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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118

1. 아부지와 전기 누진세 관련해서 불꽃 논쟁을 했다.

난 가정용 누진세에 아무런 불만이 없거등=ㅠ= 가난뱅이라 세금을 별로 안내기도 하지만 나는 세금을 더 내야한다는 입장이고, 특히 전기-가스-물-기름같은 에너지 종류는 좀 비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한국 경제 상황에 비해 싸기도 하고.

이게 사실 많은 부분에서 생각이 같기는 한데, 무엇을 우선순위를 두느냐의 차이가 있다.

울 아부지를 포함 많은 사람들이 '가정용 전기 누진세는 불합리'하니까 없애거나 낮춰야 한다는 쪽에 방점이 찍혀있고, 나는 '상업용, 산업용 전기할인은 불합리하니까 전기할인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쪽에 방점이 찍혀있는 쪽이다. 여기에 더해 상업용, 산업용도 전기를 쓰면 쓸수록 누진세를 더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써도 좀 깍아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농업용 전기와 '기초수급자' 수준의 가난한 사람들에겐 전기세를 낮춰줘야지. 평소 전기료를 10만원 정도 내는 사람이라면, 여름에 20만원 내는 게 뭐가 문제야? 도대체 이해가 안감. 그럼 겨울에 난방비로 나가는 난방비는 어떻게 감당함? 어차피 계절별로 필수적으로 나가야 하는 돈이잖아?

 

2. 근데 나는 내가 바라는 '산업용, 산업용 누진세 도입'은 이뤄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알고 있음. 상업용, 산업용 전기료 올리면 경제에 악영양을 끼치네 어쩌네 하면서 지랄염병을 떨어댈게 뻔하고, 한국 사람은 '한국 경제에 악영양'이란 단어를 보면 머릿 속에서 진짜 경보가 울리는지 일단 덮어놓고 봐주는 경향이 있거든. 그러니 가정용 누진세 없애기 운동으로 가는 거지.

핵발전도 '경제 부흥'에 필요하고, 화력 발전소도 '경제 부흥'에 필요함. 기업이 전기를 팍팍 써서 생산량을 올리고 홍보도 팍팍하고, 도시가 번쩍번쩍 해야 소비도 늘어나고 돈이 팍팍 돌아야 경제도 부흥되고 좋은 게 좋은 거지. 앗, 근데 화력발전소가 미세먼지를 조낸 만드네. 미세먼지가 싫어? 화력발전소를 없애. 전기 아껴쓰면 그럴 수 있음=ㅠ= 핵발전 싫어? 그럼 전기 아껴써. 핵발전도 싫고 화력발전도 싫지만 에너지도 팍팍 쓰고 싶으면 미세먼지든 뭐든 감수하고 그냥 전기세 내라고. 내가 전기 그렇게 쓰는 거 아니라고? 가정용 전기 사용량은 15프로가 안된다고? 근데 나머지 85프로의 전기 사용량으로 생산한 물건과 서비스는 쓰지? 그럼 그냥 환경세 낸다고 생각하고 내면 되는 일이다. 실제로 환경에 그 돈을 쓰진 않지만... 그런 운동을 하면 되지. 하지만 한국은 또 환경에 그다지 관심이 없지. 이렇게 돌고 돈다. 결론 ; 한국 사회의 인식 자체가 안 바뀌면 모든 게 해결이 안됨.

 

3. '저 새끼가 누리고 있는 저 불합리한 혜택이 싫다! 그러니 나도 그 불합리한 혜택을 누리게 해달라!'

나는 이런 운동이 별로다. 근데 거의 모든 운동이 이런 식이다. '너만 많이 버냐? 나도 많이 벌고 싶다.' '너만 많이 쓰냐? 나도 많이 쓰고 싶다.' 

인권운동도 그런 경향이 있다. 저 귀족 새끼들, 저 부자 놈들, 저 남자 새끼들, 한남충들. 저 새끼들이 누리는 그 불합리한 혜택이 싫으면 그 혜택을 끌어내리는 운동을 해야하는데 사실 이게 잘 안 먹힐 뿐만 아니라 이런 생각 자체를 안하는 것 같다. (물론 '니들만 투표하냐? 나도 투표권 달라'하는 거랑은 다른 이야기임.)

말 많은 메갈리아도 이런 흐름에서 나온 거다. '니들만 그런 욕 할 수 있어? 우리도 할 수 있어.' 내가 선호하든 선호하지 않든 그런 욕망이 자연스럽기도 하고 이런 운동이 잘 먹힘. 그리고 여자들이 평생 그렇게 욕먹고 살았는데 욕하고 싶으면 해야지 어쩌냐. 그게 맥락없이 튀어나온 것도 아닌데.

여튼 마찬가지임. '전기 니들만 펑펑 써? 나도 좀 쓰자.' 좋아하진 않지만 이해는 함. 역시 맥락 있는 불만이잖아? 하지만 여성운동에 비해 이 요구가 성공할 경우 환경적으로 더 나빠지기만 하지 결과적으론 좋아질 게 없지. 당장 지갑에서 몇푼 아끼는 거는 좋아지는 게 아니라오.

그리고 난 그 '니들'에 공무원이 포함되어 있다는 게 참 놀라움. 공무원의 업무현실을 조낸 모르고 덮어놓고 공무원 싫어하는 한쿡 사회여... 욕을 하려면 산업, 상업용 전기를 펑펑 쓰는 애들을 욕해야지 거기서 일반 공무원이 왜 포함되냐.

 

4. 나는 어떤 사람이 돈을 겁나 많이 버는 건 별로 부럽지도 않고 한 사람이 많은 부를 갖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함.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 내가 돈을 겁나 많이 버는 건 별로 관심이 없다. 그냥 적당히 먹고 살만큼만 있으면 되는데 그 기준이 보통 사람보다 좀 많이 낮긴 하지만, 어쨌든 모든 사람이 기본적으로 이 기준에는 맞춰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거보다 더 벌고 쓰고 누리고 싶으면 개인이 노력을 하든 말든 할 문제이지 그걸 사회나 행정부가 나서서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게다가 나는 더 벌고 쓰고 누리는 것도 상한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다. (국가주의자가 아닌데 국가주의자인 나님.)

내 기분을 들쑤시는 사장에게 '그렇게 잘났으면 무인도 가서 혼자 사업하고 혼자 돈 벌고 혼자 쓰'라고 한적이 있다. 무인도 가면 돈 못 번다. 사회가 있으니까 축적 가능한 부가 생기는 거지. 니 새끼가 혼자 그렇게 잘났어도 다른 인간이 없으면 돈 못 번다고, 등신아=_=

 

5. 여튼 뻑하면 나오는 서민 코스프레 졸라 웃김. '일반' 서민이란 건 가난뱅이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잖아. 딱히 잘 살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일하면서 먹고 사는 사람들. 근데 '일반 서민' 운운 기사에 꼭 가난뱅이 사진을 붙여놓는다. 방 한칸에 고물 선풍기 한대 탈탈 돌아고 그 앞에 혼자 앉아있는 노인의 사진. 뭐 이런 거. 이런 사람들은 한달 전기료가 10만원이 나올 일이 없어요. 나같은 야행성 집순이가 열두평짜리 집에서 하루종일 티비 혹은 컴퓨터 틀어놓고, 선풍기를 돌리는 데 한달 전기요금 KBS 수신료 포함해서 만원 정도 나온다. (나도 혼자 쓰기엔 큰 냉장고, 전기밥통 있음. 전기밥통은 쓰지도 않지만--;; 참고로 세탁기는 5일에서 일주일에 한번 돌림.)

울 부모님 집이 두 사람 사는데 전기료 5만원 이상 10만원 이하 나오는 (중산층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사는) 일반 '서민'임. 여름이면 분수를 가동하고 밤이면 반짝반짝하라고 아파트 데코레이숑 조명 켜놓고 모든 차는 지하에 주차 할 수 있는 쾌적한(?!) 고층 아파트의 서른여섯평형 집에 대용량 세탁기를 이틀에 한번 돌리고, 두 명이 살지만 대용량 냉장고 있어야 하고(세 명 사는데 대용량 냉장고 세대 있는 집도 봤음.), 티비 20시간 틀어놓고, 요즘은 선풍기 2대가 24시간 돌아가고(고층 아파트라 창문 열어놓으면 바람불어 시원한데 문을 죄다 닫고 있음. 창틀에 먼지 낀다고 창문 닫고 선풍기 돌림 ㅋㅋㅋ), 모든 등이 센서 등이라 자동으로 켜고 꺼지게 해놓고 한다. 비데는 쓰지도 않지만, 한 여름에도 궁둥이 뜨뜻하라고 비데를 켜놓는=ㅠ=;;; 일단 해가 지면 온 방의 불을 다 켜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부모님이랑 같이 살면 울 아부지는 불을 켜고 다니고 나는 끄고 다니는 뭔가 도돌이표 같은 생활방식을 구사함.

내 부모님이지만 이런 생활방식이 잘 못 됐다고 생각하지 전기료가 잘 못 됐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런 생활방식을 구사하면서 전기료 5~10만원이면 싼 거 아님=ㅠ=? 그나마 에어컨이 없어서 이 정도이긴 하다.

 

6. 크고 유명한 사업체가 혜택 받는 건 전기 뿐이 아니다. 중소, 영세기업보다 대기업이 실질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받지. 에너지, 사업 지원, 인건비 지원, 법제도, 세제 모든 분야에서. 그리고 한국 사회는 그걸 선호한다. 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하는 걸로 생각하고, 대기업이 더 잘 되야 한다고들 생각하거든. 그렇게 5공 때부터 꾸준히 지속적으로 계속해서 혜택 받고 앞으로도 받을 거임. 사람들 생각이 바뀌지 않는 이상.

나는 현재 이건희의 '육신' 다뤄지는 방식이 굉장히 비인간적이고 인간의 삶의 마지막이라고 하기엔 굉장히 비참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걸 돈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세태가 재밌으면서도 세상이 바뀔 희망이라곤 없다고 생각함.

 

7. 뭔가 더 생각해놓은 게 있었는데 또 까먹음=_= 전기료가 문제가 아니라 내 머리가 문제임.

생각났음.

그래서 더운데 푹푹 찌는데서 살라고? 아님. 맘대로 틀든지 말든지 별로 관심없다. 다만 나는 안 튼다. 이렇게 해마다 갱신되는 '기록적인 더위'는 인간 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더 에너지를 마음껏 쓰는 건 (돈과 상관없이) 안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에너지도 팡팡 쓰고, 돈은 적게 내고 싶은 사람은 염치가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함. 그리고 이런 인간이 애 낳고 번식하고 그럼 졸라 신기함. 도대체 자식에게 뭘 물려주고 싶은 거지=ㅠ=?

 

 

덧.

대중교통비도 좀 올라도 된다고 생각함. 그리고 시설을 더 좋게 만드는 거지. 더 많이 이용하도록. 싸고 구린 시설이냐, 비싸고 좋은 시설이냐. 예전에 비하면 시설이 참 좋아지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