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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퀴어퍼레이드와 개신교 부흥회

1.

며칠 된 이야긴데 인천에서 퀴어 퍼레이드가 있었다고 한다. 아주 코딱지만하게 있었고 같은 날 맞불집회로 인천교회연합회에서 부흥회를 부평 여기저기서 해대서 퀴어퍼레이드는 코빼기도 못 봤다. 그 전부터 온 동네에 기괴한 플랭카드가 걸려있어서 이거슨 무엇인가 했지만 난 또 그걸 궁금해하는 타입은 아닌지라 그냥 지나쳤거든. 여튼 그 잠깐의 의문을 풀어주는 행사를 목격하고 말았던 것이다. 덧붙여 기과힌 플랭카드의 문구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 결혼입니다' 였다. ??

 

퀴퍼는 보질 못했으니 뭐라 말을 못하겠고 부흥회에 대해선 할 말이 많다. 부평공원에서 장장 5시간에 걸쳐 나이 많은 남자 목사들이 번갈아 설교도 하고 동성애(정확히는 남성동성애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무려 영상으로 만들어서 틀기도 하고 찬송가도 부르고 아주 신났더구만. 중간엔 통성기도도 해서 식겁했다. 벌건 대낮에 그러지 좀 마... 노인네만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젊은 사람도 꽤 있고 (교회엔 청년부가 있응께.) 애 데꼬 나온 부모들도 있었다.  부채도 나눠주는데 한면엔 동성애 NO, 다른 면엔 양성평등 YES라고 적혀있었음. ?!

 

본의 아니게 어쩔 수 없이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게 된 감상...이라기 보다는 몇가지 사실을 말씀드림.

-결혼이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벤트가 된 건 얼마 되지 않음. 게다가 결합이라니=ㅠ=ㅋ

-성경은 양성평등하지 않다. 성경 때문에 동성애가 싫다면 애 낳는 거 말고는 달리 쓸모가 없는 하등한 생물인 여성도 같이 싫어하도록.

-동성애를 하는 사람은 여자도 있다. 왜 남자동성애자만 욕함? 이거시 바로 양성평등이 아니라는 거야. 왜 여성동성애자 무시함? 다른 성소수자는? 기준이 뭐여?

-백번쯤 말하고 다니는 내용. 에이즈는 옮지 않는다. HIV가 옮는 거다. 그리고 감염 경로는 동성 성교와 이성 성교가 거의 비등하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감염자의 90프로가 남성이다. 동성애가 문제인게 아니라 남자가 문제인 건 아닐까나? ㅋㅋ HIV 말고도 심각하고 거추장스럽고 티가 안나는 성감염증 많은데 성지향성을 따라다니는 성감염증은 없다. 콘돔을 안 하는 연놈을 따라다님.

-화창한 토요일 낮에 항문성교를 한 이백번쯤 들은 것 같다. 왜 그렇게 항문에 집착하는 거야. ㅋㅋㅋ

그리고 똥꼬는 딱히 더 더러운 기관이 아니다. 신체기관은 다 제 역할이 있을 뿐 어디는 깨끗하고 어디는 더럽고 좋고 나쁘고 그런 거 없다. 항문성교라고 질성교에 비해 더 나쁠 것도 없고 더 좋을 것도 없다. 두 연놈이든 두 놈놈이든 두 년년이든 지들이 좋아서 하고 서로 기분이 좋다면, 그리고 그 행위가 건강에 위해하지 않다면 어디에 넣든 안 넣든 다 좋은 거임.

-글고보니 골수 개신교 둘이 연애를 하는데 혼전순결은 지켜야겠고 근데 욕정은 생기고 해서 항문성교를 한다는 커플이 있었다. 항문성교도 성교다, 이 쪼다들아. 여자는 자기가 순결하다고 생각하고 콘돔이나 다른 프로텍션을 전혀 안 할 가능성도 있으니 이 이야기 듣는 순간 황당하기도 하고 아찔하기도 하고 그랬다.

 

 

2.

한국남자는 남성동성애자에 과민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방의 성지향성이나 정체성과는 상관없이 동성과의 접촉이 구역질 난다는 소리를 되게 뜬금없이 하는 경우도 많고, 그러면서도 미묘하게 자기가 동성에게 고백받아봤다는 혹은 헌팅을 받아봤다는 말을 하는 인간들이 꼭 있더라고. 관종인가. 나는 '한국'에서 '동성애자'가 '길바닥'에서 '너 같이 생긴 애'를 헌팅했다고? 라고 묻고 싶었다. 작음 따옴표의 요소는 한국 퀴어 문화에서 굉장히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들이다. 특히 한국이라는 배경에 삶과 취향과 태도를 지배당하고 있는데 그랬다고? 진짜? 증말루? 혹시 또라이 한 명이 일부러 여기저기 찔러보고 다니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 하긴 교내 성소수자 왕따 사례를 보면 헌팅을 당했을 가능성보단 그런 인간들이 가해자일 가능성이 더 크지 않나 싶기도 하다.

 

 

3.

나는 개신교에 대해 졸라 잘 안다는 걸 남에게 말을 안 한다. (그냥 평소에 종교 이야길 잘 안 함.) 모태신앙이었고 교회도 오래다녔다. 한국의 개신교(특히 장로회) 문화와 성경 내용, 다른 종교와의 관계, 기독교의 역사 등을 어지간한 골수 개신교인보다 잘 알고 있다. (왜냐면 한국 교회에서는 그런 걸 안 가르치니까 교회 백날천날 다녀봐야 종교의 역사나 교리의 차이점 같은 걸 못 배운다.) 그래서 나보다 그 종교에 대해 모르면서 나에게 전도를 시도하는 사람이 아주 가끔 있는데 그런 사람을 괴롭히는 게 내 취미이기도 하다=ㅠ=

 

여튼 종교는 사는 데 정답이 필요한 사람, 정답을 제공해주는 무언가가 필요한 사람에게 좋다. 그런 면이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어지간한 또라이라도 종교는 다 품는다. 뒤에서 아무리 욕을 해도 어쨌든 그 종교 안에서 머무를 수 있다. 좋은, 훌륭한 종교인은 신도가 미친 사람이든 못된 사람이든 나름의 방식으로 품는 경향이 있다. (많은 평범한 종교인은 신도를 이용해먹는다.) 근대 이전의 종교는 사람을 지배하려고 했지만 현대의 교회는 사람의 삶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이 이상을 요구하는 종교인은라면 종교의 종류에 상관없이 거르는 게 좋다.

 

종교가 사람을 품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보통 교회는 가정폭력 가해자 피해자를 다 감싼다. 아주 보수적인 방식으로 감싼다. 가해자를 타이르고 상처입은 '불쌍한' 피해자의 마음을 위로한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망가진 가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조'한다. 피해자에게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해보라고 하는 게 한국의 개신교의 방법이다. 개신교도 꽤나 가족주의적인데다 그게 한국문화와 만나면서 이혼이 가정폭력보다 더 나쁜 거라는 결론을 이미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을 신이 인간을 시험하는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허구헌날 우리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해달라고 외우면서 어려움이 닥칠 때는 신이 우리를 시험한다고 생각하는 불쌍한 중생들...

 

나는 이런 사례를 개신교인에게 들으면 이렇게 말한다. 

'신은, 우주를 창조하신 분은 존나 바빠서 너 따위에게 관심이 없다. 물론 능력이 겁나 좋아서 시간이 남아 돌아 오늘은 우리 지영이가 아버지한테 존나 맞고 성폭행을 당해도 집을 안 나가고 안 삐뚤어지는지 한번 볼까 할 수도 있긴 하지만 아마 안 그럴 것이다. 네 남편이 혹은 네 와이프가 바람을 피든 말든 그건 신의 관심사가 아니고 그걸 네가 용서하든 말든 이혼을 하든 말든 그 또한 신은 신경을 안 쓸겨. 이 우주를 창조하는 누군가가 있을 수도 있고 그 누군가가 모든 것의 정답을 알 수도 있는데 그런 수준의 누군가는 너한테 관심이 없단다. 너는 신의 관심을 받을 만큼 대단한 인간이 아니니까 그냥 꼴리는 대로 살아.'

 

물론 실제 신과 상관없이 내가 믿고 싶은 신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섬기는 게 꼴리는 사람도 있긴 한다. 많지. 달리 생각하면 없는 존재까지 만들어 그 존재에게 사랑받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참 처절하고 불쌍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