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147

나이트 매니저

휴 로리 때문에 봐야지 싶었는데 스파이물이래서 안 보다가 잘 만들어졌대서 봐야지 하다가 또 안 보다가 이번에 봤다.

재밌다. 앉은 자리에서 다 보고, 그 자리에서 두 번 더 돌려봤음. (음?)

 

1. 스파이물인데 액션은 아님. 여기서 나오는 폭력은 좀 물렁한데가 있다. 애초에 폭력씬 자체가 없는 데다가 어쩌다 하나 나와도 물렁하고, 부상을 당해도 뭔가 좀 붕대로 칭칭 감아둔 느낌이지 되게 강렬한 폭력에 노출된 느낌이 없음. 그래서 맘 편하게 봤지만, 딱 한 장면- 나라면 소피 시체 그렇게 연출 안함. 히들스턴이 그 장면 리허설없이 들어가서 즉각적으로 반응한 걸 찍었다는데, 나는 히들스턴이 그 자리에서 토하게 만들겠어=ㅠ=ㅋ

 

2. 내용자체는 되게 마초스러운데 왠지 무언가가 굉장히 마초스럽지 않음. 근데 뭐라고 딱 찝어서 말을 못하겠네...했더니 감독이 여성.

 

3. 영상이 굉장히 아름다움. 배경을 보여주는 방식이 아주 좋고, 연출도 훈늉함. 굉장히 냉정하고 객관적인 것 같은 연출을 하는데, 화면자체는 부드럽고 따뜻하다. 캐릭터랑 연출에서 보여지는 긴장감이 엄청 좋은데 비해 사업을 하는 방식이랑 특히 영국이랑 미국의 정보국은 좀 후지지 않은가. 시스템이란 게 돈을 상위 몇명 멕이고 꼬득여낸다고 엿먹일 수 있는 게 아님.

 

4. 여자 캐릭터가 세 명인데, 그 중 두명이 '범죄자 여친'역 ㅋㅋ 둘 다 겁나 이쁘고 '범죄자 여친' 치고는 눈치+머리가 좀 있는 걸로 나온다. 내가 이걸 끝까지 보게 하는데 이 언니들 미모가 한 축을 담당했져. 그리고 임산부로 위장한게 아니라 그냥 임산부인 안젤라. 원래 소설에서는 남성 캐릭터였다는데 여자로 바꿔서 극에 훨씬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전문가이면서도 아줌마같은 느낌이 있어서 평면적이지 않아 좋았다.

남자 캐릭터는 두 주연 빼고는 기냥 엑스트라. 난 로퍼 역도 그다지 깊이있는 캐릭터라고 생각은 안하지만, 범죄자라고 기냥 사이코패스로 그리지 않은 건 좋았다. 평소엔 넘 평범해서 오히려 좀 무섭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는 것 같긴 함. 그리고 주인공 파인은 여자 취향이 참... 상처받은 예쁜 여자한테 꼴리는 건가염. 구원자 콤플렉스 그런 건가. 캐릭터가 매력적인데 이런 부분은 매력적이지 않음-ㅠ-

 

5. 미국인은 휴 로리하면 하우스가 생각나서 하우스의 비틀린 성격이랑 범죄자랑 비슷한 캐릭터라고 생각하겠지만, 일단 나에게 휴 로리는 코메디언. 영국 코메디언은 왤케 연기를 잘함=ㅠ=? 캐서린 테이트도 그렇고... 하긴 휴 로리, 캐서린 테이드는 일단 카리스마가 있는 외모라... 그 마스크로 코메디언을 한다는 게 더 의외일지도.

 

6. 그리고 히들스턴.

연기를 잘 한다는 건 알겠는데, 난 로키를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고 애초에 이 사람의 매력이 뭔지 잘 모르겠다는 쪽이었다. 일단 난 키가 크고 머리통이 작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음. 이런 사람들을 보면 이쑤시개에 마늘 꼽아놓은 것 같처럼 보인다. 차라리 서서 전신이 나오면 괜찮은데, 어디 앉아서 뭔가 먹고 있는 장면을 같은 장면은 머리통이 작으니 팔이 괴상하게 길어보여서 자꾸 그런 것만 보게 된다. 알렉산더 스카가르드가 그 대표격. 레알 머리통 넘나 작고, 몸 졸라 길고, 이 인간은 어깨도 넘 넓음--;; 팔 휘적거리는 거 보면 진짜 이상한 느낌이 든다. 트루블러드 볼까 하다가 알렉산더씬 한 장면 보고 다 지워버림.

여튼, 톰 히들스턴은 얼굴이 폭이 좁고 턱이 없는데다 눈썹 때문에 억울한 인상이고, 포시잉글리시를 써서 굉장히 도련님같은 느낌이... 그니까 그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로키 이미지. 갠적으로 되게 바보같은 부자집 도련님 역도 잘 할 것 같은데... 이건 토르인데, 히들스턴이 했다면 지금의 토르완 전혀 달랐겠지 ㅋㅋㅋ

 

여튼 이런 인상인데도 불구하고 나이트 매이저에서 히들스턴 매력이 장난 아님. 무지막지하게 깨끗한 발음과 엑센트에 격식을 차리면서도 과하지 않은 말투가 겁나 훈늉하다. 목소리도 좋긴 한데, 내 생각엔 히들스턴이 쓰는 '말'이 이 사람 매력의 90프로는 차지한다고 봄. 드라마 보고 이 사람이 한 인터뷰도 보고 있는데 뭔가 말의 내용 때문에 똑똑한 느낌이 아니라 말투랑 사람을 대하는 태도 때문에 계급과 교육의 정도가 보이는 것 같다. 그럼에도 으스대질 않으니 더 호감인거고. 큐컴버비치 인터뷰를 보면 굉장히 예의 바른데 친근한 느낌이 없다. 재미도 없음. 휴 그랜트는 예의도 안 바르고(예의가 없는 게 아님) 친근한 느낌도 없고 멍청한 소리만 하는데 말하는 내용을 잘 들으보면 참 똑똑하단 말이지. 매리엄도 그렇슴.

 

잉글랜드 출신 남자배우를 보고 있다보면 영국의 수출품에 포시를 넣어도 되겠다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