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고딩 때 만날 외국에 나갈 거야, 외국에 나갈 거야 그랬다. 그 외국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그냥 외국에 나갈거야라고. 그리고 20대 때는 외국에 참 오래 나가있었다. 유학도 아니고, 취직도 여행도 아닌데 외국에 나갔고, 심지어 몇년씩 있었다. 그렇게 다니면서는 지방 중소도시에서 살고 싶다고 자꾸 곱씹었다. 주로 생각하던 도시는 전주, 경주, 부여, 나주, 통영 정도. 외국도 있었지만 이민이 간절하진 않아서 그건 패스. 그리고 이제 전주에서 살 게 된 것 같다. '된 것 같다'인 이유는 아주 확실한 건 아니다. 취직을 하긴 했는데 인턴 기간이 있어서 그 기간이 지나면 살게 되는 거고, 아님... 도로 백수인거고. 근데 현실적으로 지금 내가 백수면 곤란해서리...--;;
오늘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내가 엉덩이가 무거워서 빠딱빠딱 움직이질 않아서 그렇지 어쨌든 20때 초중반부터는 나름 내가 살고 싶은대로 살고, 관심있는 건 있는대로 다 쑤시고 다녔고, 공부하고 싶은 거 공부했고, 가난해도 불편함이 없었고, 가방끈 짧아도, 가난뱅이라도 무시당하지 않았다. 여자라서 불편함은 있었지만, 인생이 완벽할 수 있나. 여튼 그러면서 갑자기 긍정적이 되는 게 아닌가. 의외로 삶이란 게 생각한대로 되고 있는 거 아닌가 싶고. (왠일이니 ㅋㅋ)
한달 반 정도 구직기간을 가진 건데, 생각보다 빨리 되기도 했다. 심지어 단순 노무,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 페이가 짜디 짠 출판사는 다 미끌어지고 어째 또 전문직종이야. 어떻게 된거야 이거... 내 인생 좀 이상함. 신분상승 하겠다고 몸부림을 쳐도 이렇게 되기 쉽지 않을 거 같은데 나는 그냥 내 꼴리는대로 나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았는데 본의 아니게, 알아서 신분상승이 된 케이스다. (애초에 고졸, 그것도 공고나와서 출판사에 편집자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다고 보면 됨. 영화제는 그나마 접근이 쉽지만 요즘 스펙 인플레이션이 심해서 그나마도 어떨지.)
취직이 된 곳도 인턴기간만 하고 짤릴 수도 있지만, 그것도 생각하고 염두하고 있지만, 그래도 요상하게 일이 잘 풀린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물론 내 현실이란 게 그렇게 장미빛은 아니다.
일단 내가 일을 하는 제일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별로 안 아픈데 아픈 척하는 생물학적 부모1, 앞으로 아플지도 모르는 부모2 때문이거등.
부모1은 평생 같이 산 기간이 5년은 되려나? 사이는 썩 좋은 편이고, 같이 이야기도 잘하고, 맛집도 찾아 다니고 그런다. 근데 생물학적 부모일 뿐, 내 삶에서 부모역할을 한 적이 없는 사람이라 애매하다. 그동안 관계 자체가 부모자식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부모자식이라고 하면서 부모 노릇은 안한사람이 나보고 자식노릇을 요구. 하란다고 하는 인간도 아니지만 내 빈정은 어쩌라고.
나는 비교적 20대 중반부터, '당신들이 원한다면 내가 부양한다. 하지만 당신들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 경제 수준에서 부양할 것이다. 내가 당신들 때문에 내가 원치 않는 직장생활을 한다거나, 돈을 벌기 위해 버둥대는 일은 없을 거다'라고 해서 부양을 하겠다고 하고도 욕을 먹었다.
근데 부모2도 아니고 부모1이 내 말에 대고 '그건 할 생각이 없는 거지'라고 하면, '이 사람 제 정신인가?'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럼 부재하는 부모로 존재한 댁은 어떻고? 할 맘이 있었는데 그런 거야, 아니면 할 맘이 없어서 그런 거야. 어느 쪽이든 나한테 그런 말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안 그래? 내 동생은 부모1을 부모2에게 떠넘겼는데, 이유는 지가 모시는 건 당연히 싫고, 어떠한 경제적 지원도 하고 싶지 않아서다. 근데 이것도 이해가 가는 게, 동생이랑 부모1은... 3년이나 같이 살았나=_= 얘가 싸가지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부모를 부모로 못 느끼는 이유도 명백히 존재하는 거다.
부모2는 본인은 열심히 애새끼 먹여살렸으나 먹여살리는 것만도 너무 빡쎄서 그닥 부모노릇은 못한 케이스. 그래서 사이도 나쁘다. 원래 감정적으로, 이해관계가 엮일 수록 복잡한 관계가 된다. 그런 면에서 부모1은 그런 기회조차 없었던 거지. 여튼 사이가 나빠도 부모2는 쎄가 빠지게 일하고 고생했으니, 그 고생을 인정하는 거다. 끔찍한 삶을 견뎌냈는데, 뜬금없이 이혼한 사람을 부양해야 한다는 것도 안 됐고=_= 인생이 구질구질하기가 끝이 없어. 여기에 뇌혈관 실핏줄이 하나 터졌다 아물어서 별일은 없었지만 병원에서 조심하라고 한다. 집안에 뇌졸증 병력이 있어서 실제로 조심해야함.
내가 이제 30대 중반인데 부모 부양 걱정을. 그것도 원수같은 부모2랑 부모같지 않은 부모1을 ㅋㅋㅋㅋ 웃기기도 웃긴데, 그렇다고 불행하다는 생각도 안 든다. 현실은 현실이고, 아예 얼굴 안 보고 살아도 되지만(이것도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건 안하기로 내가 선택했으니까. 그렇다고 내가 부모를 용서한다는 것도 아니고, 잘 모신다는 것도 아니다. 내 인생도 구리지만 당신들 인생도 참 구리다. 내가 이해를 하거나 동조를 할 생각은 없지만 그냥 그 인생은 알겠다 싶어서 그냥 돈 주고 그걸로 끝. '돈 줄테니 내 인생에 침범하지 마' 이런 것도 있고. 사실 별 관심이 없다. 그래도 뭐... 이제와서라도 나한테 이득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잘 챙겨먹고 있음. 그렇게 나쁘지도 않구먼.
내 인생이 구질구질하긴 한데, 그렇다고 내 '현재' 환경이 구질구질하다고는 생각 안한다. 내 인생이 구질구질한 건 내가 구질구질해서 그런 거고. 그래도 내 자존감이나 자존심은 멋지게 잘 있음. 단순직종에서 미끄러져도 상처받지 않는 자존감이여 ㅋㅋㅋ
여튼, 얼마전에 '지방출신인게 죄'라는 헤드를 단 기사를 봤는데... 난 인천출신이라 서울 출신한테 너는 '인천 날라리' 혹은 '인천 깡패'가 아니구나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딱히 인천부심도 없고, 그런 말을 하는 애들이 우스웠으면 우스웠지 그거 때문에 인천 컴플렉스가 생기진 않았거든. 지역 특성은 당연히 있겠지만, 그런 말을 하는 거 자체가 이상한 거지. 인천이 문화상품이 상대적으로 덜 오는 곳이긴 한데, 이건 인천 시민이 문화상품을 소비하지 않아서 그런거다. 그럼 서울 시민은 문화상품을 많이 소비하냐...하면 그건 아니지. 니들이 그렇게 문화상품 잘 소비했다면 출판사 페이가 그렇게 짤리가 없고, 영화제가 지자체에서 나오는 돈에 목숨을 걸지도 않았겠지? 응? 그렇지?
지역에 문화상품이 상대적으로 빈곤할 수는 있지만, 문화는 상품으로 소비하는 거 말고도 다른 방식으로 많이 경험할 수 있다. 문화를 영화, 연극, 콘서트, 음악, 미술 등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문화상품이 빈곤한 곳에서 사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문화수준이 빈곤한 거임. 미얀, 그게 사실이야. 그래도 괜찮아. 왜냐면 서울 사람도 문화수준이 조올라 빈곤하거든=ㅠ= 여튼 문화수준이 높고 낮음에도 그렇게 집착할 필요없다. 높으면 어떻게 낮으면 어때. 즐겁고 행복하게 살면 됨.
그니까, 내가 전주로 간다고 해도, 전주가 상대적으로 문화소비를 할 수 없는 곳이라고 해도 (찾아보니 많기만 하더만, 없으면 만들면 되고) 그건 나한테 영향을 크게 미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요. 지금 내가 불행하다면, 내가 만족 못해서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거지, 내 환경이 불행하기 때문이 아니다. 환경이 불행한 걸 보고 싶으면 아프리카나 인도나 동남아 가 보시등가. 모두가 앞다투어 불행자랑하며 우는 소리를 하는 게 지겨워진다.
덧, 내가 취직한 곳 '팀원'급 대상이 학부 졸업생이었는데 지원자가 없었던 모양. 서울 경기로 올라온다고 일자리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오는겨=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