웠으면 좀 나았을지도 모르는데 이 전에는 국가에서 수출 잘하라고 환율을 조정해줬다. 위기가 생기니 투자하던 달러가 싹 빠져나가는데 (쉽게 말해, 달러빚 졌던 회사가 빚 갚으라고, 달러 내 놓으라고 닥달 당했다.) 이러다보면 원화가치가 뚝뚝 떨어진다. 그걸 정부에서 달러를 풀어서 막으려고 막으려고 막으려고 하다가 결국 빵꾸가 난거죠. 그리고 달러를 다시 채우려고 문을 두드린게 IMF다. (빚 때문에 빵꾸 났는데 다시 빚을 지는 아이러니.)

기업은 살아보겠다고 인원 줄이고 국가는 같이 해보자고 금모으기 운동하고 그랬쥐. 나도 사고는 대기업이 치고 금모으기 운동은 서민이 했다고 우습게 보는 쪽이지만 애초에 한국의 경제성장이 그런 대기업에 기대서 한 거라 해도 되는 거긴 했다. 우리 집은 금이라고는 먹고 죽을래도 없어서 못 했지만 ㅋㅋ

 

다 죽겠다고 했지만 그 와중에 세상이 많이 변했다. 그 전에는 평생 직장이네 어쩌네 하더니 죽을 판 되니까 제일 먼저 직원을 잘라버리니 더 이상 평생직장이라는 것도 없어졌고 그러다보니 사회나 직장에 대한 충성심도 사라졌다. 덧붙여 이 때 여성을 많이 잘랐다. ㅋㅋ 남편이 (혹은 너네 아빠가) 돈을 버니까 (여자인) 너는 잘려도 되잖아. 이런 개같은 논리를 졸라 성의있고 진지하게 말하던 시절이었다. 구조조정이 필요하긴 했지만 '제일 손 쉬운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한 건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튼 나는 여자라고 짤리고 너는 남자인데도 짤려서 그런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상하관계나 남녀관계가 좀 느슨해지긴 했다. 억눌려있던 게 갑자기 터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뭔가 부모한테 금전적으로 사랑받고 자란 오뤤지 족이 사회에 나올 시기라서 그랬던 것 같기도...? 돈 벌고 쓰는 거에 남녀 없고 위아래 없더라~ 그리고 내가 개처럼 번 돈 내가 정승처럼 쓰겠다는데 남이 뭐라든 나랑 상관없다는 분위기도 팽배했고 이꼴이 보기 싫어서 된장녀나 개새끼 끌고다니는 개똥녀같은 라벨링도 2천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여기에 더해서 세상이 미묘하게 저절로 바뀐 이유 중 하나가 정권교체라고 (나는) 생각한다. 밥 먹고 싸고 돈 벌고 진상 부리는 거야 변하지 않았지만 학생운동 하다가 감옥살이 했던 사람들을 집행유예라도 풀어주기도 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 잡아다 간첩으로 몰지도 않고 큰 사건이나 사고가 나면 국가에서 미안하다고 하기도 했다. 국가권력도 만만해지기 시작한다. 그 전에는 공무원이 촌지를 엄청 받았고 그러면서도 불합리한 일이 많았는데 그걸 없앴는데 오히려 철밥통이니 뭐니 하면서 공무원의 사회적 위상이 꼴아박히는 시대가 된 겁니다. (요상...)

 

내가 이 시대를 살기도 했지만 한국에 없던 기간도 짧진 않아서 그런지 경험과 공부해서 얻은 기억이 왔다갔다 하긴 한다. 그래도 확실한 건 이 때 사회가 엄청나게 변했는데(나도 많이 변했다.) 여성주의나 민주화 운동이나 이 시류를 타기보다는 그냥 없어져버렸다. 그냥 쉽게 만족해버린 걸까 싶기도 하다. 운동하는 사람들 말고 그냥 한국 사회와 한국 사람들이 말이다. 여권 이미 올라왔잖아? 민주화 됐잖아? 이래버리니까 말이다. 지금도 여성상위시대라고 진지하게 말하는(믿는) 사람이 있으니 마찬가지인가.

 

하지만, 예를 들어서, 가정폭력이 없어진 게 아니고 그나마도 법적인 처벌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예전엔 딸이 후드려 맞으면 친정 부모가 피해자인 딸에게 '참고 살아라, 결혼하면 그 집 사람이다'이랬는데 이 이후론 '그런 놈이랑 살지 말고 이혼해라, 네가 뭐가 부족해서'라며 친정부모가 적극적으로 딸내미 편을 들어서였다. 당장 내가 십대 때(90년대)만 해도 여자랑 북어는 3일에 한 번씩 패야한다는 말이 공중파에 잘도 나왔었지. 이젠 이런 말을 어떤 방송에서 하지도 못하지만 '아내의 맛'이라는 제목으로 집 밥해주는 착하고 좋은 마누라라는 컨셉의 방송이 있는 것도 사실 아닌가. 저 제목이 성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것도 사실이고 그 성적인 뉘앙스 조차도 맛을 보고 평가하는 입장이라는 게... 참 대단들 하십니다. 그 방송을 하는 방송사나 그 방송의 주 시청자를 고려하고 백번 양보하더라도, 여권이 상승하긴 했지만 그 퀄리티가 별로라는 얘기다. 퀄리티가 중요하지 말입니다.

 

메갈은 한국 사회의 여성인권의 수준이 맘에 안 든 사람들이 들고 일어난 걸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