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뭐여 음향. 굉장히 좋다. 우리나라 공연에서 베이스기타, 콘트라베이스의 저음이 진동이 아니라 소리로 들린 몇 안 되는 공연.
-7월 8일 비긴어게인
주인공은 이생강, 신관웅이지만 이 공연에서 내가 가본 모든 공연(국내 국외 몽땅 다)을 통털어 드럼을 젤 잘치는 분을 봤다. 들었다. 이게 어쩐 일이여=ㅁ=?! 김희현님. 넘나 좋아. 사랑해. 짱 좋아.
그리고 판소리에 음악 붙이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정확히는 아직 잘하는 걸 못 들었으나 김희현님 드럼에 소리하니까 엄청 좋음. 굉장히 좋음. 넘나 좋음. 고수보다 더 좋을 수도 있음. 김희현님 어렸을 때 판소리를 많이 접해서 그런지 추임새도 그렇고 하여간 완벽 >.<
이 공연이 KB 하늘극장에서 했는데, 의자만 좋았으면 드러누웠을 것이다. 여기 의자... 진짜 그지같음. 무슨 간이 의자같은 걸 연결해 놓음. 의자 자체도 불편하지만 옆 사람의 움직임이 그대로 느껴진다. 떠그럴. 기왕 지어주는 거 좀 제대로 지어주라고.
-7월 9일 달밤을 거닐다
두번째 달의 콘서트에 조재현이랑 황석정을 불러다 진행자로 씀. ?? 뭔 생각인지=ㅠ=?
조재현은 그냥 사극 좀 많이 찍어서 (사극은 아니지만 천년학에선 고수로 나왔음), 황석정은 전공이 피리라 부른 듯?
조재현, 황석정의 스토리랑 두번째 달의 콘서트 내용이랑 뭐 맞는 거 하나도 없고, 그냥 다 억지로 갖다 붙이고, 그냥 밑도끝도 없이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이러고 있었음. 왜 때문에? 둘이 진행 못하는 건 둘째치고, 대본 그지같음. 인트로에 정도전 뭐냐고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것이냐 ㄷㄷㄷ
여튼 두번째 달이 새 앨범을 냈는데, 춘향가에 음악을 깔은 모양. 처음 두어곡 마지막곡을 빼고는 전부 춘향가....가 아니라 심청가의 한장면이랑 서편젠가 창극에 나오는 노래도 한곡 불렀다. (서편제 봤는데 뮤지컬인냐 창극이냐 뭐냐 하고 나왔던 기억. 신파라 나는 그냥 그랬음.)
여튼 여기서도 드럼에 판소리 한곡이 있었음. 좋았음. 나머지 곡은 세션이 다 참가해서 배경음이 졸라 커서 소리하는 사람이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면서 노래를 하지 않으면 안 들림. 노래가 주인공인데 주인공 이겨 먹겠다고 하는 반주여. 사실 이런 걸 이렇게까지 싫어하진 않았는데 싫어하게 된 두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내가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기 때문. 두번째는 2년 전에 여우락에서 본 공연. 판소리에 반주 붙이는 건 그 때도 있던 공연이기도 한데, 이 공연은 내가 간 공연 중 최악으로 꼽는 공연이다. 반주가 오바하는 것도 끔찍했지만, 2시간 내내 심청전 외 다른 판소리의 슬픈 장면, 클라이막스만 골라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사람한텐 감정의 흐름이란 게 있단다. 한국인이 아무리 드라마틱한 걸 좋아한들, 2시간 내내 클라이막스만 그것도 대부분 슬픈 노래만 불러제끼면 그게 슬픔으로 느껴지겠냐? 좀 생각을 하고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지금 생각해도 빡치는 공연=ㅠ= 덕분에 누가 나왔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스타일이 어땠는지 아무것도 기억 못한다.
-7월 12일
개인적인 우환 + 출연자의 실력은 궁금하고 보고 싶기도 하지만 공연 자체는 재미없을 것 같음 + 하늘극장 의자가 싫어서 안 갔다.
-7월 14일 한쿡남자
네 뭐, 제목이 일단 재미없겠죠. 여기서 재미란 그냥 하하 웃게 하는 재미가 아니라, 주제와 구성 말입니다.
주제가 후지거나 말거나 그러거나 말거나 이희문이 노래를 참 잘하드라고=ㅠ= 끝나고 씨디도 두장 다 사버렸네. 거기에 싸인도 받음 ㅋㅋㅋㅋㅋㅋ 세상 쓸데없는 게 싸인인데 이거 받아 어따 쓴다고-라고 생각하면서도 괜히 받았다. 그리고 이희문한테만 싸인 받고 내뺌. 왠지 예의상 다른 사람들한테도 받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은 들지만 역시 쓸데가 없으므로.
CD를 들어보니 경기민요, 잡가 이수자 혹은 명창이 죄다 여자. 그런(여성스런?) 스타일이 고착이 되서 그런지 여자에게 사사받아 그런지 이희문 소리가 개성있음. 특유의 쪼도 있고.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술가에게 개성은 참 중요함다. 듣다보니 장르구분없이 노래는 다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연기도 잘함. 소리꾼이 하는 건 가수가 노래에 감정 부여하는 거랑은 느낌이 다르다. 명창들 보면 소리도 잘하지만 연기도 참 잘하심.
외모도 개성있나? 난 남자가 높은 굽 신은 거 보면 생각 나는 게 1. 신해철, 2. 일본의 비쥬얼 락밴드. 그러고보니 이희문 퍼포먼스가 약간 일본 냄새(와 아저씨 냄새)가 난다. (알고보니 일본에서 영상 쪽으로 유학했댐.)
프렐류드라는 재즈밴드는 평소 공연을 자주하는가 봉가. 무대 매너가 좋고, 진행을 잘함.
놈놈은 꼭 성공하길 바람. 코러스 역할만 해서 뭐라 할 말이 없네. 비록 신봉사가 잠깐 마당놀이스딸 꽁트로 진행을 하긴 했지만 (매우 잘했지만) 노래가 아니잖아-ㅠ-
여우락의 최대 장점은 캐스팅이 화려함 + 캐스팅에 비해 관람료가 쌈. 단점은 공연 구성은 그닥 고민 안하는 것 같다. 여혐이 사회적 이슈가 되어있는데, 한쿡 남자 불쌍 컨셉이 말이 됨까. 물론 출연자들이 다 정했을 수도 있지만... 제발 좀 전문 기획자 쓰면 안 되나여. 아, 답답합니다. 그리고 시류고 뭐고 다 떠나서 사지 멀쩡한 성인이 자기 연민에 빠지면 그것만큼 꼴불견인 것도 없다. 난 한국 여자든 남자든 젊든 늙었든 징징대는 게 듣기 싫다. 내가 징징대는 소리도 듣기 싫다.
-7월 16일 피아노맨
국립극장 조명 좋다고 항상 생각했는데 오늘도 조명 마음에 들었습니다요. 마지막에 실수한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좋았음.
국악을 클래식 스타일로 편곡 연주하고, 국악을 재즈스타일로 편곡 연주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분위기인 건 왜일까;;; 그 왜 처음부터 끝까지 들을 수 없는 앨범이 있다. 앨범 안에 있는 곡이 다 비슷비슷해서 듣다가 질려서 그만 두는 앨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월드뮤직, 뉴에이지, 국악 앨범 중에 이런 게 많다. 월드뮤직, 뉴에이지 곡 중에는 서사없는 곡이 많아서 그런데, 국악에서 노래 앨범이 그러면 좀 이해가 안 간다.
여튼간에, 오늘 공연. 전반적으로 좀 심하게 지루. 클래식도 아니고 국악도 아니고 재즈도 아니고. 좀 이도저도 아니게 들었다. 국립극장이 삐까뻔쩍 좋은 피아노를 갖다 놓을 필요는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피아노 (소리)가 마음에 안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으. 며칠 전에 세종문화회관 채임버홀에서 공연봤는데 거기 피아노 소리 좋드만.
-7월 19일, 21일 공연 안감.
-7월 23일 더블 클래프
작곡가 두명의 곡을 번갈아 연주하는 컨셉. 뭔가 전체적으로 진행따위 없고 그냥 김백찬 작곡가 곡 연주, 박경훈 작곡가 곡 연주... 이렇게 계속 반복. 그래도 뭔가 소개를 하긴 했다. (26일 공연엔 그딴 거 없음. ㅋㅋㅋ 공연이 끝났는데 관객둥절.)
대체로 다 처음 듣는 음악이었지만 그럭저럭 잘 들었다. 즐거운 부분도 있고 곡 구성은 전체적으로 좋았다. 제대로 본 건지는 모르겠는데, 김백찬 작곡가는 타악기를 잘 다루는 것 같다. 보통 작곡할 때 피아노 아니면 기타로 한다고 하던데 타악기로 하는 경우도 있으려나 싶었으나... 역시 제대로 본 건지 모르겠으므로. 보고 있으면서도 사람 구분이 안되기도 오랜만이다. 헹.
이 공연에서 생황 연주를 라이브로 처음 들어봤는데 매력있다. 생긴 것도 특이하고, 공연 보면서 악기 구조 탐구 시간을 가짐 ㅋ
아, 어머니들이 송소희를 좋아함. 나오자 마자 반응 엄청 좋았음.
오늘도 조명 참 좋음. 이게 기술적으로만 잘하는 게 아니라 연출도 좋고 구성도 좋고 색깔도 더 예쁘다. 국립극장 조명 넘나 좋은 것.
-7월 26일 작은 밤의 노래
1시간 공연이 2시간처럼 느껴지면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음... 갠적으로 소품 음악에 재미를 못 느낀다. 실내악을 잘 듣지도 않고, 공연도 많이 안 갔다. 그래서 흥미롭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지금 듣는 음악이 도대체 뭘 말하는가에 대해선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재미는 못 느낌. 다들 실력은 참 좋드만. 너무 좋드만. 근데 난 소품에 너무 많은 기교를 넣는 걸 싫어하지=ㅠ=;;;
난 음악을 언어라고 생각하고, 언어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진입장벽이 가장 낮은 언어니까. 배우기가 쉽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몇번 들으면 그 언어를 이해하고,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서양음악이라도 알려진 음악-대중음악, 심포니같은 대곡은 이미 이해하고 있는 언어라 공연도 이쪽이 잘 팔린다. 반면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거나 실내악 소품곡은 그 감수성을 알기가 힘들다. 우리나라 태평가같은 곡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해하긴 힘들겨. 내가 요즘 만날 부르는 노래가 오봉산타령하고 태평가~.~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여튼, 소품이란 게 단순히 곡 스케일이 작은 게 아니라 어떤 단편적인 감성이나 생각을 컨셉으로 잡아서 곡으로 만들기 때문에, 내가 비교적 서양문화를 잘 이해한다지만 이게 마음에 딱 와닿고 그렇지 않더라고. 그냥 그렇다고.
-7월 29일 물들다
음... 나는 송창식하고 함춘호 보러 이 공연을 갔쥐. 많은 사람이 그랬을 거야. 그리고 프로그램북을 보면 나이순으로 출연자가 배열되어 있어서 마치 송창식하고 김영재가 주인공인 것 같거덩. 근데 소리꾼 이봉근 주인공이었음. 소리꾼 이봉근이 재즈피아니스트 원영조와 김영재와 송창식과 장르를 넘나들며 서로 물드는 게 컨셉이었던 것 같다. 왜 '그런 것 같'냐면 이봉근이랑 원영조는 같이 곡 작업도 하고 공연도 같이 했지만, 김영재와 송창식은 같이 했다기 보다는 그냥... 주요 게스트. 그것도 주인공보다 잘하는 게스트. 그럼 앙대.
이봉근도 정말 잘하더만. 오늘 한 음악 딱히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잘하긴 잘했음. 흥이 좀 모자라고, 현장감이 없다는 게 단점이지만.... 여튼. 근데 이 사람들이 열심히 새로운 것도 하면서 공연을 했는데 이 사람들보단, 김영재는 거문고 달랑 들고 나와서 송창식이랑 함춘호는 기타만 달랑 들고 나와서는 관객을 다 몰아갔잖여. 이건 어쩔 수 없음. 소리가 달라서 어쩔 수가 없다. 당연히 관객은 이쪽을 더 좋아하게 되어있음. 기냥 본능적으로 그렇게 됨. 이것 기획자 탓이라고 생각함=ㅍ=
소기의 목적인 함춘호하고 송창식은 말함 뭐해. 좋았음.
미사리로 (자주) 떠야겠다. 극장 공연이 더 취향이긴 하지만 그냥 볼 수 있을 때 많이 봐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