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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116

1. 팟캐 다시또역시에서 음악을 다루고 이번엔 메갈을 다루자 나는 이 팟캐를 좋아하게 되었다.

다시또역시가 재밌는 건 다른 전공, 관점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수다를 떨며 진행하기 때문에 그런 다름이 굉장히 재밌게 느껴진다. 여기에 덧붙여 난 역사 공부를 (제대로) 한 사람이 가진 (독특한) 관점을 굉장히 좋아한다. 좌우나 보수나 진보를 떠나서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정확히는 어떤 사람의 삶이나 어떤 시대, 어떤 사건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다 보면 이런 관점이 생기는 것 같다. '이런' 관점이란 대상에 대한 '이해+감정이입+관찰자'가 합쳐진 관점임. 아직 이걸 정확히 정의하는 단어를 찾지 못했음. 덧붙여 어떤 사건이나 대상에 대해 '사실'을 구분하고 모으는 방식도 좋음.

 

1.2 메갈리아 페미니즘 운동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이 운동이 '하위문화'적이고 '자발적인' 운동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이슈가 되고 심지어 성과가 있어! '이걸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있다니 껄껄껄'

누군가 이 운동이 망했다고 한 모양인데(원문 안 읽음), 진짜 상황판단 더럽게 못하는 사람같음. 설사 모든 메갈리아 사이트가 폐쇠되고 없어지더라도 이건 없어질 '활동'이나 '사고방식'이 아님.

내가 망한 운동이라고 못 박는 한미 FTA 촛불, 이게 망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결국 논의조차 되지 않고 FTA가 시행되서가 아니라 그 뒤에 잘도 미국 소고기를 처먹고 있기 때문이다=ㅠ= 거기서 이야기 했던 거 남은 거 뭐 있나? 이명박 싫다는 거 빼고. 물론 장마가 시작되자 누가 그만두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열기가 식고 며칠만에 집회가 끝나버렸고 끝물에 있었던 선거에서 망한 것도 있져. 그 선거 망한 거 보니까 아, 이건 망했구나 싶더라고.

 

1.3 나는 내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해 정의당을 탈당한 게 아니다.

정의당은 정치정당으로써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탈당했다. 안물안궁. 무관심이 되었소.

 

 

2. 이 블로그에서도 이야기 했던 것 같은 작법 중 하나. 캐릭터를 잘 만들면 알아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이거시 소재가 된 드라마가 있었다. 마봉춘의 더블유.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움직이다 못해 자유의지를 갖게 된 만화 캐릭터, 그게 두려운 재능없는 작가. 매력적이지. 그걸 설정만큼 멋지고 매력적이게 만들고 있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어쨌든 드라마에서 나오는 몇몇 스토리텔링의 규칙같은 게 재밌어서 한번에 몰아봤다. 이를테면 엔딩의 규칙이라든가, 주인공 위주로 굴러가는 시간, '만화에 나오는 장면'만 중요하기 때문에 여주가 남주에 끌려 만화에 들어갔다가도 만화에 안 나오는 장면에서는 현실로 튕겨 나간다던가하는... 

창작자와 캐릭터의 관계도 재밌다. '내가 겪은 게 다 (니들) 재밌으라고 만든 이야기였다니! 내가 겪은 고통이나 감정은 가짜가 아니다'라는 거. 캐릭터를 만든 창작자라도 캐릭터를 함부로 대하면 안된다고 하는 것도 재밌음. (실제로 스토리텔링 규칙 중에 하나가 '작가는 신이 아니다'라는 것임. 맥락이나 앞뒤없이 캐릭터를 죽이거나 살릴 수 없다는 것. 작가라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정말 좋은 소재라고 생각하고, 스트레인져댄픽션 같은 걸 좋아하니까 내 취향일 수도 있다.

근데 여기에 로코를 '이상한 방식으로' 끼얹네. 여주가 남주를 만들었다는 것도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치는데, 자기 삶이 허구라는 걸 알고 불행해진(정도가 아니라 사는 이유를 잃은) 남주한테 '로맨스로 2탄 만들어보세'하는 여주라니 ;ㅁ; 이 미친년 생각이 있는 거 없는 거 ;ㅁ; 근데 남주가 그걸 또 합니다=ㅠ=;;; 남주 속이야 어떻든 행복하게 그걸 해내고, 여주도 행복해보임. 얘네들 완전 이상해.

난 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만화가 웹툰이든 출판만화든 어쨌든 스포츠신문에 연재되는 남성대상 성인만화류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거덩. 작가도 그 정도고, 그래서 거기에 걸맞게 설정이야 이야기도 좀 후지고 구리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고. 그래서 남주가 '어떤 종류의' 초인이라는 것도 납득이 되지. 근데 이쪽 만화가 실제 여성취향하고는 매우 멀거든. 남자가 생각하는 멋진 남자라서. 근데 이 캐릭터가 원래는 여주가 만든 순정만화용 캐릭터였다!! (그래서 얘들은 운명이다!!)라고 터트림. 오히려 이런 설정 자체가 남주한테는 더 비극적인 것 같은데...;;; 바로 앞에서 작가와 작가가 만든 캐릭터의 갈등을 그려놓고 이번엔 같은 작가와 작가가 만든 캐릭터를 이용해 로맨스를 쓰면 어쩔.

 

그래서 분명히 좋아하는 소재인데 세부 설정과 스토리텔링에서 삐걱댐을 느낀다. 완전 비극적 상황인데 거기에 로코적 감수성을 억지로 덧칠하는 것도 이상하다. 나처럼 연애물 좋아하는 애가 이상하다고 느끼면 정말 이상한 거임. 굳이 비극적으로 연애할 필요는 없지만 비극적 감수성을 무시한채로 로코물로 만들면 캐릭터가 미친 것 같잖아. 반대로 전혀 심각한 상황이 아닌데 만날 울고 짜는 캐릭터도 미친 것 같음.

이런 것 때문에 처음엔 연출이랑 연기가 너무 가벼워서(못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냥 스토리텔링에 어울리는 연출인 것 같기도 하다. 그냥 딱히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고 별 생각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