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인이 유별나게 징징거린다고 생각한다. 정말 애고 어른이고 할 거 없이 더럽게 징징거려서 좀 짜증이 난다. 징징대는 주제도 참으로 버라이어티 하여 날씨부터 정치 사회문제까지 정말 다양하다. 한국의 여름이 중동이나 아프리카보다 더 덥다고 하고 겨울은 시베리아보다도 춥다고 한다. 드라마는 허구한 날 '너는 내가 불쌍하지도 않냐!'라고 하고 현실에서도 그런다. 한국은 젊어도 불쌍하고 나이 들어도 불쌍하고 낀세대도 불쌍하고 어려도 불쌍하고 직장인도 불쌍하고 연예인도 불쌍하고 전 대통령도 불쌍하고 전전대통령도 불쌍하고 농부도 불쌍하고 어부도 불쌍하고 요즘 남자도 불쌍하고 동물도 불쌍하고 식물도 불쌍하고 하여간 다 불쌍하다. 배도 잘 아픈 민족인지라 어떻게 상대방을 깔아뭉개지 못해 안달인 짓거리를 서슴없이 대놓고 하기도 한다.
정말이지 자존감이라고는 먹고 죽을래도 없는 인간들이다. 이게 역사적 경험으로 인한 집단 트라우마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게 내 논문의 주제였으나 논문을 못 썼다. 왜냐면 이게 논문이 되려면 이 역사적 경험으로 인한 집단 트라우마가 넘나 중요해서 한국 사회가 넘나 강력하게 영향을 받고 인간들은 행복하지 못하고 만날 천날 징징거리고 죽지 못해 사는 등등 파괴적이라고 해야 하는데 나는 그건 또 아니라고 한다. 집단 트라우마는 있지만 나는 한국인이 다들 잘 처먹고 잘 싸고 지지고 볶으며 결혼도 하고 애새끼도 쳐 낳고 그 애새끼한테 헛돈 쓰면서 고문하고 그러면서 내가 너를 위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아냐며 애한테 생색도 내고 하여간 모두 모두 지랄염병을 하면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이러면 교수가 '그럼 굳이 중요하지도 않은 주제로 왜 논문을 쓰니?' 묻고 나는 '뭣이 그렇게 중헌디' 그라지.
각설하고, 나는 상대적 박탈감이란 단어는 아무나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 진짜 상대적 박탈감은 사실 별로 없어. 오히려 대부분은 그냥 질투야. 한국인답게 그냥 배가 좀 자주 아무 때나 아무나 보고 아픈 거다.
내가 일하는 식당에서 일하는 언니, 하루에 12시간 주 6일, 일주일에 72시간 그렇게 한 달을 일 해도 230만원도 겨우 버는 언니들이, 온종일 일하고 퇴근하고 집구석에 가봐야 남편이나 아들놈은 청소도 안 하고 개밥도 안 줘서 집에서도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하고 사는 언니가 세상 불공평하고 다른 전업주부를 보고, 혹은 자긴 초졸이지만 부모 잘 만나 그 시절에 고등학교까지 나와서 사무직이라도 하는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한다면 이해가 간다. (이런 분들은 오히려 대졸 전문직, 아주 부자들은 상상도 못 한다. 그런 삶을 경험할 일 자체가 없기 때문에 그냥 모른다. 그러니 그런 사람에겐 상대적 박탈감도 안 느낌.) 똑같은 일 하는데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시급을 덜 받는 게 상대적 박탈감이지.
논문 이야기도 했지만 내가 한때 정신이 나가서 돈을 때려 박아 가며 대학원에서 공부를 했었다. 거기 있을 때도 그랬지만 난 도대체 대학원생이나 포닥하는 애들 징징거리는 게 이해가 안 가더라. (관련 운동에 서명 한번 안 했음. 앞으로도 안 할 거임. 왜냐면 배알이 꼴리거든.) 특히 교수 지망생이 지가 하고 싶은 주제로 지가 좋아서 하는 공부를 하며 버는 돈이 '막노동자'보다도 적다고 진상을 부리면 나는 간단하게 때려치우고 막노동하라고 한다. (대리운전 하며 버티다가 결국 공부를 그만 둔 강사가 있긴 있다.) 우리 식당에 와서 일하면 되겠네. 하루에 12시간 주 6일, 일주일에 72시간 일하고 그 잘난 교수지망생보다 '훨씬' '더' '많이' 250만원이나 벌잖니.
한국은 대학진학율이 쓸데없이 높다. 이말인즉, 대학이 쓸데없이 많고 교육비로 나가는 헛돈도 많다는 소리다. 하지만 교육엔 돈이 진짜 밑빠직 독처럼 들어간다. 대학이 남들이 보는 것처럼 마빡에서 돈이 튀진 않는다는 말이다. 미국(과 서유럽)처럼 연구교수 행정교수 티칭교수가 따로 있는 게 아니잖여. 그냥 가르치는 교수가 연구도 하고 행정처리도 같이 한다. 교수도 불만이 많아요. 자기가 연구만 하면 세상 둘도 없는 석학이 될 것 같거등. (웃음) 한국은 시를 읽는 사람은 개뿔 없는데 시인은 겁나 많고 예술품을 사는 사람은 없는데 예술가도 되게 많은 나라다. 한국이 과학기술에 투자는 (비율적으로) 어느 나라보다 많이 하고 과학자도 비율적으로 많은 나라다. 근데 정치인도 일반인도 과학에 대해 1도 관심이 없어서 4차혁명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노래를 만날 부르는데 이런 현실을 고쳐줄 과학자는 없다. 만날 지덜끼리 한국인은 과학에 관심이 없다고 투덜댐.
대학진학율이 이렇게 높고 교수되겠다고 설치는 애들이 이렇게 많은 데도 경쟁력이 낮아서 난린데 인구절벽이 현실화 된 상황에서 대학교수를 어떻게 무작정 키우니. 그리고 한국은 학문 분야마다 인재를 다 키울 수 있을 만큼 지식과 교양에 대한 국민적 욕구도 없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교수 혼자 승자독식한다며 손가락질하고 하여간 나라에서 교수 지망생을 키워줘야 한다고 떠드는 건 그냥 징징대는 거임. 내가 장담하는데 이런 애들이 교수되면 깜짝 놀랄 거다. 생각보다 월급도 많지 않고 권력도 크지 않고 애새끼들은 멍청해서 가르칠 것도 많고 가르쳐도 못 알아처먹고 그거 말고도 쓸데없이 행정일도 많아서 ㅋㅋ
내 부모가 구케우원이 아니라 교수가 아니라 느끼는 분노와 짜증은 그냥 배가 아픈 거다. 상대적 박탈감이 아님. 이런 사회적 계층이나 특권과 차별은 인간이 남보다 더 잘 살고 싶어 할 때까지는 계속 존재할 것이다. 한마디로 안 없어진다는 거죠. 세상이 불공평해? 그걸 이제 알았냐. 인간의 존재 자체가 불공평인데 여직 가만히 있다가 왜 새삼 난리여.
서울대 고대 연대 학생들아, 너희 선배가 사회 나가서 지방대나 2년제, 3년제대 나온 사람들을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 데'도 지잡대라고 깔아뭉갤 땐 니들 선배가 딱히 잘나서 그런 게 아니라 자기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을 깔아뭉개지 못해서 안달이 나서 그러는 거거덩. 구케우원이나 교수인 부모가 제 자식은 니놈들보다 사회적 지위를 눈꼽만치라도 높게 만들어서 사회에 나가서 니들이 지잡대 애들 깔아뭉개는 것처럼 니들 깔아뭉개라고 하는 거여. 그게 뭐가 이상한가. 너희 부모도 너네 그렇게 키웠잖니. 지금 불공평하다고 징징대는 너네들은 안 그럴 거 같지. 너네도 그럴 거야. 한국은 이상하게 서울대 출신도 학력 컴플렉스가 있는 이상한 나라다. 왜냐면 어디를 가든 너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인간은 늘 항상 있걸랑. (물론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도 늘 항상 어디에나 있을 거다.)
평소에 사회적 불평등에 개똥 관심도 없던 것들이 마치 약자인양 피해자인양 징징대니 짜증이 나서 나도 좀 지랄해봤다. 지랄염병의 사회.
덧. 나는 뭔가 이번에도 되게 엉뚱하게 조국이 딸냄을 사랑하나봥. 딸냄도 부모님을 사랑하나봐. 나경원이도 자식을 사랑하는군. 이런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장제원은 아들을 안 사랑하나봐, 아니면 장제원 아들이 아부지를 안 사랑하거나. 뭐 이런 생각을 했다. 그냥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