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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115

1. 동거 고양이의 단백질 섭취를 반김. 집에 들어오는 벌레는 다 먹음 ㅋㅋㅋ 아이 좋아 ㅋㅋㅋㅋㅋ

내 고양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예쁜 고양이'의 전형으로 생겼는데, 요즘 유난히 이쁜 거라.

난 좀 고민이 되었다. 이게 '어이구 내 새끼 어화둥둥' 요 느낌으로 콩깍지가 씌인 것인가 아니면 얘가 요즘 실제로 이뻐진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계기는 고양이가 최근에 유난히 따르고 애교를 떠는데 이쁘게 보이는 게 이 이후다. (인간 새끼... 졸라 속보임.)

그래서 본 슈프리머시를 보는 중에 티비와 나 사이에서 예쁘게 앉아서 집에 들어온 벌레를 주시하고 있는 걸 찍어서 원래 주인에게 보여줬다. 얘 더 이뻐졌냐는 질문과 함께. 더 이뻐졌댐. 글치. 내가 그렇게 쉽게 콩깍지가 씌이는 인간은 아니니까. 근데 원 주인은 그리움이 커서 일 수도 있다.

 

 

2. 나는 꼰대가 맞다. 일 할 때 많이 느낌. 설명을 했는데 못 알아들으면 짜증이 난다. 그리고 실제로 짜증을 낸다=ㅠ=

스스로 굉장히 쉬운 언어를 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한다. 분명히 쉽게 다 설명해줬는데 알아듣지 못하는 걸 이해 못하고, '내 언어'로 '정의를 내'고 싶어한다. 하악, 써 놓으니가 더 꼰대같아. 사실 이런 성향은 전부터 있었는데 전과 다른 점은 '실제로' 짜증을 내는 부분이다. 나이 처먹음을 티냄.

 

 

3. 근데 난 나이 먹는 게 좋다. 다른 의미로 더 티내고 싶음.

한국에서 가난뱅이 여자로 사는 건 초큼 많이 피곤하다. 물론 한국에서 가난뱅이 '나이든 여자'로 사는 것도 쉽진 않다. 하지만 가난뱅이 '젊은 여자'는 사회적 지휘란 게 없다할 수 있을 정도로 바닥임. 한국은 나이가 벼슬임. 내 뒤에서 퇴물이니 뭐니 떠들수는 있어도 내 앞에서는 못한다. 나이든 남자도 나에게 처음부터 반말을 할 수 없는 사회적 지휘가 생긴 거다. 젊은 여자는 아무나 다 반말을 해댐. 정확히는 아무나 반말로 아무 소리나 막 해댐. 근데 나는 나이가 어린 여자이므로 그에 대꾸할 자격은 없는 거다. 대꾸하면 싸가지가 없고, 가만있으면 호구인 상태로 30년을 살았으니 그 뒤로는 내 맘대로 좀 살아보겠다는 걸로 노선 선회. 물론 그럼 그 전에는 내 맘대로 안 살았냐면 그건 아니지만. 커커커.

 

최근에 정말 몇년만에 남자한테 '(나한테도) 좀 방끗방끗 웃으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ㅠ=? <-요런 표정을 지으며, '뭐야 이 싸가지. 깝치지 마'라고 했다. 그 녀석은 그 뒤로 깝치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이 씐나. 얘가 나보다 분명히 어리거든. 어리니까 사리분별이 안되고 분위기 파악이 안되서, 그리고 나름의 유들대는 성격으로 남자 사이에선 나름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했던 경험으로 나에게도 그런 말을 한 거겠지. 나도 아는데, 나는 이제 꼰대라 그런 걸 참기가 싫단다, 얘야.

이 비슷한 일이 20대에는 훨씬 많았는데 심지어는 '보기 안 좋으니까' 좀 웃으라는 둥, 화장을 하고 다니라는 둥, 이쁜 옷을 입으라는 개소리를 해댐. 1. 내가 너 보기 좋으라고 사는 게 아니다. 2. 웃겨야 웃지, 개새끼야. 3.  니 얼굴을 보고 미소가 나오겠니. 4. 너 꼬라지를 보고 내 꼬라지를 말해라. 가끔 내 기분이 꼴리면 1번에서 4번 중 한가지로 대답했지만, 대부분은 감정 쓰기가 귀찮아서 반응을 안했다. 그러므로 꼰대에게서 개싸가지 혹은 이상한 년으로 통했다. 근데 이제 나한테 싸가지 없다고 할 인간이 없어. 아이 씐나 2

 

 

4. 나이 들어 나쁜 점은 긴장을 안한다는 것. 이걸 종종 초심 운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초심에 대해선 무도에서 윤태호가 그린 식으로 생각함. 

여튼 제한된 영역에서 폭이 좁은 생활을 하다보면 엔간한 건 다 경험해보고 좀 아는 것 같고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들걸랑. 나이든 사람이 어떤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데는 다 그런 이유가 있는 거임. 경험.

다른 이유는 내 생각엔 '사는 데 생각보다 그렇게 중요한 게 없음'을 깨달은 것 같기도 하다. 이거 하나 망한다고 인생 크게 틀어질 거 없다는 생각이 사람을 느슨하게 함. 내가 글을 쓸 때 자꾸 깜빡깜빡하는 건 이게 내 생계와 연관된 것도 아니고, 이게 딱히 내 인생에 큰 위치를 차지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정신을 안 차리고 있으니까 쓰는 도중에도 까먹고 그러는 거지.

잉싸와 제이슨 본 편을 들으며 '아, 그건 그럴 수 있겠다'라고 생각한 부분이 있는데 그걸 까먹음=_= 나도 내가 어처구니가 없다.

그리고 잉싸와를 틀었더니 다시 생각남. 그 부분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기억이란 게 연상작용이긴 함.

여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것. 제이슨 본의 다크서클녀가 '비교적 젊은 사람이, 하는 일에 대한 죄책감이나 회의가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커리어로서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겠음'.

 

 

5. 누군가 잉싸와 팟빵 게시판에 '넥슨 성우에서 정의당'에 이르는 일련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고 하던데 방송 안할 것이다. 이유는 메갈은 다룰 가치가 있긴 한데 진행자들의 전공분야는 아니고, 메갈을 까는 애들은 다룰 가치가 없거든.

글쓰기 연습은 안하고 잉여롭게 지내다가 나무위키에서 메갈 섹션을 읽었음. 흠... 별로. 일단 메갈이 탄생하게 된 트리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음. 메갈이 주장하듯 어떤 남자 유저들이 '무개념 한쿡녀자' 운운하며 메르스를 옮겼네하는 게시글 때문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는 거다. 그 전에 '무개념 한쿡녀'라는 콘텍스트가 없었다면 메르스 갤러리가 미러링을 하는 일 자체가 없었을 거거든. 오히려 여기서 기름을 졸라 들이 부은 건 내 보기엔 디씨같음. 메르스 갤러리에서 지덜까지 스트레스 해소 좀 하게 뒀으면 아마 메갈리아는 없었을 것이다. 근데 얘들이 '굳이' 메르스 갤러리에서 일어나는 '남성 비하'에 반응을 한 거야. 해지마. 남성비하 해지마. 다른 거의 모든 갤러리에서 항상 매일 매시간 매초 여성비하, 동성애자비하, 장애인비하를 하지만 남성비하는 해지마. 우리 좇 작다고 해지마. 우리 평균이야. 한국 남성의 거시기가 실제로 큰지 작은지 평균인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나무 위키는 오덕페이지는 재밌게 읽을 수 있는데 (마블씨네마틱유니버스 페이지라든가) 이런 건 영 약한 것 같다.

여튼 이 부분에서 메갤이 '어, 씨바. 뭐지'하며 각성을 합니다. 그러면서 놀이였던 사람과 남혐이 진심이었던 사람과 이걸 여성주의적으로, 사회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나뉨. 메갤이 메갈이 되는 것에 대한 의문은 메갈이든 아니든 공유한다. 이 이슈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 왜 페북의 김치녀 계정은 멀쩡히 있는데, 메갈 중에서 온건한 축에 드는 메갈4는 왜 자꾸 페이지를 없애지? 이렇게 메갈리아는 '사회운동'의 성격을 띔. 이전엔 딱히 이슈가 되지 않던 여성대상 범죄가 이슈가 된다거나, 여성 단체에 기부를 하거나 참여를 하는 사람이 는 것도 메갈리아 전후로 봐야한다. 메갈리아는 새로운 여성주의 활동의 트리거가 됐음. 왜 흔치 않은 과격성에도 다들 메갈을 비판 못하냐고? 이게 이유임. 메갈은 자체로 연구할만한 사회현상이고, 여성주의 이슈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각종 여성 이슈의 트리거이자, 구성원이 인터넷으로는 미러링을 하지만 남자 대상 범죄는 실제로 저지르지 않고 있고, 사회운동에 참여하기 때문임.

 

근데 메갈을 까는 애들은, 굳이 자기는 일베가 아니라며 진보 남자 운운하면서 메갈을 손가락질한다. '쟤들은 헤이터야'라고만 외친다. 하는 캠페인은 무려 검열찬성. 넥슨에서 항의시위를 할 때 사용한 '아빠, 열세살이 되면 나도 벗길거야?'라는 문구를 걸고 넘어지던데, 열세살짜리 여자애를 반쯤 벗겨놓은 게임 캐릭터를 만들고 노는 사람을 손가락질 하는 사람이 과격해봐야 누굴 욕할 것 같냐=ㅠ= 제발 생각을 하라고. 그 말을 걸고 넘어지는 것도 자충수다. 실제로 열세살짜리 벗은 여자애 캐릭터가 존재하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방법인데 그걸 꼭 구구절절 들먹이며 메갈 욕하는 용도로 사용하다니 도대체 뭔 생각이여. '우린 열세살짜리 벗은 여자애 캐릭터도 만들고, 그 캐릭터로 게임도 하고 딸도 치지만 손가락질 하지마, 빼액!!!' 요렇게 보이고, 요게 진심인 게 맞는 거지.

니들이 아무리 '여성주의가 아니라 메갈이 싫은 거라고!!!' 해봐야, 여성이슈를 만들고 키우고 사회단체를 지원하는 메갈과 지들은 열세살짜리 여자 캐릭터로 게임하면서, 어떤 만화가들이 남혐 '사고방식'을 갖고 작품을 만드니 검열을 해야한다는 주장을 하는 애들을 누가 편을 들겠냐고. 졸라 하는 짓이 어리고 무식해서 소오름.

 

그러나 갠적으론 메갈 비판자들이 그렇게 삽질을 하길 바람. 매우 바람. 그럴 수록 여성이 각성할테고, JTBC에 정의당에 경향에 메갈편이니 아니니를 협박하고 읍소할 수록 그 안에 있는 제 정신인 사람 역시 각성할 테니. 아니, 정의당은 주겠음. 제일 먼저 메갈 비판자들에게 손 든 걸 보면 무능한 것도 비슷하고, 실제로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많아. 그래서 정의당 내에선 이길거야. 정의당 밖에선, 장기적으론 지겠지만 지금 정의당에선 승리를 만끽할 수 있음. 이런 걸 전투에선 이기고 전쟁에선 진다고 하지.

 

 

6. 나는 딱히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여성혐오범죄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강남역 살인 사건도 내 주변에선 나혼자 '혐오범죄'는 아닌 것 같은데 했다가 다굴당할 뻔. 그 때 내 친구들 분위기도 상당히 날카로웠음. 그 사건이 실제로 혐오범죄이든 아니든 쌓아둔 분노가 폭발하는 지점이었던 것. 그래서 강남역 살인사건이 실제로 혐오범죄인가 아닌가도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여기서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왜 그 미친놈이 '여성혐오'가 범죄의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임. 제발 맥락 좀 읽어주오. 

여튼 나는 그냥 여성에 대한 폭력이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나보다 더 약한 놈을 잡는 거다. 여자, 어린 사람, 늙은 사람, 장애인, 외국인 등등. 육체적으로 사회적으로 약자인 사람, 죽이든 폭행이든 '상대적으로' 만만한 상대를 겨낭하는 거라고 생각함.

왜냐면 우리가 자연을 그렇게 대하잖아. 딱히 어떤 동물 종을 혐오하거나 싫어해서 그 종을 절멸 시킨 게 아니잖아? 그냥 멍청하니까 그런 거지. 인간에 의해 멸종된 동식물 종이 근 200년간 얼마나 많은지 알아? 관심이나 있나? 죽거나 말거나 관심도 없고 죽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비교적 귀여운 이미지이고 가까이 있는 개, 고양이를 대하는 태도나 동물원에서 동물을 대하는 태도, 먹는 동물에 대해서도 딱히 혐오해서 하는 짓이 아님. 왜 애새끼들이 잠자리 같은 곤충 분해하는 것이나 길에서 사는 동물을 괴롭히는 행동을 봐. 혐오는 커녕 아무생각이 없음. 인간도 한마리 동물일 뿐이고,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생존 이외의 이유로(혹은 별다른 이유없이) 다른 종을 멸종시키는 종이다. 그리고 그런 동물로 살것이냐 아니냐는 개인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 이것도 나름 특권이긴 하다.

 

 

7. 어지간히 제 정신인 나이 든 인간이라면 자기가 어떤 인간이 될 것인지, 어떤 인간으로 살 것인지, 어떻게 살것인지를 스스로 정하고 대체로 그렇게 살 수 있다. 사회가 그렇고 환경이 그렇다는 말은 변명임. 자기가 사는 꼬라지의 책임은 자기가 져야하고, 결국 자기가 지게 되어 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