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파이더맨 파프롬홈 마지막 액숑씬을 보고 싶어서 다시 봤다. 원래 나는 일대백 액션씬을 안 좋아하는데 여기선 액션이 굉장히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마블은 캐릭터에 맞는 액션 연출을 잘하는데 여기서 특히 좋았걸랑. 시빌워에서부터 스파이더센스가 있느니 없느니 말이 많았는데, 마블버젼 스파이더맨은 청소년이라 처음부터 다 장착하고 있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 익히고 다듬어야 해서 피터팅글도 작동이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가 있다. 그리고 파프롬홈 마지막 액션 씬에서야 능력을 완전히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는 거다. (이걸 갖고 박터지게 싸우는 양덕들 ㅋㅋ)
마지막 액션씬이 더 마음에 드는 이유는 피터가 찔찔 짜고 있어서다. 우는 장면은 없지만 톰 홀랜드 눈이 내내 빨갛고 부어있고 나중엔 눈물 자국도 보인다. 그냥 나쁜 놈을 갈등없이 물리치는 게 아니라 차기 아이언맨이라고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 잘 모르는 사람을 믿고 일을 그르친 것에 대한 자책 등이 잘 묻어난 연기라고 생각하거덩. 아이언맨의 후계자이면서도 스파이더맨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지키는 것도 좋았다.
2. 파프롬홈에서 블립이나 아이언맨의 죽음, 캡아의 실종(?)을 가볍게 다뤄서 싫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근데 원래 마블의 계획은 엔드게임을 5월에 개봉하면 2019년엔 아예 영화를 안 내는 거였다. 하지만 소니는 2년에 한번씩 스파이더맨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왜냐면 소니에서 지금 큰 돈 버는 영화는 이거랑 미션임파서블 밖에 없걸랑요. 잘 좀 하지, 그러니.
소니는 북한의 소행으로 보이는 이메일 해킹으로 사내 문화였던 여혐과 인종차별이 드러나 피해자인데도 겁나 두들겨 맞았는데 그 뒤로도 회생을 못한다. 마블 라그나로크 캐스트와 농담을 때려넣은 창의력이라고는 1도 없는 맨인블랙인터네셔널도 욕만 배부르게 먹었지.
3. 나는 등장한지 15분만에 죽어 나가는 '조카를 키워준 착하면서도 죽을 때 멋진 말을 하나 투척하는 아저씨'인 벤 삼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스파이더맨 조연은 다 스파이더맨의 성장과 고통을 위해 다 죽어나간다. 삼촌, 여친, 여친 아부지, 친구, 친구 아부지... 심지어 스파이더버스에서 마일스의 삼촌도 죽는다--;;
그보단 아이언맨과의 관계 형성이 훨씬 좋다. 특유의 멘토멘티 관계를 정말 잘 형성한데다 순수하고 순진하고 그만큼 어린 피터 파커가 하는 무조건적인 우상화와 못되 처먹은 토니 스타크의 베베꼬인 애정표현이 정말 재밌지 않냐고. 근데 양덕은 이 영화 다섯편을 거치며 다진 관계보다도 15분 만에 죽어 나간 벤삼촌을 그렇게 찾아대더라고. 물론 연애하는 젊은 싱글 메이숙모도 되게 싫어하고 혼혈에 파티걸이 아닌 엠제이도 되게 싫어함 ㅋㅋ 엠제이가 자길 좋아하는 것 같아서 엠제이를 좋아하게 된 피터 파커도 별로 안 좋아한다. 왜지, 난 진짜 이 설정이 좋은데...-ㅠ-ㅋ
그리고 그들이 꿈꾸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소니가 마블과 헤어지겠다고 한 거입니다. 이 건이 재밌는 건 소니가 하는 짓이다. 계약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 것도 소니 쪽으로 보고 있고 실제로 소니만 트위터 등을 이용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웃긴 건 처음엔 '디즈니가 케빈 파이기가 우리 일을 못하게 하자나' 이러면서 꼭 이혼할 때 애들 걸고 넘어지는 철없는 부모처럼 굴더니 그 다음엔 '흥칫뿡, 케빈 파이기 없어도 우린 스파이더맨 흥행 시킬 수 이써!!' 이래버렸다. 디즈니는 뭐... 아무 소리 안하고 있음. 그야 디즈니 입장에선 스파이더맨 캐릭터 하나가 그렇게 아쉽지 않은 상태이다. 어차피 장난감은 실컷 만들어 팔 수 있응께. 직접 만들지 않아도 소니가 잘 만들어서 흥행시키면 디즈니는 손대지 않고 코푸는 격이다. 그리고 가디언즈오브갤럭시도 흥행시키는 마블인데 (원작 만화가 개구림으로 유명) 스파이더맨 없어도 갠춘하다고 생각하는 걸 수도 있고 그냥 내비두면 다시 기어들어올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소니는 스파이더맨, 베놈,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버스, 드라마 스파이더맨 등등 스파이더맨으로 마블유니버스 같은 스파이더맨유니버스를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 문제는 발표만 봐도 질린다. 스파이더맨은 아이언맨 따위 필요없다규! 혼자서도 잘한다규! 스파이더맨 영화에 자꾸 아이언맨이랑 마블세계관 때려넣지 말라규!!!! 하던 양덕도 짜게 식고 말았다. 그들이 원하던 스파이더맨이 혼자 날뛰는 영화가 나올텐데, 나오기는 할텐데 문제는 소니는 마블이 만든 톰 홀랜드 스파이더맨을 계속 쓰려고 한다. (왜냐면 스파이더맨 영화 중 제일 많이 벌었걸랑.) 근데 마블 스파이더맨의 아이언맨이나 블립같은 배경설정과 엠제이나 네드 등을 쓸 수가 없다. 당연히 해피도 안 나올테니 메이숙모는 다른 남자 찾아봐야 함. 진짜 오직 톰 홀랜드만 나오게 생겼음. 그래서 이런 양덕들을 놀린다고 마블빠들이 '프리퀄로 니들이 좋아하는 벤삼촌 이야기 하면 되겠네 ㅋㅋㅋㅋ 벤삼촌 또 죽겠구만 ㅋㅋㅋㅋ' 이러고 있다. 그래서 혼란에 빠진 데다 왠지 모르게 화가 난 양덕은 디즈니를 돈에 환장했다고 마구 욕함.
+ 이 디즈니가 돈에 환장했다는 이야기는 디즈니가 영화 수익금의 50퍼센트를 갖고자 협상을 시도했다는 소문이 돌아서다.
이전까지 마블 스파이더맨 영화는 소니가 제작비를 대면 마블이 만드는 식이었다. 그러니 수익도 소니가 가져간다. 다만 일종의 보너스 느낌으로다가 개봉첫날 수익의 5퍼센트를 디즈니가 가져갔다. 이건 사업적으로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디즈니도 어벤져스 시리즈에 스파이더맨이 나오는 것에 대한 판권료는 내지 않았다. (장난감 사업 판권은 원래 마블이 갖고 있었다. 소니는 영화 판권만 갖고 있었던 것임.)
그리고 스파이더맨 홈커밍과 어벤져스 시리즈가 빵빵 터지면서 스파이더맨의 위상도 올라가고 그러면서 스파이더맨의 흥행이 보장되니까 디즈니에서 진작에 '우리도 스파이더맨 제작비 반(혹은 25% 혹은 35%) 낼까봥. (그러니 수익금도 그만큼 내놔.)' 이랬다. 소니는 디즈니의 요구에 별 반응을 하지 않고 못들은척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스파이더맨 파프롬홈이 나왔는데 얘가 스파이더맨 영화 중에서 제일 많이 벌어먹은 영화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소니는 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제작비 반 내는 거 시져.' 이래버렸죠. 그랬더니 디즈니는 '이 색히가 한동안 까똑에 답장도 안하고 있더니 뜬금없이 다시 협상테이블로 나와서 주절대고 지랄이얌' 대충 이런 반응으로 '그러시등가, 아이고 요즘 우리 케빈 파이기가 하는 일이 많아서 좀 바쁘네. (글고보니 그동안 니들 케빈 파이기 공짜로 데려다 썼지?)' 이랬던 모양이다. (소니에서 만든 베놈 포함 모든 스파이더맨 영화엔 케빈 파이기의 조언이 들어가있다.) 그 이후로 디즈니가 수익금의 절반을 토해내라고 했다는 둥 하는 계약상의 뒷말이 슬슬 흘러나온 것이다.
파프롬홈 개봉할 때 즈음엔 일억불 못 벌으면 디즈니랑 헤어지겠다고 한 계약상의 뒷말이 나와서 그때는 또 소니가 좀 욕을 먹었다. 왜냐면 소니가 스파이더맨으로 혼자 했을 때 제일 많이 번 돈이 칠천만불이걸랑. 어디서 스파이더맨 네임발류를 살리지도 못하고 족족 말아먹은 놈이 이딴 소리를 하냐는 식이었지. 그리고 파프롬홈은 당연히 일억불 이상을 벌고도 남을 거라는 예상을 이미 개봉 초기에 하고 있었다. 인피니티 스토리라인의 마무리와 마블의 향후 10년의 포고를 여는 영화라고 마블이 팍팍 밀어줬기 때문입니다. 이래놓고 협상 깨지니까 케빈 파이기는 '우리는 마블 스파이더맨 영화 5편을 만들었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다 했다. 어차피 계약은 영원하지 않은 법' 이래 버렸다. (+서럽게 우는 마블, 스파이더맨 빠돌이들.)
톰 홀랜드는 원래 스파이더맨+베놈 영화는 좋은데 그럴려면 베놈이 마블유니버스로 들어와야 한다고 이야기 했었다. '나는 마블 패 못 버린다'라고 대놓고 말했지. 그도 그럴 게 소니는 돈만 낸 거지 제작을 마블에서 했으니 영화적 관계형성을 죄다 마블이랑 했다. 마블 10주년 기념으로 사진 찍고 파티 할 때도 스파이더맨 소니 영화니까 뺀다 하지 않고 존 와츠랑 톰 홀랜드 등등 다 불러서 같이 놀았다. 딜이 깨졌다는 보도가 나오고 D23(디즈니판 코믹콘)에서 톰 홀랜드가 인터뷰를 했는데 넘나 어른스럽게 '스파이더맨은 계속 될겨. 앞으로 더 잘될겨'라고 말했다. 근데 애가 인터뷰 내내 자꾸 카메라 너머 어딘가를 곁눈질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팬들은 톰 홀랜드 에이전시가 조언한 대로 말하는 것 같다며 '아이고 우리 애긔 다 컸네, 오구오구' 하고 있다.
아직 협상은 끝나지 않은 걸로 보인다. 소니가 과하게 질척거리고 디즈니는 전혀 공식적인 발표를 하고 있지 않다. 소니에서 계약 내용을 찔끔찔끔 흘리면서 대중 반응을 보고 있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제일 많은 상황. 그리고 디즈니는 급할 게 없으니 내버려두고 있다가 잠잠해지면 슬쩍 해결하려는 것 같다는 점을 치고 있음.
내 생각엔 일단 베놈 2가 성공을 하고 (엔디 서키스가 감독을 한다니 성공했으면 좋겠다.) 스파이더맨+베놈 영화를 만들어서 그게 잘 되면 스파이더맨이 굳이 디즈니로 안 가도 소니는 아쉬울 게 없다. 애초에 1억불씩 안 벌어도 되기도 한다. 베놈도 마블 팬은 꼴랑 그거 벌었냐고 하지만 소니는 제작투자비 대비 수익 좋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좋았지. 사실 디즈니가 심하게 무지막지하게 벌어들이는 거다.
4. 덕질은 힘들다. 사람을 미치게 만들거든. (물론 모든 스파이더맨 만화팬들이 이런 패턴을 보이는 건 아니지만 이런 꼴통들이 목소리가 크다=ㅠ=)
난 아무래도 좋다. 어차피 존 와츠하고 톰 홀랜드가 계속 할 것 같고 영화가 그지같으면 안 보고 다른 거 보면 된다. 세상에 돈은 많고 돈 때려붓고 잘 만든 영화도 많다. 마블이든 콜롬비아든 유니버설이든 영화만 재밌으면 아무래도 좋다.
5. 생각해보니 소니 쪽 이야기가 덜 된 것 같다. 소니는 꽤 오랫동안 되는 일이 없고 생각만큼 성공시킨 영화도 없다. 아무래도 후지게 만들어도 꽤 큰 돈을 만드는 스파이더맨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다. 애초에 마블과 함께 하기로 결정했을 때도 소니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앤드류 가필드를 그대로 갖다 쓰길 바랬다. 자기네 프랜차이즈를 유지하길 원했지만 당연히 택도 없는 일이었다. (덕분에 앤드류 가필드는 자기가 짤리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마블 스파이더맨이 흥행하면서 소니는 앤드류 가필드는 싹 잊어버리고 톰 홀랜드를 어떡하면 자기네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짱구를 굴리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스파이더맨 세계관을 만들겠다고 설쳤고 그래서 나온 게 베놈이다. 이때도 톰 홀랜드 스파이더맨을 넣고 싶어서 이리저리 찔러봤으나 못 넣었음 ㅋㅋ;; 베놈은 흥행엔 아주 크게 성공을 했는데 비평에선 망한 케이스다. 하지만 장사라는 건 결국 매출이 얼마냐에 평가가 좌우되는 법, 소니는 베놈이 성공했으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리고 아이언맨이 스파이더맨을 끌어준 것처럼 (내용으로 보면 그게 아니지만 마케팅은 꽤나 그렇게 했다. 참고로 스파이더맨 예고편 만들고 마케팅 하는 건 소니임. 마블은 그냥 파이기가 입 털어주는 게 다다.) 톰 홀랜드 스파이더맨의 흥행이 베놈의 흥행을 더 올려줄 거라고 생각하고 자신있게 '협상의 문은 닫혔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함정은 소니 CEO가 자꾸 우린 잘할 수 이써!! 라고 말은 하는데 정작 '협상 끝났음. 우린 이혼했음. 끗' 이렇게 말하지 않고 '지금은 문이 닫혔다' 라고 now를 붙인다. 이걸 '이제 문이 닫혔다'라고 볼 수도 있지만 뉘앙스가 뭔가 애매하거덩.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협상이 끝난 게 아니라 시작도 안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그리고 또 하나의 루머가 있는데 소니가 몇년 내에 영화 사업을 접을 예정이라는 게 있다. 팔기전에 블록버스터 팍팍 만들어서 몸값을 한 껏 높인 다음 스파이더맨 판권을 포함해서 영화사 전체를 팔아먹겠다는 생각이라는데... 이게 좀 애매한 게 그런 막판 쌍끌이 작전으로 데려다 놓은 CEO가 (돈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