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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1월 7일 4시 (샌디: 이하나)

김현중이의 꽃보다 남자, 박정민이의 그리스 덕분에 여자한테 걸레라고 지칭하는 걸 이틀 연속으로 듣다. 씨바... 이래서 내 팬질이 즐겁지 않고 자학이 되는 거다. 애들이 빨리 커서 이런 병신 같은 소리 안 나오는 작품에 나오던가 아니면 내가 빠질을 그만두던가 해야할텐데-_- 어쨌든 이 부분에 관한 건 꽃보다 남자 리뷰 쓰게 되면 하겠음. 
그리고 스포일러 있음. 설마 그리스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않지만,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단락이 있다. 


1. 뮤지컬. 
음악도 좋아하고 이야기도 좋아하는데,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크지 않은 편이다. 이유는 이야기의 구성력과 밀도가 떨어진다는 것 때문. 그래서 좋아하는 뮤지컬의 절반은 그저 쇼적인 측면이 많이 부각 된 그래서 사실상 스토리 인지가 거의 되지 않는 작품이고, 나머지 절반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다. 정말, 디즈니 장편 애니의 스토리 구성력과 밀도는 너무 좋다. 곡에 묻히지도 않고, 그냥 슬쩍 넘어가는 것도 없다. 그러니 엎어놓고 말하면 다른 뮤지컬도 디즈니처럼 못할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작품 나온 걸 아직 못 봤다. 물론 내가 못본 것 뿐이니 어딘가 있을지도 모름. 어쨌든. 그러한 이유로 영화버젼 그리스도 그닥. 그냥 존 트라볼타하고 올리비아 뉴튼존 때문에 봤다. 좋았지. 워낙 잘하고 이쁘니까. 근데 그걸로 끝. 그 이상 보질 않았다. 고삐리들이 설쳐대는 스토리 라인과 떨어지는 개연성 때문에.
그리스 2008-2009년 버젼. 역시 이야기 구성력이 떨어진다. 개연성도 좀 떨어진다.
초반 '여름밤'을 부르면서 대니와 샌디가 추억을 다르게 이야기 하는데, 나중에 이걸 바탕으로 트러블이 만들어지는 부분과 자동차극장에서 커플링까지 주고받고나서 격렬한 키스 때문에 '우린 너무 다른 것 같아~'하면서 만나지 말자고 하는 것이 좀...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샌디가 떠난 뒤에 부르는 대니의 솔로곡에 관객이 이입을 못한다. 
다른 커플보다 주로 주인공커플 러브라인의 설득력이 떨어지는데, 다른 커플은 비교적 단순한 러브라인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얘네들은 밀고 당기고, 거짓말했다가 오해풀고, 삐졌다 풀어지는 일이 많은데 그걸 충분히 보여주질 않으니 안 그래도 고삐리들이 놀고들있다고 생각하는데 개연성까지 떨어지니 이거 갠춘한 건가...??

그러나 직접 보는 공연의 좋은 점인 현장감, 그리스 특유의 발랄함과 역동적인 젊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티버드파, 핑크레이디파 모두 끼가 넘치고 연기를 잘하며 안정적인 보컬실력을 가지고 있다. 두디와 로져역은 캐릭터가 약간 겹치긴 하지만, 모든 배우가 개성이 넘친다. 게다가 귀엽기까지...하앍... 무엇보다 서로의 뒤를 단단히 지원해줘서 무대가 꽉 차보인다. 내가 직접 본 공연에서는 그런 일 별로 없지만, 공연을 보다보면 뒤에 있거나 사이드로 빠지는 경우 연기를 안하고 그냥 모션만 떼우는 경우가 있는데 그리스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 모두 매순간 성실히 배역에 임하고 있다. 그래서 배우들은 모두 다 좋았다.


2. 너무 귀엽구나, 박대니. (캐릭터 말이져)
일단 박대니가 너무 귀엽기'만' 하다. 그래서, 본래는 좀 심하게 날티나지만 알고보면 귀엽고 순진한 캐릭터라는 것이 부각되지 않는다. 좀 과하다싶을 정도로 애교작렬. 라이델고등학교에서 킹카 된 거 애교로 된 건가 싶을 정도임. 원래는 샌디 앞에서만 부렸어야 했을 애교일텐데 친구들 앞에서도 부리고, 관객 앞에서도 부리니 너무 애교짱 캐릭터가 된 건 아닌가 싶다. 근데 그게 또 그 나이 때의 고딩으로 보이기는해서 존 트라볼타의 느끼뤠~보다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박정민만의 개성이라는 부분에서는 좋은 것 같은데, 극의 흐름으로 보면 카리스마가 조금 부족한 것도 같지만, 빠가 아닌 일반 관객들도 참 좋아하더만. 그럼 성공한거겠지. <-별 생각없음.

이하나의 샌디역은 초반부터 푼수끼를 조금 더 밀면 어떨까 싶다. 작품 전반에 어색하고 뭔가 어설픈 범생이 삘이 많이 나는데, 마지막 변신 후에 슬쩍 보이는 푼수끼는 아주 매력 만점. 너무 귀여워 >.<


3. 노래실력.
뮤지컬을 하려면 노래를 잘해야 한다-라든가, 뮤지컬을 한 사람은 노래를 잘한다-라는 것은 판타지다. 노래 못해도 뮤지컬 할 수 있고, 뮤지컬로 성공한 사람도 노래 못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뮤지컬에서 사용하는 창법이나 보컬 스타일이 작품마다 스타일이 다른 경우는 있지만 적어도 작품 내에서는 비교적 단조롭다. 아니, 솔직히 대부분의 뮤지컬의 보컬 스타일은 다 비슷비슷하다. 롱런하고 있는 뮤지컬은 그 '롱런' 때문에 목이나 몸에 무리가 많이 가지 않는 창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스타일이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많을 땐 하루에 두번, 총 네시간 이상을 공연해야 하는데 이걸 휘성이나 임재범 콘서트처럼 노래를 부르면 목도 버리고 몸도 버린다. 당연히 뮤지컬은 뮤지컬만의 스타일이 있고, 거기에 보컬이 맞춰지는 것이다. 게다가 노래가 정해진 게 아니라 캐스팅에 맞게 편곡을 하면 되니 뭐가 문제인가.........근데 그리스는 문제 조금 있음.

세상엔 가성이라는 거이 있슈미다. 고음을 부를 때 꼭 진성을 쓴다고 노래를 잘 부르는 건 아님미다. 많은 뮤지컬 넘버가 진성을 쓰긴 하지만, 세상엔 곡 전체를 가성으로 처리하는 노래도 있슈미다. 고음이 안되면 톤을 좀 낮춰도 됩미다. 그러니 편곡을 하든가, 안되면 가성을 쓰든가. 둘 중 하나 골라서 하시요, 박정민씨. 들으면서 힘들어보인다 싶은 건 한 곡 뿐이었지만 뭐하러 그렇게 하는데=_=??
케니키와 샌디, 리조역 분들이 경험이 있는지 보컬 테크닉이 아주 좋았다.


덧, 기타등등
-박대니 애교작렬-> 자지러지는 빠순이들-> 박대니의 애교와 자지러지는 빠순이들이 재밌는 일반 관객-> 시간차로 웃는 게 재밌어서 웃는 나 : 이거이 바로 시간차 관객 반응(웃음) 되겠음.
-드라이아이스인지 뭐시기를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연기 내보 낼 때 안 좋은 냄새 난다.
-이제는 버릇이 되서 무대 전체를 보는 경향이 있다. 앞에서 4번째 줄에 앉았는데 표정연기가 생생하게 눈에 들어오는 건 좋았으나, 무대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건 불편했다. 역시 (특히 관람의 경우)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 한눈에 들어오는 게 더 좋다.
-케니키 배역 분은 실력이 주연급이심. 이 분 표정이나 연기 스타일이 좋다. 특유의 (귀여운) 카리스마도 있고, 무엇보다 관객집중력 굳.
-난 live연주 해주는 줄 알았음. 더블 이외에는 뭘보든 항상 '실제연주+노래'를 들어왔기 때문에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뮤지컬은 MR.
-빠들에게만 주어지는 떡밥이 있다. 널 부르는 노래나 URMAN 안무가 극 사이에 '끼어'있다. 일반 관객은 몰라도 상관없는 부분임.
-건대입구 지하철역 근처에 '매화반점'이라는 중국집이 있다. 양꼬치 맛있음.


결론 : 박정민 뮤지컬 데뷔 성공 축하요. 앞으로 더 잘해서 빈약한 뮤지컬 시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람.
         배우들 때문에 또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는 하는데 극 때문에 별로 땡기지 않는 묘한 구석이 있는 뮤지컬일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