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97

태양의 후예가 하도 난리라  5, 6회를 봤다. 감상이 '잉. 왜 난리가 난겨' 그랬는데, 그 뒤에 4-50대 아저씨들이 이걸 (의외로) 잘 본다잖아? 그래서 1회부터 봤어요. 그랬더니 1-3회는 겁나 재밌... 실제로 내가 드라마 1, 2회를 잘 안보는데 이건 괜찮은데? 직업에 대한 설정, 개연성은 송중기로 채운다고 하지만,  내 기억엔 울 나라 드라마에서 직업에 대한 설정이 제대로 나온 적은 없는 것 같소이다. 김은숙이 군대에 대해 알 것 같지도 않고...(근데 감독이랑 다른 작가는 어쩌고?) 그래도 아프가니스탄에서 한미연합작전으로 인명구출을 한다는 건 엄청 웃긴다. 그것도 한국에 있는 군인을 차출해서 비행기로 싣고 한 방에 감 ㅋㅋㅋㅋㅋ 


원래 재난, 구조현장에 대한 각본을 썼다고 하는데, 뭔가 한국적 재난구조 드라마를 쓰려고 하긴 한 모냥. 어떤 평론가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김미쪼꼬렛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미국에 대한 열등감을 요상한 방식으로 승화시키며, 가상의 국가와 가상의 가난뱅이를 내세워 자위를 하고 있다'고. 음. 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함=ㅠ= 근데 나는 이걸 드라마에서 과하게 느끼지는 못하는데 왜냐면 난 이 꼴을 직접 보고 살았거덩 ㅋㅋㅋㅋㅋ 진짜 한국인(과 다른 동양인)이 자기보다 못 사는 나라와 자기보다 잘 사는 나라에서 보이는 태도와 인종차별은 진짜 웃기고 자빠짐의 정도가 장난이 아니다. 내가 외국에서 살 때 제일 굴욕적일 때가 한국인의 '어떤' 행동양태를 설명해야 할 때인데, 그 어떤이 인종차별에 대한 부분이다. 성차별이나 돈에 환장하는 부분, 국가주의적인 면은 자랑스럽진 않지만 왠지 굴욕적이진 않음.

이런 것도 있지만 이 드라마를 가볍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이 드라마에서 연출하는 재난현장, 구조현장, 가상국가 우르크의 상황이 별로 무겁지가 않다는 것이다. 화면 자체가 겁나 보송보송한데다가 출연진들도 보송보송, 재난 피해자도 보송보송....=ㅠ= 전반적으로 참 보송보송해서 이 드라마를 진지하게 보게 되지가 않음. 화면만 보송보송한가, 그 상황이 전반적으로 얼마나 가볍냔 말이야. 설정만 무거움. '재난 현장' '사망 20명, 생존자 45명' 이런 설정만 무겁고, 그 표현은 풀풀 날아갈 정도로 가볍다. 갠적으로 재난현장이나 최빈국의 현실을 잘 보여준 건 E.R인데... 비교하면 안되지. 비교하면 E.R한테 미얀하지. 킁. 


그보다 내가 태양의 후예를 보게 된 게 결국은 송중기 때문이다. 태양의 후예가 난리가 났는데 나오는 칼럼의 절반은 다 송중기 이야기였거든. 나도 매력있다고 생각함. 이쁘게 생겼고 >.< 그 얼굴에 대학 사진 등에서 보여주는 일상성이 더 매력을 증폭시키긴 하지. 뭐, 그런 부분 때문에 입덕하면 탈덕하게 되는 회전문이라고는 함. 

여튼 보면서 뭔가 '굉장히 멋짐'을 보여주긴 하는데, 내가 김은숙 남주를 그닥 좋아하진 않는다. 보수적이니 초특급 갑이니 뭐 그런 건 괜찮은데, 김은숙이 남자 배우에게 요구하는 것들 날렵한 턱선, 멋진 몸매 등등이 왠지 배알이 꼴려서 좋아하게 되지 않더라고. 

그러다 이 드라마 제목이 눈에 뙇! 들어온 겁니다! 태양의 후예! 아! 태양의 후예가 송중기구나! 남주가 '태양의 후예'구나! 김은숙의 남주는 기본적으로 '태양의 후예'구나! 인간계의 잘생김과 멋짐이 아니라, 절대적인 수준의 멋짐을 '이성애자 여자'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거구나 싶은 깨달음이 뙇! 헐... 그러니까 모든 게 다 이해가 가는 겁니다요. 김은숙의 스토리라인이나 캐릭터 설정, 대사가 몽땅 다 의도적이구나 싶으면서(당연히 의도적임. 모든 글은 의도적이다. 알고 있음) 그렇다면 매우 잘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1-3회가 겁나 재밌었던 거구나=ㅁ= 근데 그러다 전문영역이 나오는 부분을 멋짐이 충분히 커버를 못하는... 


...그랬다고요. 3회까진 재밌다고요. 제목은 좀 부끄럽다고요. 



덧1.

난 군에서 '다나까'로 말을 끝내야 한다는 것도 웃기지만('다'하고 '까'는 그렇다 치고, '나'는 진짜... =_=), 뭐 그렀다 치고, 말입니다를 그냥 웃자고 붙이는 게 아니라 억지로 다나까로 끝내려고 붙인다는 게 이해가 안 감. 엔간한 말은 '다'로 끝낼 수 있잖아=ㅠ= '했지요'를 '했지 말입니다'가 아니라, '했습니다'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안 그렇습니꽈? '안 그렇지 말입니다' 할 필요가 없다고. 그걸 몇십년동안 공공연하게 이 말을 쓰다가 최근 말을 고치라고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드라마에서 사용 ㅋㅋㅋ 세상이 마음처럼 돌아가지 않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