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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29

1. 화선 김홍도

긍정적으로 평하자면 굉장히 화려하고 보기 즐거운 쑈쑈쑈.

내 솔직한 감상은 :

화려하도다. 무대효과(라기 보다는 스크린을 이용한 영상효과)도 많이 쓰고 무대도 휙휙 바뀌고 음악도 전반적으로 화려한 편이다. 영상효과는 좀 과하다 싶은데 도대체 왜 그렇게 꽃잎을 날려대는가에 대한 정서적인 거부감도 있고 (우리나라는 꽃잎 날리는 씬을 많이 안 쓴다. 드라마든 영화든 만화든 그림이든. 이런 연출에 도장 찍어 놓은 애들은 일단 일본 애들이쥐), 무엇보다 바깥쪽 (투명?) 스크린 안에서 춤을 추면 그게 아무리 투명이라도 춤의 강점이 안 산다. 춤을 잘 추면 사실 효과고 뭐고 다 필요없다. 춤이 무대를 압도하니까. 근데 춤도 잘 추는데 거기에 화려한(좀 정신없는) 영상효과에 화려한 음악까지. 쑈로 봤을 때는 즐겁게 볼 수 있겠지만 이걸 공연예술이라고 생각한다면 과하다. 화려한 건 좋지만, 본래 즐겨야 하는 걸 방해할 정도라면- 제 점수는요...

장르를 따지자면 뮤지컬. 근데 뮤지컬로 보면 또 별로인 게... 음악이 그냥 그렇다. 정확히는 보면서 즐겁게 볼 수는 있는데 아, 음악이 너무 좋아서 CD를 사서 집에서도 듣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든다. 뮤지컬은 뭐라해도 음악 아닌가. 아닌가? (이를테면 드라마 글리를 다 보지 않고, 음악만 골라보는 사람들처럼.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은 평생 본적이 없어도 노래는 다 아는 것처럼. 오페라도 마찬가지.)

그래서 나는 이거 연극에 음악이 들어간 걸로 보았... (음?) 어떻게 보면 흥행용 뮤지컬 영화랑 비슷하기도 하다. 무대 조명 의상 화려뻔쩍 삐까뻔쩍 + 음악 그럭저럭 괜찮음 + 연출, 대본 그럭저럭 괜찮음 + 스타 배우. 뭐 이런 조합으로.

이상하네, 왜 이렇게 박하게 굴지=ㅠ=? 분명 꽤 재밌게 봤는데. 분명한 건 엔간한 대작 뮤지컬 공연보다도 훨 낫다. 게다가 국립극장에서 하는 거라 비싸지도 않지 ㅋㅋㅋ 아흥 좋아.

다음주엔 창극 배비장전을 보러 가지. 원래 배비장전은 볼 생각없었고 화선 김홍도를 보고 싶었던 거지만, 막상 화선 김홍도를 보고 나니 '창극' 배비장전에 기대를 품는다=ㅠ=

 

2. 자리 예매 하나는 잘하는 편이지만, 주변 관객운은 없는 편인데 이번엔 나름 나쁘지 않았다고 해야하나?

물론 옆에 있는 꼬꼬마가 코까지 골며 잤지만 (얘 입 벌리고 공연 보고 입 벌리고 자는데 입 냄새 작렬;;; 꼬마애가 성인남자 입냄새가 나더라능), 옆에 앞자리 애는 사지를 꼬아가며 뛰어댔지만... 평소에 비하면 심했던 건 아니었지 싶다. 이런 걸 보면 공연 보는데 제일 방해되는 종목은 역시 스마트폰 사진인 것 같다.  진짜 주먹을 부르는 관객 매너.  

 

3. 왜 자기들의 의견을 인정받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당신이 맞다고 생각하면 밀어붙이던가, 혼자 갖고 있던가, 하여간 그걸 꼭 나한테 '그래 네가 옳수'하고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잖아. 게다가 나는 다들 알다시피 공고 나온 여자 백수. 나한테 인정받는다고 뭐 하나 좋을 거 없다. 요즘은 몇명 만나지도 않는데 가끔 이렇게 자기 생각을 나한테 강요하거나 내가 맞다고 해-라며 안광을 쏴대는 인간이 있다. 안광 쏴댈 시간에 공부나 좀 하시등가. (솔직한 마음은 : 씨발, 뭐 상대할 기분이 나는 말을 해야 대꾸를 해주지. 이건 헛소리를 해대는데 무슨 놈의 상대고 인정이냐고. 입에서 나온다고 다 말인 줄 알아. 뷁.)

 

4. 월말에는 완창 춘향가를 들으러 국립극장에 또 간다네. 한달에 세번 출석 ㄷㄷ 내년엔 더 다닐 것도 같고=ㅠ=?

 

5. 일단 한복 입고 추는 춤 공연을 봤을 때 (한국 고전무용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나름 전통춤은 전통춤? 계승된 거든 변형된 거든 한국적...뭐가 이렇게 어렵냐) 제일 좋았던 춤은 선비가 추는 춤, 기생이 추는 춤이다. 보통 선비가 추는 군무는 '남성 군무'의 강렬함을 보여주면서도 부드러운 선비적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나는 그게 참 좋드라고. 그리고 이제까지 한 세번 봤는데 세번 다 선비복이 흰색이었음. 그게 또 절제미가 있어요. 기생춤은 군무를 추더라도 무척 자유로운 편이다. 그리고 기생 특유의 이미지 = 자유분방함이 있음 + 화려함 + 여성스러움 + 업계 언니들 특유의 억척스러움이 있다. 이런 선비든 기생이든 그 이미지를 잘 살릴 수록 더 좋은 춤이 되는 것 같다. 하악하악. 처녀귀신이 다 무어고 백조가 다 무어냐. 나는 기생춤이 쵝오=ㅁ=!! (멈출 수 없는 기생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