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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여기만 아니면 돼 6

비행기, 배, 기차, 버스, 자전거. 걷기... 또 뭐 있나? 

난 해외 나갈 땐 항상 비행기 탔다. 여행 가서도 배는 타본적이 없고 한국에서도 거의 없는 것 같다. 탈탈 털어봐야 한 두번인 것 같음. 


기차는 나라에 따라 있는 곳이 있고 없는 곳이 있다. 지하철이나 전철은 건설에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돈이 없으면 깔기 힘들고, 깔아놓은 뒤에 돈이 없으면 관리를 못해서 옛날 고리짝 기차, 철로라 느려 터진 곳도 많다. 폴란드가 그랬음. 체코도 그랬던 것 같음. 그런데 체코는 나라가 크지 않아서 괜찮은데, 폴란드는 땅이 조올라 넓어서 KTX 가 있다면 2시간이면 갈 거리를 7-8시간 걸려서 가야한다. 그래서 다들 이용을 안하고 그냥 비행기 탐. 돈 없는 사람은 버스. 나는 그냥 옛날 기차가 타보고 싶어서 1등급 좌석을 한번 타봤음. 6인실 객실에 싸고 넓고 좋긴 좋드만 ㅋㅋㅋ 그 때 독일 아저씨랑 5시간 동안 겁나 수다를 떨었다. 심지어 한국 여성인권의 실태까지. 이 건 이 아저씨가 먼저 꺼낸 이야기인데 독일이 양성평등한 곳 같지만 아직 남녀간 수입차이가 있다고도 했지. 흐으...

독일, 스위스는 기차로 거의 모든 곳을 갈 수 있고, 기차 시설도 좋고, 여행 코스도 뽑기 좋고, 기차표 할인도 많이 한다. 특히 스위스는 기차+도보로 전국 여행 가능함. 멋지다능.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대한 로망이 있는데, 7일을 중간에 내리지도 않고 그냥 내처 달려 모스크바 가는 건 별로다. 중간중간 내려서 여행도 하고 그래야지....라고 생각은 하지만 언제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보나.


버스는 거의 어느 나라다 다 있다. 다만, 가난한 나라는 시설이나 버스 상태나 승차 상황이 난감할 수도 있다. 버스 위에 올라가서 탈수도 있다는 말임=ㅠ=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는 기차도 버스도 후지다. 땅이 넓어서 커버하기가 힘들고,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을 이용하는 문화가 있어서 발달이 안 되어 있다. 게다가 대부분이 사유화되어 있어서 시설도 구리고 비싸. 지역간 다닐 수 있는 교통편이 별로 없는데 구린데 비싸니 더 이용을 안하고 그러니 더욱 차를 타고... 무한 반복. 


자전거는 타기 좋은 나라가 있고 안 좋은 나라가 있다. 보통 선진국이 좋다고들 생각하는데... 내 생각엔 눈치만 있으면 아주 못 사는 나라도 괜찮다 ㅋㅋㅋ 인도나 네팔이나 그런데가 도로는 엄청 혼란스러운데 의외로 사고가 적고, 사망률도 보이는 것처럼 높은 편은 아니다. 길 건너는 것도 익숙해지기만 하면 괜찮음. 다만 내 경우엔 이런 나라는 도로상황이 혼란스러운 것보다 넘쳐나는 중고차 때문에 매연이 엄청난 게 더 힘들었다. 냄새 장난 아니고... 나갔다 들어오면 콧구멍이 시커매지는게 한국 80년대 생각남. 따지자면 우리나라 50~80년대 모습을 여행다니다 많이 볼 수 있는데, 이걸 굉장히 천대하는 한국 사람이 있음. 재수없떠. 

그리고 사고는 도로 깨끗하게 빵빵 뚫려 있는데 사람없는 데에서 사망사고 많이 남. 한국 시골, 도로 처음 깔면 2-3년 간 사망사고 꽤 많은 거랑 비슷. 근데 우리나라는 참 과속방지 공익광고 안함. 전반적으로 자동차, 운전자, 과속 등에 관대함. 뉴질랜드에서 본 과속방지 공익광고가 엄청 기억에 남는데, 키위도 싫어하는 뉴질랜드 공익광고여. 잔인하고 살벌하기가 헐리우드급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게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여러가지 의미로 끝내줌. 멋지게 생긴 남자가 멋진 스포츠카를 타고 멋진 뉴질랜드 풍광을 즐기며 신나게 달리다 길가에서 쪼그려 앉아 노는 아이들을 보고 급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세운다. 그리고 차에서 나와서 다급하게 그 아이들을 찾는데 애들이 없는 거야.  그리고 카메라가 페이드아웃되면서 전경을 보여주는데... 애들이 저기 멀리 따로따로 떨어져있는 거지. 보통 드라마든 영화든 만화든, 공익광고든 대중매체에선 애는, 어린이만은 그런 식으로 잘 안 죽이는데 뉴질랜드 공익광고는 가차없음. 애고 어른이고 막 죽임. 

공익광고 때문인지 천성이 느긋해서인지 뉴질랜드는 자전거 타고 다니기 좋다. 자전거 도로가 있어서 좋은 게 아니라 자전거 타고 도로로 다녀도 되기 때문에 괜찮은 거임. 전 세계에서 자전거 여행하기 좋은 나라에 항상 꼽히는 게 뉴질랜드. 

독일 베를린은 자전거 도로 + 자전거 도로가 없는 경우는 차도의 마지막 차선을 자전거가 이용할 수 있게 했놨다. 기본적으로 약자 우선이기 때문에, 자동차는 자전거 배려, 자전거는 도보자 배려를 기본으로 깔고 가기 때문에 함부로 빵빵거리거리면 안된다. 추월도 왠지 잘 안함. 위험하거나 공격적인 운전도 잘 안하고. 내가 원래 자전거를 못 탔는데, 여기서 베를린에서 무식하게 자전거 타는 걸 혼자 익혔는데 한국이었으면 열번은 죽었을 거임. 한번은 자전거 타고 벌벌대며 가고 있는데 왠지 느낌이 이상한거라. 뒤 돌아보니 버스가 내 뒤를 엉금엉금 따라오고 있음. 아직도 그 버스기사 표정이 기억난다 ㅋㅋㅋㅋ 저 씨부랄년이 ㅁㄴ아룸 ;ㅐㅑ호 ㅁ;ㅈ 이런 표정이 아니라 지금은 쉬는 시간이다 요 표정.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제일 많이 이용하는 건 나의 튼튼한 두 다리로다. 그냥 걸어다니는 게 제일 편했어요 스타일임. 어차피 동네에서 어슬렁거리면서 사는 게 여행이라고 하고 있고, 보통 이렇게 어슬렁거릴 때 보고 느끼는 게 더 많아서 좋아한다. 비행기나 공항에 대한 기억이 거의 전무한 것과 같은 맥락. 이동수단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음. 

근데 걸어다니면서 보고 느끼는 것 중에 대부분은 나누기 힘든 게 많다. 그 분위기, 공기, 날씨, 길에서 만나는 사람, 생각이랑 느낌은 굉장히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거라서 뭐라고 말하기가 좀 그렇고 이걸 나누기도 좀 그렇고. 이걸 나누는 사람도 거의 못 본 것 같음. 감수성 철철 넘치는 예쁜 사진 발라 놓은 건 많이 봤징 ㅋㅋㅋ 아! 여행기는 열하일기가 짱이야! 재밌어! 거기서 만난 사람과 그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죄다 적어놓음. 중간중간 소설도 쓰고, 보고 들은 거, 들으면서 생각한 거 싹 다 써놨는데 진짜 재밌다. 박지원 짱 좋음. 꺄하하하하 >ㅁ< 


여행기 이야기 하다보면 항상 기승전박지원, 기승전열하일기 된다. 늘=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