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이 이적의 텐텐에 나온 걸 (굳이) 찾아 들었다.
누가 윤상이 '아이돌'한테 음악을 줬다고 갸웃했었나. 그렇게 따지면 강수지도 아이돌이었긔. '아이돌'이나 '아이돌 만드는' 회사에 윤상이 들어간 게 문제가 아니라, '인간 병신 만드는' 회사에 들어간 게 문제였다. 윤상은 거기서 인간적인 배려를 받았다고 한다. 근데 형, 들어가 있으면 더 잘 알 거아냐. 그 미친 시스템을. 게다가 작곡가 윤상이 언제부터 가수 얼굴도 안 보고 곡을 줬나. 항상 가수한테 '맞는' 곡을 주던 작곡가가 아니었냔 말이지. 이 아저씨가 정말, 모르고 그렇게 말하는 거야. 알면서도 그렇게 말하는 거야.
게다가 전에 모텟관련 인터뷰에서 들은 말인데 상업적 음악과 예술적 음악이 다른 것 같다고, 분리 시켜야 할 것 같다는 말은 또 뭐냐고...아놔, 진짜... orz
1. 너는 그 사람을 모른다.
아이돌의 뜻은 우상이다. 언어는 사고를 반영하고, 다시 인식을 구축한다고 했던가. 확실히 빠들이 하는 짓을 보면 스타는 인간성이 배제 되어있다. 내가 일하면서도 많이 느꼈던 건데, 보통 사람은 물론 빠들은 스타를 인간취급 하지 않는다. 본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대다수는 스타를 철저하게 대상으로 인지하고 있고, 우리가 사용하며, 너무나 명확하게 우리에게 서비스해야하는 존재라고 정의하고 있다. 되도 않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밀고, 몸을 만지고, 고가의 선물도 주고, 때로는 욕도 하고, 때리기도 하며, 쫓아다니기도 하고, 딸치기의 대상이 되며, 결정적으로 연애감정을 갖는다. 물론 자기 혼자.
당하는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상대에 대한 무관심, 배려없음. 원래 인간의 행동방식 자체가 그렇다지만, 동물에게도 이 정도로 하진 않을 것이다. 보통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면 모르는 사람한테 하지 않는 짓을 빠들은 스타한테 한다. 이렇게 놓으면 빠나 까나 종이 한장 차이, 궁극적으로는 같다. 내용이 아주 약간 다를 뿐. 한마디로 얘네 둘의 사전적 풀이, 개념은 똑같다.
내가 '스타'를 직접 봤을 때 느꼈던 그 특유의 고립감은 아마 거기서 오는 게 아닐까 싶다. 세계가 좁고, 갇혀 있는 사람같다고 해야하나. 하기야, 생판 모르는 인간들이 사랑한다고 그렇게 들이대고, 생판 모르는 인간들이 너무 싫다고 들이댄다. 내가 던져 준 떡밥을 집어먹고 나를 안다고 생각하며 만사에 참견하는 인간들이 우글우글. 별다른 이유도 없이 모르는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고 아는 척하기도 힘들지만, 사실 그렇게 싫어하기도 쉽지 않은 게 안티들이 하는 말을 보면, 생긴게 맘에 안들어, 생각하는 게 맘에 안들어, 목소리가 맘에 안들어, 몸매가 맘에 안들어 등등 하여간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별로 같지도 않은, 이유가 될 수 없는 이유들. '호남사람 싫어'랑 똑같은 수준. 아-무 이유없다.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너무나 싫어해. 나도 그런 사람(연예인) 한명 있다. 미친듯이 싫다기 보다는 쟤 좀 안 봤으면 좋겠다는 수준이지만. 내가 생각해도 참. 우왕...미쳤나봐...
이건 사회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사람이 에너지를 사는데 쓰지 않고, 엉뚱한데 써야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일할 때 에너지를 일하는데 쓰는게 아니라 남의 눈치보고 남의 비위 맞추는데 더 많이 쓰는 것처럼, 사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엉뚱한 곳에 소비를 하다보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이니 풀어야 하고, 이상한데서 스트레스를 받으니 이상한데 쓰는 게 아닌가. 그래서 결론은 악의를 권하는 세상. 마음껏 미워하고 마음껏 가지고 놀라고 사람을 던져주는 세상이다. 미쳐도 단단히 미친거지.
2. 사랑해, 내가 너에게 쓰는 돈 만큼.
하여간 빠심이라는 건 거의 무조건 짝퉁 연애감정이랑 맞물려있는데, 이것처럼 성소비와 맞물려 있는 것도 없겠다 싶을 정도다.
말했던 모든 짓들, 사람을 사람을로 대하지 않는 시선이나 감정, 모든 행동들엔 정당성이 부여해주는 것이 있다. 돈. 돈을 내니까. 그냥 좋아하는 건 충분치 않다. 쓰레기 같아도 앨범을 사주고, 거지 같아도 공연을 간다. 그런 식으로 돈은 충분히 알아서 잘 벌고 있는데 선물도 앵긴다. 내가 너에게 이만큼 관심이 있고, 좋아한다고 돈으로 증명을 해야한다. 더 많이 쓰면 많이 쓸수록 더 사랑하는 것이고 그러면 그만큼 요구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에 하나 연애를 하더라도 숨어서 해, 프로그램 가려서 해, 극중에서도 가능하면 러브씬 넣지마 등등등. 빠가 뭐라고 이딴 주문을 하냐. 결국 스타는 하나의 상품으로 내가 돈을 내면 소비할 수 있는 존재다. 이게 물건을 소비하는 매커니즘과 무엇이 다른가. 주점엘 가서 '혼자' 단란하게 노는 아저씨들의 행동방식과 다른 게 뭐냐는 말이지. '보통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면 모르는 사람한테 하지 않는 짓을 스타들한테 할 수 있'는 당위성. 돈에서 나온다.
아...눈에서 궁물이 나올 정도로 심플한 도식과 결론.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ㅠ
아마 연예인이 공인이라는 잘못된 인식도 여기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중의 돈으로 먹고 사니 공인이다. 아뇨, 공인은 국민적 합의에 의해 공무원이 되서 나랏일을 하며 국민한테 월급을 받는 사람을 말하는 거긔요, 니들이 연예인에게 갖는 관심의 반만 공무원이나 구케우원한테 줬으면 우리나라 좋은나라, 지금 이 꼬라지 안 났다. (제발 좀 연예인 연구하듯이 나랏일도 좀 공부해봐라. 서울교육감선거만 생각하면 아직도 피가 거꾸로 솟는다.)
능력을 돈으로 보여줘야 하는 세상. 생각해보면 얼마나 편리한가. 다른 사람의 밥줄을 무기로 애정(과 기타등등 여러가지 온갖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게. 편리하고 손쉽다. 뿐인가 효과도 강력하다. 휘두르는 사람은 죄책감이 없고, 당하는 사람은 자기가 당하는지를 모른다. 오히려 기껍다. (혹은 돈을 위해 참는다.) 당사자들이 알든 모르든 천민자본주의의 끝장을 보는 곳이 바로 이 곳인 것이다. 물론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소비하기 위해 개처럼 일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다시 소비되는 것이다. 세상이 의외로 공평하지. 이 물리고 물리는 관계라는 게 말이다. 당연히 그 정점엔 누군가가 있지만, 별로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3. 아이돌과 윤상은 양립할 수 있다.
언젠가부터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이 쿨해졌다. 예전엔 다 큰 어른이 아이돌(스타)를 좋아하는 게 조금은 창피한 일이었지만, 요즘은 아니다못해 쿨해졌다. 이제 사람들은 스타 때문에 이성의 브라끈이 끊어진다고 말하며 지갑에서 쿨하게 돈을 꺼낸다. 매거진T를 만들던 사람들이 쓰는 글의 절반 이상은 아이돌 예찬과 트랜드 드라마에 대한 감상문이었다. 심지어 아이돌 마케팅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거기에 가끔씩 (아주 가끔씩) 윤상이나 조지클루니 같은 조미료를 뿌리는 것이다. 나는 윤상같은 실력있는 가수도, 조지클루니 같은 섹시한 어른도 좋아하지만, 귀여운 아이돌도 수용하는 쿨한 문화의 향유자가 되는 것이다. 솔직히 아이돌한테 꼴리는 것도 숨길 수도 어쩔 수도 없다. 나오는 걸 어떻게 거부하나, 대세가 트랜디물인 걸~ 사실 내 잘못은 아니지. 그렇지?
게다가 요즘은 '실력있는 아이돌'을 밀지 않나. 진보 된 아이돌의 퀄리티는 좋아한다고 해도 쪽팔릴 일이 없는 것이다.
SM, JYP, YG 등. 얼굴은 못생겨도 실력있는 애들을 키운다는 이미지로 변신한 이 회사들은 예전에는 그래도 오빠들 착취하는 지랄맞은 회사라는 인식이라도 있었지, 지금은 아이돌이나 팬이나 죄다 소속사빠다. 게다가 이 '실력있는' 허울은 도대체 뭐냐. 진짜로 음악이 좋다는 거야? 진짜로 노래를 잘부른다는 거야? 아니, 잘 부른다. 잘 부르지. 춤도 잘춰. 게다가 다들 잘 빠지고, 잘 생겼다. 하지만 그뿐. 그애들이 하는 노래, 춤, 모두 소속사의 스타일이지 자기 스타일이 없다. 걔들이 부르는 노래와 춤에는 자기 것이 없다. 그러니 아이돌이 해체하고 개인으로 나서면 죄다 성공 못하고 고꾸라지는 것이다. 어차피 뽑아 쓸 수있는 만큼만 쓰고 버리면 되니 굳이 열심히 아이돌 개인의 능력을 키워주지도 않는다. 환희는 에셈에서 플투로 시작을 안 했으면 지금쯤 다른 수준의 가수가 됐을 것이다. 휘성은 YG에 있을 때 퍽이나 배려 많이 받은 것 같지만, 소속사를 옮길 때 법적으로 계약을 어긴 것도 없는데 양현석이 진상 떨어준 덕분에 이미지 개판됐다. 거미 데뷔하기 전에 '그 얼굴로 가수할수있겠어?'라고 말한 기획사 사장은 누긔? ...아주 놀고들 자빠졌다.
뿐인가, 아이돌은 개념도 있고, 예의가 바르며 웃기고 발랄하고 귀엽다. 더블은 나 초딩 때보다 백배는 더 귀엽게 놀더라...
나는 더블이 사람들한테 허리를 90도씩 굽혀서 인사를 하는 거 보면 참 씁쓸하다. 너무나 귀여운 체제순응형 아이돌이 씁쓸해. 이수만 아버지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동방신기가 씁쓸해. 좋아. 체제순응은 어쩔 수 없다지만, 너희들 박효신이 한 때 아버지와 같다고 했던 기획사 사장한테 무슨 취급 받았는지 아냐. 정신들 좀 차려라. 사장은 사장이고 사원은 사원이다. 동료는 동료고 선배는 선배야. 제발 허리 좀 그렇게 굽히지 마라. 이건 내가 제일 존경하는 선생님한테 하는 것보다 몇배는 더하다. 예의를 지키는 것과 떠받드는 걸 혼동하지마.
십대 중후반, 이십대 초반 애들한테 무슨 개념을 그렇게 찾는지. 이 바닥(과 사회)은 정말 미친게 틀림없다.
4. 결국 그 뿐. 결국 화살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90년대 초 대본소 체제에서 겨우 벗어난 만화시장은 약 10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 호황을 누리다 IMF때 정책적으로 퍼진 만화대여점 덕분에 다시 사양산업이 되었다. 그렇게 10년. 기존의 실력있는 작가들은 죄다 먹고 살기 위해 자기 작품보다는 학습만화 삽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신인들은 죄다 짝퉁 일본만화를 그리고 있다. 근 3년을 박박 뒤져도 성장 가능성 있는 괜찮은 한국의 신인만화가는 2명. 정극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그나마도 한명 뿐이다. 나머지 한명은 나중에 만화를 때려칠지도 모르고. 만화계가 단 십년만에 이렇게 됐다.
가요계라고 다를 것 같나.
현재 나오는 가요의 절반은 아이돌 그룹의 곡이다. 아니다. 제대로 말하자면 현재 나오는 가요의 절반은 '자기가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모르고 있는 사람'의 앨범이다. 스타일 스타일 트랜드 트랜드 노래를 부르지만, 아무도 자기만의 스타일이나 트랜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성장가능성 있는 가수들은 안티에 시달리고, 소속사에 시달리고, 돈에 시달린다. 게다가 '돌아 온 오빠와 언니'들은 지난날의 영광을 되돌리기는 커녕 아이돌 음반 판매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인디씬도 허덕이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5년전 행사에 불렀던 인디밴드와 2년전 불렀던 인디밴드가 크게 다를 게 없다. 인디도 신인기근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팝쪽도 사정이 비슷하다. 재탕 삼탕 사탕 사방이 다 이 꼬라지다. 얼마나 갈 것 같은가.
가요계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냔 말이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 사람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이것이 내가 근 2년 동안 클레식만 들은 이유다. 새로울 것이 없는 '현재진행형' 가요계에 비해, 비교적 '과거형'인 클레식은 파도파도 끝이 없다. 이 바닥은 새롭기만 한 게 아니라 좋기까지 하다. 게다가 보장된 퀄리티. 그래서 오덕질의 끝장은 클레식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 당신들은 무엇을 할지.
덧.
나는 소비 당하기 싫어서, 사용되기 싫어서 사회생활 때려치고 방구석에 들어 앉았다. 그렇게 일년. 정신차리니 아이돌 얼굴 파먹고 산다. 소비 당하기 싫었는데 이제는 내가 다른 사람을 소비하고 있다. 인생이 영 구질구질해.
덧2.
그래서 윤상이 동방신기(와 소녀시대)에게 준 곡은, 윤상 스타일일까요, 에셈 스타일일까요?
진짜...곡은 나쁘지 않은데 내 맛도 네 맛도 아니더라. 윤상 스타일의 곡을 에셈 창법으로 부르는 걸 듣는 새로운 경험. 그 묘하게 언발란스한 느낌 자체는 높이 사줄만도... ㄷㄷㄷㄷㄷ
덧3.
나에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 중에 하나가 아이돌 그룹이 부르는 노래에서 파트 나누기다. 베이스기타-전자기타 소리 구분하고, 비올라 바이올린 소리는 구별해도 아이돌 노래 부르는 건 도저히 구분 못하겠다. 어쩜 그렇게 개성이 없냐. 그러기도 쉽지 않다.
주현미 언니와 소방차 오빠들로 시작한 음악듣기 20년. 좋아하는 가수(?!) 창법(...) 구별을 못하는 날이 올 줄이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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