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가만히 보고 있다보면 왠지 그 동물이 하는 짓을 따라하게 된다. 이게 웃긴 이유는 내가 사람이 하는 행동은 잘 안 따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동물에게 친밀감을 느낀다고) 동물에게 말을 거는 일을 하지 않는다. 내가 동물이랑 있을 때는 주로 쳐다보는 것으로 끝난다. 개처럼 만지는 걸 좋아하는 동물이 아니면 만지는 것도 잘 안한다. 내가 요즘 우지지한테 홀딱 빠져있고, 사람들한테 우지지를 소개하기도 하는데 그 때마다 다들 하는 소리가 '동물 좋아하시는군요'.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내가 요즘 동물(정확히는 우지지)에 대해 몇 마디하고, 내 핸드폰에 동물 사진이 몇 개 들어있어서인데 나는 이게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내 핸드폰에는 인간의 사진도 들어있고 동물보다 숫자도 더 많다. 아는 사람 사진이니까 보여줄 수 없는 것 뿐이지. 당연히 내가 하는 말의 대부분도 인간이나 인간사회에 관한 것이다. 그렇다고 나한테 너는 참으로 인간과 인간사회를 좋아하는구나라고 말하진 않잖아? 당장 이 블로그만 봐도 동물 자체에 이야기한 것은 사실상 없다. 동물에 관한 다큐를 이야기 하고 동물에 관한 애니메이숑, 동물을 장난감으로 생각하는 (한국의 졸라 평범한) '인간'에 대해 이야기 했다. 우지지 이야기를 다른 동물보다 더 이야기 한다고 특별히 고릴라를 다른 동물보다 더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다른 동물보다 우지지의 행동양식을 조금 더 아니까 우지지에 대해 더 이야기하게 될 뿐이다. 어쨌거나 내가 동물을 좋아하고 말고와 상관없이 나는 동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 할말도 없다. 그냥 혼자 있을 때 동물을 보면, 동물하는 짓을 따라하는 정도... (걔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충분히 좋아하고 있긴 하다 ㅋㅋㅋㅋ)
제돌이 방생 관련 다큐를 보면서 제일 웃겼던 것 중에 하나가 동물권(?) 운동가로 보이는 사람이 제돌이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다. '가서 잘 살아~' 이런 거 말이다. 동물원 관람객이 동물에게 손을 흔들거나 말을 걸거나 여기를 보라고 철장을 두들겨 대는 것도 굉장히 이상한 짓인 것 같단 말이지.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한테 계속 한국어로 주절대는 거 같기도 하고. 맹수를 철장 안에 넣어두고 마치 애한테 하는 말투를 사용하는 것도 웃긴다. 같은 공간 안에 있었다면 한입거리도 안되는 인간들인데 ㅋㅋㅋㅋ 무슨 이런=_=?
인간이 동물과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극히 부분적이고, 그나마도 해당 동물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인간하고만 겨우 소통을 하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내가 동물이면 개인적 친분(사육사나 주인 혹은 조금 안면 튼 인간)과 상관없이 인간 종에는 어떤 의미로든 좋은 감정을 갖기 힘들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니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간단한 거 아닌가--;;; 설사 동물이 그런 생각을 안한다고 해도 (동물은 스스로를 동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주어진 환경에 대해 평가하는 게 아니라 받아들인다고) 인간한테 관심이나 있겠냐능. 어차피 인간이 동물에 보이는 (편협한) 관심 그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하다못해 요즘 나오는 동물 복지도 굉장히 인간의 입장, 인간 사고 중심적이라고 느낀다. 애초에 인간이 갖고, 누리고 있는 것을 포기 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 동물을 '불쌍히 여기고' 그 동물이 인간의 사고방식 내에서 행복하게 살수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라니. 내가 고래였으면 웃기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인간의 생각따윈 관심도 없었겠군. 물론 동물복지는 현실적으로 무척 필요하고 매우 지지하는 내용이다. 서울대공원의 방사장 개조,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을 주의깊게 보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비현실적인 내 바람은 인간멸종. 근대 인간은 객관적인 거 졸라 좋아하는데 왜 이 생각은 안할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인간이 죽는 게 제일 좋잖아. 안 그러냐고, '객관적'으로다가. 인간이 죽어 없어지는 게 환경적으로 봤을 때 제일 좋은 해결책이잖아? 난 객관이라는 단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학실히 객관적 시선을 갖고 있쥐.)
야생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어떤 본능의 일부를 잃어버릴 수는 있겠지만 철장에 넣어두고 죽은 닭 먹는다고 야생성이 없어지겠냐. 그럼 풀어놔보시던가. 물론 방생에 적응 훈련과 적응 기간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인간을 포함해서 환경이 갑작스럽게 바뀔 때 특정한 적응 기간이 필요없는 동물이 있긴 있던가. 여튼간에 야생성이라는 게 한두 세대 혹은 서너 세대 동물원에 있는다고 그렇게 쉽게 없어지는 게 아니라능. 야생성을 '많이' 잃어버린 건 인간이지.
여튼간에 우지지와 고리나가 만난지 이제 반년 정도. 단지 같이 있다는 이유로 걔들이 한방에 눈이 맞아서 짝짓기를 할 거라는 거 자체가 갱장히 인간적인 착각 아닙니꽈. 바람이 너무 커서 착각이 온 듯. 그것도 (어떤 의미로든) 지들이 눈이 맞고 하고 싶어야 하는 거지 ㅋㅋㅋㅋㅋㅋ 물론 나도 우지지와 고리나의 새끼를 보고 싶다 ♥
아, 과제 하기 싫어. 내 보기엔 아무리 봐도 졸라 평범한 밥그릇 싸움인데, 그걸 학문적으로다가 그럴 듯하게 쓰려니 안 된다. 동물이 먹이에 종속된다고 야생성을 잃는다고 생각하지 마라. 먹물이든 재벌이든 거지든 밥그릇에 목숨거는 거 보면 동물은 매우 깜찍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