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건가?
글쓰기가 뭔가 바뀐 것 같은데...
1. 책 번역을 6개월 동안 했는데, 편집은 1년 6개월이 넘게 걸리는 판이다. (정확히는 8개월 정도 묵혀 놓던데 왜 그런지는 출판사 사정.) 편집자는 내가 할 일이 남았는데도 진행사항을 이야기 안해주고 늘어지는 편집 일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 책이 두꺼워서, 2. 민감한 내용이라 섬세하게 작업해야 할 것 같아서, 3. 번역자가 고칠 부분을 일일이 확인하느라.
내 작업에 대해 디스 당한 것 같은데...=_=?
강박증이 있어서 편집자일 때 편집 일정이 늘어지는 경우가 없었다. 내가 기한을 못 맞추면 이유는 단 하나 뿐이다. 일을 하기 싫어서 처박아 놓으니까 마감이 안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일을 늦게 하는 걸 이해를 못한다. 하기 싫다는 이유 말고 다른 이유를 모르니까(=못 받아들이니까). (묵혀 놓은 기간을 빼고) 번역보다 편집이 늦어지는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고 저런 이유 를 대는데 살짝 기분이 상하긴 했지만 번역이 하나라도 잘못됐다면 무조건 내 잘못이므로 납작 업드렸다-ㅠ-ㅋ
니가 일 못하는 건 니가 알아서 할 일이고, 내가 일 못하는 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니, 나는 내가 할 일이나 해야지.
2. 재수가 좋아 첫 책은 한 방에 출판사도 찾고 번역도 했는데 문제는 다음 책이 안 정해진다. 기획서는 반려 당하고 최근에 미쳐있는 책은 하필이면 에이즈에 관한 정치+사회+역사가 뒤석인 르뽀다. 책이 아무리 좋아도 한국 출판사에서 내줄 것 같지가 않다. 내가 보기엔 한국 상황에 맞기도 하고 내용도 좋은 책이 줄줄이 딱지를 맞아서 더 책을 찾을 의욕도 안 생기고 시간은 남는지라 논문을 다시 써보려고 한다. 그럴려고 하는데, 논문을 쓰려면 논문을 봐야함.
논문 글쓰기는 진짜... 거지같다. 난 인문학을 공부해서 인문학을 하는 인간이 쓴 논문을 보는 데도 글이 그지같다. 편집자일 때 글 잘 쓴답시고 설치는 교수치고 진짜 글 잘 쓰는 인간 보질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논문 글쓰기를 잘 쓴다는 소리였나벼. 근데 논문 글쓰기는 이리봐고 저리봐도 그지같거든. 거기다 편집자가 교정교열을 봐주지도 않음. 논문 쓸 때 비문을 안 쓰는 게 제일 중요하다던데 비문도 겁나 많다.
"그런 것이 그러해서 그러했던 것이 그랬던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혹은 본 논문은) 그러한 것을 이러저러그러하게 해석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러저러그러한 방법으로 그렇게 할 것이다."
내가 싫어하는(=혐오하는) 글쓰기의 결정체가 논문 글쓰기임. 도대체 아직까지 자기 자신을 3인칭으로 쓰는 웃기지도 않는 짓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오빠는 이렇게 생각해, 오빠가 해줄게, 오빠가 사랑해~♥ 이거랑 뭐가 다르냐. 나는 도저히 소름이 끼쳐서 '필자' 혹은 '본 글'은 이라는 말을 못 쓰겠다.)
이렇게 주절대는 이유는 논문 대여섯편 읽고 짜증이 목구멍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괴랄한 문장이 너무 많음. 그냥 한 논문에 열개스무개 많은 식이 아니라 서너줄에 한 줄이 이상한 식이다. 차라리 교정교열하느라 읽는 거면 굉장히 신날 것 같긴 하다. 내용이나 아이디어는 썩 괜찮은데 문장이 구리면 고치는 재미가 있긴 하더라고.
그래도 나는 백수니까... 할 일이 없으니까 팔자 좋게 내 논문이나 써야지. 씨밤ㅠ 올해 안에 서문하고 목차 쓰는 게 목표였다. 매우 그랜드한 목표라네. 이 계획을 짤 때만 해도 참 긍정적이었다. 난 계획 짤 때 세상 긍정적이야. 진짜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막 들거등. 삼주만에 현실적인 나로 돌아왔음. (아무렴요.)
3. 모차르트인더정글 시즌5가 캔슬됐다. 검색 중에 찾은 기사에선 '아마존 새 CEO가 처음으로 한 결정이 이 멋지고 색깔있는 드라마를 엎어버린 거고 그 인간이 원하는 건 블록버스터라니 차세대 왕좌의 게임을 갖고 있는 사람은 새 CEO에게 메일 보내라'였다. 기가막히게 비꼬아놔서 화가 안 나버렸다. 그냥 1시즌부터 4시즌이나 반복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