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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113

1. 갠적으론 여행이든 공부든 뭐든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긴 하다.

뉴질랜드에 다녀와서는 거의 한달 동안 잠을 못 잤다. 너무 시끄럽고, 내가 살고 있던 나라에 컬쳐쇼크를 받아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 뒤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다른 나라나 문화권에 가서 얻는 컬쳐쇼크는 없는데 몇개월 잊고 있다가 다시 맨눈으로 한국 사회를 볼 때 깨닫게 되는 것,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 다른 방식으로 보고 못 보던 것을 보면서 한국에 대해 알아가는 거다. 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 나이 들면서 내가 어떤 인간이었구나를 점점 알게 된다. 새로운 경험을 할 때, 새로운 공간에 갔을 때. 내가 상상하고 내가 되고 싶은 인간과 나라는 인간이 그다지 가깝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마찬가지로 내가 상상하는 한국과 내가 바라는 한국과 실제의 한국은 다르다.

 

 

2. 누구보다 똥 싸놓은 것 같은 작품을 싫어하고 짜증을 내는 나이지만 누구든 똥을 쌀 자격이 있지. (이런 부분 때문에 저작권에 느슨한 걸지도 모른다. 늘 예술가 지망생에게 3가지는 집구석에서 그것도 문 꼭 닫고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1. 똥싸기 2. 자위 3. 실험. 너의 잘난 실험물이나 자위행위나 똥을 남한테 보여주지 말라고)

다른 말로 하면, 너는 최악의 작품을 만들 권리가 있다. 만들어. 뭐 어때 똥은 다 싸는 건데.

그리고 내가 어떤 작품이 똥같다고 느낀다고 해도 그게 진짜 똥이냐면 그건 또 아님. 그건 취향일 수도 있고, 자기 철학과 어긋나는 걸수도 있고, 그냥 작품을 읽는 눈이 없을 수도 있다. 이유야 다양하지 뭐. 아무렴 어때. 어떤 작품을 싫어하거나 별로라고 말할 수 있지. 그것도 너와 나의 자유. 근데 남의 창작에 대해 하라 하지 말라 하는 건.... 너는 왜 남 앞에서 똥을 싸고 자빠졌냐. 그것도 뭐 제대로 된 비평을 하면서 이 지랄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기 신념(? 혹은 권위)에 어긋난다고 지랄. 자위하면서 똥을 같이 싸면 어쩔. 그나마도 자해적이야=_=

 

표현의 자유를 위한 슬로건인 노컷을 예스컷으로 바꿔버리고 거기에 '창작은 권력이 아닙니다'라고 해버리면 나는 이걸 보고 웃어야 하나, 황당해야 하나, 그 무식함에 소오름이 돋아야 하나. 내 주변 두어명이 이 상황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난 별로 이런 것 때문에 슬프거나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나진 않는다=ㅠ= 뭐랄까... (마초) 남자랑 (감정적으로) 엮일 일이 없으니까 관심에서 멀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고. 오히려 나는 약간 저런 이야기를 보면 멸종위기종을 보는 것 같다고 해야하나. 안 불쌍한 멸종위기종이니까 단어 선택에 오류가 있긴 함. 여튼 말살당하며 마지막으로 발악이라도 한번 해보겠다고 진상부리는 걸로 보여서 좀 재밌기도 하다. 물론 얘들이 실제로 다 죽어 없어진다는 건 아니고 그냥 앞으론 발악도 못하고 닥치고 있어야 할 것이야. 그것이 너희의 미래야. 방구석에서 혼자서 머릿속으론 무슨 생각을 못하겠니. 다만 그걸 말로는 못하게 되는 것 뿐이지. 지금 백인우월주의자도 그래. 백인우월주의자인데 그걸 입밖으로 내뱉는 순간 인간쓰레기 되거든. 심지어 백인우월주의자한테 백인우월주의자라고 욕하면 바르르 떨면서 아닌데! 나 아닌데! 너 지금 나 모욕해써!! 이런다. 하긴 여혐 혐의를 받는 남자들도 같은 반응이긴 하지 ㅋㅋㅋㅋ 아닌데! 나 여자랑 섹스하는 남잔데! (그러니까) 나 여자 혐오 안하는데! 여혐이라는 콘텍스트가 왜 나오는지 모르고 1차원적으로 반응하는 게 안쓰러움.

나는 남초 사이트에서 뭐라하든 안물안궁. 관심도 없고 신경도 안 쓰이고, 그들이 하는 말에 기분이 나쁘지도 않다. 남초사이트까지 가지 않더라도 한국에 팽배한 문화이기 때문에... 그런 거에 일일이 화내면 내가 사는 게 힘들잖슴.

 

 

3. 하지만, 내가 당원으로 있는 정당이 이런 문제로 헛발질을 하면 안되져. 정의당이 이 문제에 대해 '여자 성우 짤릴만하고, 만화가들 삽질했으니 온라인 테러 받을만하고, 예스컷 캠페인 응원함'이라고 말한 거든 아니든 상관없다. 사실 그렇게 말한 건데 본인들은 아니라고 하겠지 ㅋㅋㅋㅋ 그럼 더 슬프지만...

뭐가 어떻든 그게 정말 전략적으로 필요했다면 난 그런 거 눈 감아주는 아주 느슨한 인간이다. 근데 이게 전략적으로 필요했다고 생각하냐. 엉?

이건 무능한 거야.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아직도 '물 들어오는데 조개 캐고 있을 거냐'는 소리나 떠들고 있는 셈이라고. (그렇지. 이 말은 평생 유시민과 정의당을 따라다닐 것이다) 지금 물 빠졌고 조개 깰 때라고 말하는 거다, 이 쪼다들아. 지금 여성 이슈가 어디서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여성들이 산발적으로 만들어내고 있고, 각종 성, 여성 문제에 대해 그간과는 다른 반응을 내고 있는데 이게 그냥 가라앉을 것 같냐? 왜 지는 쪽에 베팅을 하냐고. 쪼다야? 시류를 읽지도 못하면서 정치하겠다고? 앞으로도 계속 지겠다는 걸로 보인다. 정의당이랑 노동당같은 진보정당이 성추문에 항상, 늘, 제일 후지게 대응하는데 후지고 무능한 정치정당을 어따 써. 음? 어따 쓰냐고. 총선에서 왜 십프로도 못 넘긴 정당 지지율을 받았는지 생각은 해봤니. 제발 일 좀 해라.

 

 

덧 1

총선에 오유 유져들이 10억 펀드를 주도했다니 물론 감사하고 고마운 일일 것이다. 거기에 나름대로 어떤 성의 표시를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함. 인증으로 충분하지 않겠냐만은... 최소한 그 모인 돈이 백프로 그런 의견을 가진 남자가 모았다는 확신을 갖고 그런 선택을 한 것이길 바람.

 

덧 2

어떤 웹툰 플랫폼에서 '멧돼지 없는 만화'를 어필하고 있다고. 난 이것도 되게 웃김. 왜냐면 남자들은 문화상품에 돈을 잘 안 써. 문화 소비의 80프로는 여자가 주도함. 클릭수 높이기 위해 포르노 같은 작품 위주로 연재될 거고 그러다 망할 게 보인다. 인간들 사업하는 거 보면 재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