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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지하다

위쳐, 조조래빗

1. 더 위쳐.

원작이나 게임을 1도 모르기 때문에 오로지 헨리 카빌 때문에 보기 시작했다. 난 정말 취향 따윈 없고 잘 생기면 다 좋은 모양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슈퍼맨 스타일의 미남을 흥미롭게 느끼긴한다. (뭔가 전형적인 미남 이미지라는 게 있음. 북미에서 슈퍼맨의 영웅적 위상=완벽한 초인간이라는 함의가 담긴 얼굴. 뭔가 남성적이면서도 선하고 강단있으면서도 부드러운 하여간 좋은 이미지가 있다.) 무엇보다 헨리 카빌이 오타쿠라 좋음. 오타쿠에겐 무조건 1점 더 줌.

 

1편은 도대체 뭔 드라만지를 알 수가 없어서 헨리 카빌 얼굴하고 (목소린 별로.) 랜프리(의 얼굴), 그리고 액션씬 덕붙에 끝까지 다 봤다. 액션도 멋지긴한데 도대체 랜프리랑 게롤트가 왜 싸우는지를 모르겠음=_=;; 마법사하고 칼잡이가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 굳이 위쳐를 고용하려는 이유도 모르겠고, 고용이 안 된다고 그 사람이랑 싸우는 것도 이상하고... 뭔가 판타지나 무협지에서 보이는 이상한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하고 있음. 여튼 이러한 이유로  2편 부턴 1.2배로 틀어놓고 뒤로 무지막지하게 제끼면서 봤다. 예니퍼 나올 때만 좀 집중해서 보다가 지니 에피소드에서 예니퍼한테 완전 빠져서 허부적대고 있음;; '난 모든 걸 원한다, 이 색히야!'하는데 웃기면서도 미묘한 쾌감이-ㅠ-;;

찾아보니 예니퍼는 게롤트와 자고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서 자고 싸우고 또 헤어지고 또 만나서 자고 싸우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는 모냥이다. 아놔 이런 거 싫어하는데. 그냥 둘이 시리 데리고 괴상망측한 가족으로서 잘 살면 좋겠구먼.

 

여튼 시즌 2를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다. 예니퍼가 보고 싶으다.

 

 

2. 조조래빗.

웃으면서 보다가 후반부엔 질질 짜면서 웃으면서 봤다. 몇시간 지났는데도 계속 눈에서 궁물이 날라고 한다. 스포일링은 다음에 하고 다만 보다가 예상치 못하게 '마음이 찢어질 수도 있음.'

타이카 와이티티가 좋다. 느무 좋다. 증말증말 좋다. 작년 말부터 오스카까지 모든 영화제에서 번번히 봉준호에게 밀리고 있는데 좀 아깝긴 하다. (내가 왜? ㅋㅋ) 타이카 와이티티는 영화는 일단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감독이다. 좆같은 세상에 영화까지 쓸데없이 진지할 필요는 없다며 인터뷰를 한다. 근데 내가 보기엔 보기 괴롭고 힘든 현실을 코메디로 포장해서 더러운 꼴을 다 보게 만드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조조래빗은 히틀러와 나치는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혐오가 만들어지고 퍼지고 나름의 이유로 혐오를 선택하고 추종하는 사람에 대한 영화다. 그리고 그 인종차별하는 사람들이 나쁜 인간이라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꿈과 야망이 있고 착하고 순수하면서도 말 잘 듣는 귀여운 아이'가 꼭 좋은 건 아니라는 것이나 보통 사람이 정치와 사회 환경에 휘말리거나 휘둘리는 모습을 날로 보는 건 힘들다. 그래서 대체로 그런 걸 안 만든다. 만들더라도 어두운 내용엔 어떤 식으로든 그에 걸맞는 드라마와 감동과 기타등등을 넣고 보기 편하게(=맥락에 맞게) 표현을 하는데 이것만 잘하도 거장이 된다. 물론 이것도 쉬운 건 아니다. 내가 타이카 와이티티를 특히 더 좋아하는 이유는 어울리지 않는 감정 두개를 뒤섞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이기 때문이다. 타이카 와이티티의 경우엔 유머를 눈속임으로 쓰고 그가 즐겨다루는 다루는 현실의 무거움이나 인간성의 생생함, 슬픔을 유머와 굉장히 잘 버무린다. (봉준호도 이걸 참 잘한다.)

게다가 그 유머도 완벽함. 아시아문화권에선 뉴질랜드식 유머가 너무 건조해서 유머로 안 느껴질 수도 있지만 굉장히 웃긴다. 말장난도 굉장히 좋아하고 메타포도 많다. 예를들면 러시아계 유대인과 마오리족(폴리네시안계)의 혼혈인 타이카 와이티티가 히틀러를 연기하는 거 자체가 굉장한 유머지. 알고 있으면서도 조조의 상상의 친구가 나왔을 때 혼자 빵터지고 말았네.

 

미국의 어떤 주에선 조조래빗을 차별과 혐오(플러스 역사)에 관한 교육용 자료로 활용한다고 결정하기도 했다. 주연 배우도 친구들과 그 시대를 좀 더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고. 차별과 혐오에 관한 교육은 한국에도 많이 필요한데 말입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상영을 길게 하는 거 보니 나름 많이들 보는 모양이지? 좋은 일입니다.

 

그나저나 샘 록웰은 여전히, 그리고 역시 겁나 매력적이네요. 평범하게 멋있음. 스스로도 왜지 싶은데 볼수록 매력있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