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프라임 공부의 배신. 안 봤다. 예고편만 봐도 피로가 몰려와.
최근 내가 제일 싫어하게 된 단어는 금수저, 흙수저다. 듣거나 보기만 해도 짜증이 몰려와=_= 등신들이 배가 부르니까 별개소리를 다하는구나 싶다는 생각이 들정도.
내가 금수저 이야기를 해주께. 근데 솔직히 금수저가 어느 수준까지가 금수저인지를 모르겠다. 무조건 나보다 나으면 금수전가? 일단은, 그냥 대충, 요즘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다니는 정도의 애들? 그런데 애들을 보낼 수 있는 수준의 부모라고 치겠음. 대략 부모대부터 엘리트인 계층. 중산층보다 약간 위인데, 애쓰는 중산층도 들어갈 듯 ㅋㅋㅋ
자율형 사립고 진짜 '하이고~ 의미없다'. 왜 의미없냐면 더 밑에 있음. 너희의 삶, 특히 아직 고삐리인 애들, 너네 부모가 이야기 안하는 현실을 내가 졸라 친절하게 설명해주게.
나는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꽤 좋다(어쨌든 꽤 의도에 부합하며, 한국사회에 맞고, 행정적으로 좋고, 어떤 의미에서는 평등하며, 교육수준도 어떤 의미에서는 확실히 높다는 의미에서 좋다)고 생각하며, 무엇보다 공교육 중심제도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내 관념에서 사교육이 교육제로를 지배한다고 하려면 최소한 영국. 미국은 되야져. (미국이 공교육 개혁 이야기 할 때 한국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덧붙여 '공교육 제도'라는 게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 심지어 꽤 많음. 대부분 브로큰컨트리거나 식민 경험이 길거나 둘 다이거나의 경우.
결정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좋다는 고등학교, 대학교는 전부 다 국공립학교다. 사교육? 대부분이 방과 후 학원 뺑뺑인데, 이거 다 대학 가려고 하는 거잖아. 그것도 기왕이면 국공립대. 자율형 사립고? 얘네가 성공할지 안 할지 어떻게 알아? 어쨌든 현재로선 그렇다. 연대, 고대, 이대가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그래도 서울대에 못 미친다는 겁니다요. 파스퇴르에서 만든 민족사관학교 애들 아이비리그로 내보낸다는데, 그리고 난 다음엔? 뭐 어떻게 됐다는 이야기 들은 인간 있냐? 강남 실패사례를 들어본 적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걔들은 실패하면 입을 딱 닥치더라고. 흥미로운 구석이 있음.
여튼 방과 후 뺑뺑이든, 기숙학원이든, 사립고든 돈 쳐 들이고 애들 달달 볶에서 서울대 기껏 가도 뭐 대단한 답이 뙇! 떨어지는 게 아님. 얘들이 이제 교환학생이든 여행이든, 어학연수든 외국을 나가면 또 조낸 커다란 벽이 있는 고다. 서울대 외국에서 누가 알아주냐고요. 게다가 하필이면 한국인이야. 한국을 누가 알아. (북한이 더 유명하다고)
한국이 뭔가 애매하단 말이지. 딱히 막 부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고, 딱히 선진 문화나 기술을 갖고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름의 문화나 기술이 없지도 않아요. (나름의 문화가 없는 나라가 어디있겠냐만은.) 한류를 설명할 때의 미묘함도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외국에서 알아주니까 좋긴 좋은데, 그 뮤직비디오의 (싼티) 코드를 읽어주며 왠지 모를 굴욕을 느끼는 한쿡인. <-난 안 느낌. 그나마 싸이 음악은 한국음악이라 설명할 구석이라도 있다. 아이돌 음악은 한국음악이 아니라 뭐 할 말이 없음. 정확히 하자면, 아이돌 '양산 시스템'이 한국 시스템임. 여튼간에. 뭔가 미묘해. 한국인으로 외국에 있는 건 미묘해. 그래서 많은 한국인이 한국보다 잘 사는 서구권 나라에 가면 쪼다내지는 찐따가 되고(그러다 심해지면 선진국 시민권을 가진 백인이 싶어하는데 이게 가능하지 않져. 그래서 인생이 ㅈㄴ 슬퍼짐.), 한국보다 못 사는 나라에 가면 진상이 됩니다.
결정적으로, 무엇보다 한국에서 엘리트라고 해서 외국에서 팔리지 않음. 니들이 엘리트로 있으려면 한국에 있어야 함.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다른 90프로의 한국인과 비슷하게 생기고 비슷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어서 너의 학벌컴플렉스가 우리의 학벌컴플렉스가 되는 이 나라에서. 서울대 (외 나름 좋은 학교를) 졸업하면 뭐하냐면 공무원하던가, 공무원이 제일 좋은데 공무원이 안되면 대기업 직장인이 되던가. 그게 아니면 창업을 하던가. 여튼 뭐 이것도 대략 그냥 한국인 범주에서 하게 된다. 내 주변에 공무원이 몇 있는데 뺑이치는 7급, 뼁이치는 5급. 비슷하더만. 학벌 좋다고 안 칠 뺑이를 안 치는 것도 아니고, 직장 생활하면서 굴욕을 안 느끼는 것도 아니고, 학벌 좋다고 칼출칼퇴 시켜주는 것도 아니고. 폭탄주 안마셔도 되는 것도 아니고, 더러운 일을 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일을 하지도 않아요. 국정원이면 조낸 엘리트만 모아놓은 곳인데, 하루에 12시간씩 댓글이나 쓰고 있잖니? (페이지뷰랑 덧글 쓴 거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엘리트는 엘리트다 ㅋ' 였음. 진짜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기는 하나 봄. 진심 대단해요. 짝짝짝.)
여튼 오로지 '학벌'만으로 니가 가만히 있는데 저절로 뭔가 떨어지는 일 자체가 없음. 너의 학벌이 너의 능력을 보여주지도 않음. 너의 학벌은 그냥 너가 졸라 공부를 열심히 했고 그래서 꽤 성실할 것이라는 '지표'같은 거임. 평균 월급이 더 높긴 하다. 임원이 될 가능성도 비교적 높다. (근데 또 유학파에 비해선 낮다;;) 하지만, 공무원 월급은 능력이나 하는 일에 비하면 딱히 높지도 않음. 대기업은 힘들게 들어가도 2-3년 안에 떨려나오는 일이 많음. (대기업 입사 후 3년은 버티기임. 버티는 것이 능력이다.) 여튼 남들보다 많이 벌지만 이것도 니들이 인풋한 것에 비해선 아웃풋이 그렇게 높진 않다고 느낄 것이야. 게다가 나름 '등급'에 맞는 삶을 살려니까 돈이 많이 드네. 그래서 니들이 그렇게 억울함을 느끼는 거야. 나는 조낸 열심히 사는데 돌아오는 게 없는 것 같거든.
드라마 미생에 보면 그런 대사가 나오잖니. '나의 시간은 너의 시간과 다르다.' 나는 너와는 다르게 노력하며 살았다. 나는 너와는 다르게 내 시간을 가치있게 썼다. 음... 그래. 가치있게 시험공부를 했지=_=
그래서 요즘은 많은 부모가 아이를 아이비리그에 보내려고 애를 쓰는 것 같다. (아이비리그가 날리던 때는 20세기건만... 1세기 늦으셨음.) 애들도 가려고 노력 많이 하대. 국제적 엘리트가 되려고 하는 거죠. 근데 문제는 또 있슴다. 아이비리그가 한물 간건 둘째치고요. 개고생해서 아이비리그 가잖아? 거기 금수저의 금수저가 얼마나 많은지 아니. 니들의 대다수는 부모가 시켜서, 성공하고 싶어서 버둥대며 거기까지 갔는데, 거기에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태어날 때부터 선진국의 부자거나 할할할아버지 때부터 엘리트 계급이어서 노력하지 않아도 주어지는 문화와 환경을 만끽하며 딱히 너처럼 버둥대는 것 같지도 않은데 너보다 똑똑한 인간이, 심지어 자기 의견과 의사가 있고 그걸 표현할 줄도 아는 인간이 있다.
심지어 공부를 좋아하는 애들이 있다. 이건 그냥 책 좀 읽고 글 좀 쓰고 이힛 즐거워 뭐 이 수준이 아니라는 거임. 누구한테 보여주거나 인정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지가 좋아서 공부하는 애들이 많음. 다른 예로, 한국 과학계가 '어떻게 하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하며 머리 쥐어 뜯으며 연구한다면, 노벨상 받은 많은 인간이 '그냥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하다보니...'하는 경우라능. 이런 인간 이겨먹기 정말 쉽지 않음. 이기지 못하는 건 아닌데, 쉽지 않아. 딱히 너보다 간절함이 더하거나,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진 않은데 이겨먹기가 쉽지 않음. 그래서 돈 쳐들이고, 시간 쳐들이고 개고생해서 아이비리그 가서는 좌절을 합니다.
그 다음에? 아이비리그 졸업하고 거기 취직하면 뭐하냐고요. 한국이면 엘리트라고 사회에서 떠받들어주는데 거긴 또 그런 문화가 없음. 물론 그들만의 리그가 있긴 있다. 근데 거기 외국인을 끼워주냐면 그건 또 아님. 노력하면 끼워주긴 끼워주는데, 여튼 주인공은 너가 아님. 너는 꼽사리 껴야만 한다. 똑같이 아이비리그 출신인데 그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애 쓰고 노력하고 버둥대야 해. 계속. 평생. 그래서 니들이 뭐하냐면 귀국을 합니다. 귀국을 해서 공무원이 되거나 취직을 하거나 이하동문. (아... 씨바...)
니들은 삼성 인간이 미쿡 영주권은 얻어놓고 왜 미국에서 안 사는지 생각해 본 적 없니. 걔들이 한국 아니면 그렇게 살기가 힘들어. 이건희가 대학생에게 존경받는 기업인 1위를 한국 아니면 어디서 해먹겠어. 한국 정부 아니면 삼성에 그렇게 지원금을 많이 주겠냐고. 한국 아니면 몸 바쳐 마음 바쳐,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며 일하고 싶어 안 달 난 직원을 구하겠냐고. 한국에서 기업을 하니까 편하게 하는 거고, 한국에 살아야 대접받고 알아서 존경해주고 좋아해주니까 한국에서 사는 거야.
그리고 그냥 평범한 금수저인 너는 팔아먹을 거라고는 학력 밖에 없으니까, 학력을 위해 노력한 것 밖에 없으니까 그거 자랑하며 사는 겁니다. 그리고 한국이 그걸 사줘. 아이고, 그래 고생 많이 했구나 노력했구나 똑똑하구나 엘리트구나. 그런 거 '전국민'이 사주는 나라 흔치 않다. 그니까 지금 너가 30-40대 엘리트라면 대충 감사하며 대충 잘난 척하며 살아.
그리고 네가 아직 10대 금수저라면, 도망칠 수 있을 때 도망쳐=ㅠ= 지금이라도 본인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함. 이거 누가 안 가르쳐 줌. 네 부모도 (몰라서) 못 가르쳐 줌. 20대 후반만 되도 그동안 그렇게 살아온 게 있어서 관성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사실 어느 학교를 나오든, 그깟 대학교 안 나와도 얼마든지 즐겁게 살 수 있어. 근데 사는 방법을 하나밖에 모르니까 거기서 벗어나질 않는 거고,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나는 방법을 모른다. 그러니까 한살이라도 어릴 때 찾아야 함. 명수형이 그러잖니. 늦었다고 할 때가 이미 늦었다. 졸라 허무하게 5-60살 되서 깨닫지 말라고. 그때나마 알면 다행이긴 하지만... 넌 이미 네 자식을 너처럼 불만족한 인생을 사는 인간으로 만든 다음이겠지.
사실 난 한국 엘리트란 것들이 이렇게 현실 인식이 안 된다는 게 좀 웃김. (물론 니들은 내가 웃기겠지. 나도 매우 잘 알고 있음 ㅋㅋ 나도 가끔, 내가 너희가 웃기다는 이유나 너희가 내가 웃기다는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스스로가 웃김.)
로스쿨이랑 사법고시 관련해서도 비웃었다가, 그래도 국가기관에 엿 먹은 건데 비웃을 일인가 욕 먹은 일이 있는데, 애초에 로스쿨 도입에 대한 로비나 과정도 그렇고, 한국에서 그게 되겠냐=_= 한국 정부가 공수표 날린 것도 날린 거지만, 너도 웃기지도 않게 꼼수쓰려고 한 것도 맞잖아. 좀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해라. 한국이 일상적 부정부패가 남아있으면서도 특권층이 특권을 갖는 것에 무작정 반감을 갖는 정서인데 현실적으로 고시를 없앨 수 있겠음? 그렇다고 로스쿨이 사법부 내 계급타파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고시보다 훈늉한 인재를 만들어내는 것도 아닌데. 여튼 둘 다(일상적 부정부패와 특권층에 대한 반감이) 사라지기 전에는 고시가 제일 좋은 제도임. 너가 어설프게 금수저(중산층)라면 특히 고시가 좋아. 고시 제도에서 제일 이득 보는 계층이 중산층이걸랑. 사회에 나오면 쎄고 쎈게 금수저의 금수저다. 너보다 잘나고 부자고 똑똑하고 잘생기고 예쁘고 일 잘하는 인간이 넘쳐날겨. 그래서 니들 계층이 제일 (돈 없다고) 징징대더라.
그리고 금수저의 금수저라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한국이 영 하는 꼬락서니가 후진국같고 구리다면 제발 이민 좀 가라. 플리즈. 가서 선진국 애들이랑 선진적으로 놀아. 제발 좀 그렇게 살아. 그동안 내가 '여기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왜? 니들이 '여기에만 안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나가주세요............아? 여기만 아니면 '되'인가보네;;; 뭐지 이 급 깨달음. 허이구, 멍청한 년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