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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123

넘버스랑 멘탈리스트를 좋아한다. 보통 다른 드라마는 마음에 드는 시즌만,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만 남기고 다 지우는데 이 두 드라마는 전체 에피를 다 갖고 있었다. 이번에 멘탈리스트도 좋아하는 에피만 남기고 버리려고 하는데... 전체 시즌 중 반만 걸러내고 중간에 포기하고 그냥 보기만 했음. 어차피 잘 만들어진 에피소드가 없고, 멘탈은 제인 캐릭터, 넘버스는 가족관계가 마음에 들어서 보는 거라... 지금 보니 멘탈은 사이먼 베이커 빼고는 연기 못하는 배우도 엄청 많다. 이런 드라마를 오직 주인공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봤다니 오덕이란 괴롭구나.

 

사이먼 베이커는 2001년 뉴질랜드에서 가디언이라는 드라마로 처음 봤다. 그 때는 싸가지가 줄줄 흘르는 냉혈한으로 나왔다. (아련~.~) 지금도 무표정한 베이커는 인간 자체가 차가워보임. 근데 웃으면 이쁨. 그 갭이 좋은 거 아니겠음. 가디언에선 캐릭터 자체가 워낙 단순하고 연기도 뻣뻣하니 그냥 그랬는데 멘탈리스트에선 연기도 잘한다. 물론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인 것도 있지만, 그 캐릭터를 참 잘 살림. 내 생각엔 생김새 자체가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얼굴 자체가 사연있어 보이는데다 능글맞고 유약한 면도 있으면서도 인텔리처럼 보임. 여튼 중요한 건 평범한 인텔리처럼은 안 보인다는 거. 궁금한 게 있다면 취향이 그런 건지, 그냥 대본 고르는 능력이 없는 건지 출연작이 좀... 많이... 캐릭터도 하나같이 참...=_= 닥터후에서 닥터 할 생각 없는가. 안 시켜주는 건가? 별로 외계인처럼 생기진 않았지만 나사 몇개 빠져있는 게 좋잖아? 호주 엑센트도 좀 날려주시고.

 

여튼, 패트릭 제인. 갠적으론 시즌 4가 좋은데(시청률은 떨어짐), 이 시즌에서 제인이 막 나가기 시작한다. 그 전에야 그냥 사고치고 다니는 수준이지만, 여기서는 정의니 아니니 지가 결정하고 지가 벌도 내린다. 그래서 레드존 이용해서 연쇄살인범 죽여버릴 땐 진짜 좋았음. 저 새끼가 진짜 미치는구나 싶었다. 그러다 레드존도 죽이고 완전 미쳐버리면 좋은데 졸라 허무하게 제정신으로... 레드존 따위 관심도 없구만 그 따위 똥떡밥 갖고 시즌6까지 줄줄 끌고 다니다 제인 캐릭터는 그냥 좀 싸가지없는 똑똑한 애로 끝. 세상에 남아도는 캐릭터가 좀 똑똑하고 좀 싸가지없는 애들이잖아=ㅁ=!! 백번 양보해서 개별 에피소드가 후진거야 어쩔 수 없다고 쳐도 멘탈리스트가 제인으로 먹고사는데 좀 끝장을 봐도 좋았을 것 같구만 안 그러더라고. 하긴 그런 캐릭터 만들기엔 드라마가 좀 평범하기도 하지. 너무나 평범해서 마지막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임신이라니 씨발 장난하나 ㅋㅋㅋㅋ 다시 봐도 그지같다. 그렇게 멘탈리스트는 최고 시청률로 시작해서 똥시청률로 끝남.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지만 나름 다 이유가 있는겨.

 

애초에 수사물을 딱히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수사 자체는 그다지 무게를 두지 않는데 게 중 마음에 드는 게 넘버스. 인기는 별로 없었는데 캐릭터가 다들 너무 평범하게 착해서 재미없걸랑=ㅠ= 이렇게 착한 범생이만 드글드글한 드라마도 흔치 않음. 자극적인 재미는 없지만 갠적으론 캐릭터 구축이 잘 되어있다고 본다. 매력은 패트릭 제인이 있지만, 잘 만들어진 건 넘버스 캐릭터임. 캐릭터가 일관성 있고, 캐릭터 간의 관계도 잘 구축되어 있다.

천재 동생을 둬서 그 압박에 쫓겨다니는 맏이. 체격 체력 좋은 맏형이 좋아서 따라다니는데 형아는 피해다니고, 그러면서 사이도 멀어지고, 가치관도 달라짐. 충분히 인텔리인데 초등학교 때 이미 아들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게 되자 왠지 어른 노릇 아빠 노릇을 충분히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아버지도 있다. 게다가 아버지가 한때 좌파 운동권이었는데, 맏이가 FBI라 은근 불만이 많은 걸로 나온다. ㅋㅋ (6-70년대 FBI가 정권에 붙어먹고 운동권을 많이 학대했댐.) 근데 이 가족 생김새 참 안 닮음. 유태인으로 묶이면 다냐. 설정엔 충실한 캐스팅이다만.

 

넘버스가 잘 만들어진 캐릭터랑 관계를 세련되게 보여주냐면 그건 아니지만... 사실 이정도 하는 이야기 별로 없다. 영화든 드라마든 소설이든 만화든. 어쨌든 덕후의 좋은 점은 무엇을 보든 재미를 느끼는 지점을 찾을 수 있다는 거져. 캬캬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