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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불평등

배알이 꼴리든 배가 아프든 누군가가 특별히 더 꼴보기 싫다는 현상과는 상관없이 어쨌든 불평등이 존재하긴 한다. 그 현상의 원인이 사실이고 현실이라는 거임. 근데 그걸 해소하겠답시고 꼴보기 싫은 인간의 가족을 후드려 패는 건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그냥 감정의 해소이다. 그보단 불평등을 어떻게 해야 해소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근데 그런 이야기 안하고 있지 않은가. 한국당은 불평등이 문제가 아니라 가난이 문제라며 모여 앉아 모든 국민을 부자로 만들겠다는 꿈을 꾸고 있지.

 

내가 한국당 하는 짓에 비웃음을 날리긴 하지만 사회적 불평등이 없어질 수 있는 것이냐 하면 그건 잘 모르겠다. 불평등이 없는 국가를 본 적이 없고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도 본 적 없다. 부정부패가 없는 사회는 문화가 바뀌고 제도가 정비되면 어느정도는 성취할 수 있다. 차별은 없는 척은 할 수 있다. 서구권에서 고등교육을 받는 교양있는 자는 차별을 안 하는 방법도 배우지만 차별을 감추는 세련된 표현 방법을 배운다. 근데 차별이 없고 불평등이 없는 게 가능하냐면 아닐걸. 제도나 법은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제약을 가하기도 하지만 완전히 바꾸거나 무언가를 못하게 하진 않는다. 사람들이 과연 사회적인 평등을 원할까하는 것도 나로선 의문이다. 모두가 평등하고 서로의 성격과 취향을 존중하는 걸 원할까? 다른 사람의 상황과 형편을 이해하고 인지상정을 갖고 동정심을 갖고 싶냐고. 그보단 중국인은 타고나길 목소리가 크고 흑인은 피지컬만 좋고 이슬람은 그냥 답이 없는 종교라고 한국인은 태생이 개돼지라고 발라버리는 게 더 쉽고 편하지 않냐고. 모든 사람은 타인이 나의 취향을 인정하고 나를 받아들여주길 원하긴 한다. 하지만 내가 타인을 존중하는 건 굳이 수고를 하면서까지 할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면 그렇게 생각은 안하는데 그렇게 행동을 하고 있던가.

 

나는 한국의 교육제도가 꽤 평등하게 만들어져있고 사회도 비교적 평등하다고 보는 편이다. 아동 청소년 대부분은 교육을 받고 있고 국공립이든 사립이든 학교에 가면 다 똑같은 내용을 학습한다. 사립학교 다닌다고 별달리 특별한 내용을 배우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졸업하면 취업을 하든 창업을 하든 돈을 벌며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이 된다. 사교육을 받는다고 토니 스타크가 되진 않는다는 겁니다. 돈이 겁나 많다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공무원이 되고 싶지만 공무원이 못되도 안 죽고 어떻게든 취직해서 돈 벌고 결혼하고 애새끼 쳐낳고 그 애새끼가 말을 듣네 안 듣네 이 지랄하면서 산다. 요즘엔 밥상머리 교육도 학교에서 하라고 하지만 사실 국가입장에선 그럴 필요가 없다. 국민이 애 씀풍씀풍 낳고 적당히 잘 처먹고 적당히 건강하게 적당히 돈 벌고 쓰면서 적당히 살다 죽으면 되는 거다. 딱히 전 국민이 테레사 수녀같은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모두가 수도승처럼 살려고 하면 곤란하다. 그럼 소는 누가 키워?

 

여튼 한국인은 잘 살든 못 살든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비교적 비슷한 비젼과 세계관을 갖고 살고 있다. 근데 유럽이나 북미는 안 그렇슴. 미국은 부자와 가난한 자의 간극이 상상을 초월한다. 사고방식 행동양식도 다르고 아예 보고 경험하는 세계 자체가 다르다. 중국이나 한국의 부자는 그냥 돈이 엄청 많은 건데 미국과 영국의 부자는 자본 그 자체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은행은 말로만 독립되어 있고 실제론 행정기관에 종속되어 있는데 미국과 영국의 국책은행은 아니다. 거기는 국책은행을 레알 자본가가 움직인다고 봐야 한다. 물론 정치의 영향을 받긴 하지만 한국처럼 종속적인 형태는 아니다.

한국은 신용자본의 간극이 커도 인적자본이나 사회적자본을 비교적 쉽게 높일 수 있다. (재산의 정도는 크게 차이가 나도 인맥이나 교육과 교양의 정도는 비슷할 수 있다는 거임. 이건 기득권만의 독특하고 전통적인 문화가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 건국한지 얼마 안된 나라라서 그럴 수도 있음.) 한국에선 기득권이라는 게 닿을 수 없을만큼 멀리 있지도 않고 사회 분위기가 기득권이 되라고 바람을 계속 넣으면서 신분상승의 욕망을 주입하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이 생기는 거다.

 

반면 유럽에서도 계급이 남아있거나 그 흔적이 남아있는 나라는 신용자본이 간극이 크면 보통 인적자본과 사회적 자본의 간극도 크다. 영국의 가난한 동네에서 나고 자라 머리가 좋거나 열공을 해서 어떻게 캠브리지나 옥스퍼드에 들어가도 궁극적인 사회 지배층의 문화를 흡수하거나 인맥을 만들거나 하는 건 힘들다는 거다. (취직 잘해서 돈 잘 벌어 잘 먹고 잘 사는 것과 상관없이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팩터가 많다는 소리임.) 하지만 서유럽은 보통 사람이 딱히 기득권이 되고 싶어 몸부림을 치지 않는다. 그런 욕망에 시달리지도 않고 그러라고 시키는 사람도 없다. 먹고 사는 고민이야 다들 하지만 신분상승의 욕구가 한국처럼 심하진 않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배가 아픈' 일이 별로 없다. 불평등이 없어서 배 아플 일이 없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욕망이 없어서 배가 안 아프다.

 

법령에서도 티가 나는 게 평등에 관한 것도 행복추구권처럼 평등추구권이나 평등추구법이 되야 하는데 실상은 차별금지법 정도로 제정된다. '이건 너무 심하잖아' 하는 말과 행동 제도가 있으면 그걸 약간 고치는 수준이지, 인간은 이타적이고 고등한 동물이므로 모두가 평등하게 잘 먹고 잘 살며 행복할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이룰 것이다!!! 라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하거나 믿는 정책입안자는 없을 것이다. 인권운동가도 이런 거 안 믿음. 어쩌면 인권운동가야 말로 인간의 바닥을 가장 잘 아는 인간일지도 모른다.

 

청와대하고 민주당이 입시 방식을 두고 고민을 하는 모양인데 어떻게 바꿔도 소용없고 욕만 뒤지게 먹을 것이다. 심 몇년 전에 교육방송에선가 교사, 학부모, 학생을 데리고 교육정책 토론회를 했는데 진짜 개판 개판 그런 개판도 없었다. 이런 경쟁사회가 된 게 다 남의 탓임 ㅋㅋ 부모는 교사와 사회와 교육당국을 탓하고 교사는 사회와 부모를 탓하고 학생을 어른을 탓했지. 지금도 계속 그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난이 문제여!! 하면서 국민을 부자로 만들겠다는 뜬금포를 막 던지는 것도 뭐... 어떤 종류의 간절함의 발현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