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GIFT : 박효신
콘서트 오프닝 퍼포먼스는 박효신 자체가 GIFT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게 지구에 온 외계인이든, 한국 가요계에 갑자기 떨어진 괴물 같은 보컬을 가진 사람이든, 팬에게야 박효신이 당연히 '선물' 같은 존재겠지만, 박효신이 맨 처음 데뷔했을 때의 파괴력은 선물 이상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목소리 자체의 무게, 존재감, 성숙함, 개성, 성량은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치고 '저 괴물은 도대체 누구냐'고 생각 안해 본 사람 없을 것이다. 항상 박효신 보컬의 논란이 되는 답답한 목소리의 느낌(혹은 가래 끓는 목소리?), 뭉개지는 발음 같은 건 그야말로 '니 취향일 뿐이고', 보컬 자체가 가지고 있는 파워로 봤을 때 이만한 사람이 별로 없었다. 게다가 신인이. 개인적으로는 박효신 이후로 '노래를 잘부르는 신인'이 없다고 느끼고 있다. 물론 이건 가요계 판도가 바뀐 것도 있다. 노래만 잘 부른다고 데뷔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어쨌든, 박효신이 가요계에 던진 파장도 꽤 큰 것이라 우후죽순으로 데뷔하는 소울창법에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소몰이 창법의 가수들. 박효신 잘못은 아니지만, 박효신이 기폭제가 되긴 했다. 그렇게 노래하면 왜인지 노래를 잘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하는 생각을 사람들에게 주입시킨 것이다.
박효신은 이런 저런 상황에 한계+짜증을 느꼈는지 4집 이후 눈에 띄게 행보가 달라진다. 음악 색깔도 바뀌고, 보컬 스타일도 바꾸고, 살도 쫙 빼고, 옷 입는 스타일도 원래 좋아하던 반짝이 빼고는 다 바꿔버린 것 같다.
흔히 기획자 딱지를 붙이고 있다거나, 그렇게 활동을 했다거나, 할 예정인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하는 생각이 있다. '쟤는 좀 밀어주고 싶다'는 생각. 욕망이기도 하고, 당위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기획자는 기획(과 계획)을 하는 사람이자 서포터이기 때문에, 이건 매니지먼트가 갖는 '키운다'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어쨌든 나에게도 몇몇있다. 애니메이터, 만화가, 글 쓰는 사람, 음악하는 사람들. 내가 돈만 있으면 잡아다가 작업하는데만 열중하게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몇몇은 직접 알기도 하고 몇몇은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그 중에 전혀 모르는 사람이 박효신이었다. 왜 그나마도 과거형이냐하면, 박효신이 가고자 하는 길이 점점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뭐어, 어차피 나는 돈 한푼없는 백수이니 아쉬워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내가 돈 없는 것에 아쉽고, 대중을 좇는 박효신에 아쉽고.
벌써 10주년이든, 이제야 10주년이든 박효신은 아직 자기 색깔이 없다. 자기 음악 스타일을 확고하게 만들지 못했다. 박효신에게 자기만의 것이라고는 목소리밖에 없다. 아직도. 10년이나 됐는데.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그렇게 고민을 했다고 하는데 한 앨범을 반으로 갈라내서 발매한 part 1은 역시 대중지향이다. 대중지향이라고 해봐야 '박효신이 할 수 있는 대중지향'이라는 점에서 그나마도 왜인지 이도저도 아니라는 게 더 안 좋다. 아무리 생각해도 황세준은 박효신 앨범의 프로듀서로는 색이 안 맞는다. 그냥 소속사 사장이면 안되겠니=_= 내가 진짜 엔간하면 이런 말 안한다. 게다가 난 박효신 빠순이도 아냐. <-최악. 내가 더블 빠질하면서 이따위 소리를 하더냔 말이다. 같이 작업하는 건 황프로젝트 보컬 한번 해주는 걸로 충분해. 둘 다 갈길이 다르다는 걸 좀 알아주라. 제발.
내가 박효신과 아는 사람이라면 배낭 하나 들려주고 미쿡이든 유럽이든 일본이든 뻥 차버렸을 것이다. 가서 음악 공부도 좀 하고, 무엇보다 박효신 본인이 생각하는 '대중지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나라와는 다른 시장을 갖고 있는 곳에 가서 직접 체험해보고 다시 고민해봐야 하는 필요성을 느껴서. 박효신의 노래에 대한 열정이 아무리 높아도 이런식으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계속 이대로라면 목소리가 아깝다. -라고 한풀이를 하지만 그래도 콘서트는 간다. 그 보컬을 직접 듣고 싶었기 때문에.
2. 10주년 공연.
꽤나 화려하게 광고는 했지만 약간 뻥튀기가 된 거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많이 준비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단독 콘서트가 3시간 30분. 이건 아무나 할 수 없는데, 일단 레퍼토리 부재 때문이고 두번째는 그 시간만큼 관객의 집중력을 모으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박효신 콘서트는 박효신 빠만 드글드글한 것도 아닌데 집중력도 꽤 높은 편이고, 전반적인 구성이나 흐름도 좋았다. 돈도 꽤 많이 썼더만, 특수효과에 영상도 애니메이션 따로 만들기도 했고, 나름 줄타고 내려오기도 하고. 조명도 화려하진 않지만 (내 취향도 아니지만) 한국 공연 수준을 생각하면 꽤 좋은 편이었다.
외계인이 야광봉 흔드는 거랑 난데없는 란제리 쑈 때문에 좀 뿜기는 했지만, 바보하고 동경 편곡이 진짜 이상해서 집중력이 흩어지다 못해 내 영혼이 다 흩어지는 것 같았지만, 음향 조율이 엉망으로 되서 왼쪽 귀가 작살날 뻔 했지만. (음향에 대해 콕 찝어 말해주면 : 베이스라인의 음향은 죄다 뭉개져서 베이스기타, 베이스 키보드, 그리고 퍼커션 소리는 완전히 뭉개져서 나오거나 거의 들리지 않았다. 고음부 악기와 큰 소리는 나오는 족족 찢어지고, 오케스트라는 묻히고, 내 공연 꽤 많이 봤지만 드럼 소리가 이렇게 큰 공연은 처음이었다. 반주와 보컬의 대결이랄까=_=) 이것만 빼고는 만족스럽다고 하고 싶은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노래 들으러 간 공연에서 음향이 개판이면 어쩌자는겨. 세션준비 빵빵하게 하면 뭐하나. 그 빵빵한 음을 스피커에 쑤셔 넣질 못하는데...orz
어쨌든 몇몇 것만 빼면 참 박효신스러운 공연이었다.
노래 자랑으로 시작해서 노래 자랑으로 끝나는. 도대체 이 인간이 노래 부르는 것에 대해 빼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는 것도 맘에 든다. 공연에서 박효신만의 노래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더 잘 느껴져서 좋기도 하고, 소기의 목적인 박효신 노래 실컷 듣고 오기도 달성했다. 이번 공연에서 제일 맘에 들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음향의 영향 때문이겠지만, 공연 내에서 부르지 못했던 곡을 앵콜 시간에 반주없이 부를 때였다. 진짜 박효신 보컬의 존재감은 쫌 짱인 듯.
그리고 박효신 특유의 실없는 장황한 수다와, 딱 '닛뽄 비쥬얼 롹밴드의 (노래 못 부르는) 보컬'처럼 하고 나와선 하는 노래의 엄청난 갭도 (나름) 좋았다. 내가 워낙 싫없는 수다를 좋아하기도 한다. 나름 재미가 있달까요.
아, 오케스트라. 이 공연은 박효신의 오랜 염원이었던 (염원으로 보이는) 오케스트라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위한 공연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클라이막스와 대미를 장식하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노래 부르는 박효신을 보니 '나 데뷔 때부터 이거 엄청 하고 싶었쪄요'하는 울림이 온 몸에 전해지더군. 근데 음향이 시망;;; 내 눈에선 국물이 흐를 뿐이고. 그런 의미에서 공연 part 2는 소극장에서 하는 게 어떠신가. 그게 아니더라도 제대로 된 극장에서 어쿠스틱으로 3시간 반동안 하면... 나 그 자리에 누워서 안 나올 듯. ㅋㅋ
아, 박효신씌, 12월은 가뿐하게 쉬고, 1월에 나머지 앨범 반쪽 내고 공연은 2월에 하쇼. 내가 가려면 그때 해야해.
3. 결론.
마이클 잭슨 디시짓, 휘성 새 앨범, 박효신 새 앨범. 다 망했다. 끔찍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영 그냥 그렇다. 그냥 망했어...라고는 하지만, 내가 욕심을 부리는 걸지도 모른다. 이런 글을 쓰려고 한 것도 아니지만 기대치가 높으면 이런 상황이 되곤 하지.
박효신 보컬에 비해 노래가 별로라고 느끼긴 하지만, 박효신 정도면 히트곡도 많은 편이고 꾸준히 들려진다는 점에서 좋은 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그저- 박효신이랑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죄다 납치해다가 내 방에다 넣어놓고 하루종일 노래 부르게 했으면 좋겠다. 매일매일 그 사람들의 라이브, 얼마나 좋을까잉. 이 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믿는다. 기필코 극장을 하나 만들고 말리라. 기다려라. 당신들이 좋아하는 노래 아주 죽도록 하게 해줄테니=_=;;;
좋아하는 박효신 보컬 스타일. 풍부한 저음. 힘있는 목소리. 자기만의 곡 해석력.
무엇보다 곡 자체가 좋다. 여행스케치 원곡 버젼도 참 좋다.
게스트 이야기.
같이 간 친구는 거미->거미님이라고 부르며, 다음엔 거미님의 콘서트를 가겠어요...라고 말하고 있다. 아무래도 잘생기고 성격 좋은 거미님에게 반한 모냥. 전에 봤을 때는 별말 없더니만. 그리고 린의 아줌마스러움은 참... 정겹다. 둘이 만나서 아이돌 빠질하면 참 잘할 듯. 이 언니도 말투나 행동은 딱 아줌마인데 곡 쓰고 노래 부르는 거 보면 감수성이 참 좋단 말이지.
김범수는 참 보면 볼수록 귀엽다. 노래도 잘하고 귀엽고, 착한 것 같아. 그러니 내가 먹어버리겠음. 우적우적.
콘서트 오프닝 퍼포먼스는 박효신 자체가 GIFT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게 지구에 온 외계인이든, 한국 가요계에 갑자기 떨어진 괴물 같은 보컬을 가진 사람이든, 팬에게야 박효신이 당연히 '선물' 같은 존재겠지만, 박효신이 맨 처음 데뷔했을 때의 파괴력은 선물 이상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목소리 자체의 무게, 존재감, 성숙함, 개성, 성량은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치고 '저 괴물은 도대체 누구냐'고 생각 안해 본 사람 없을 것이다. 항상 박효신 보컬의 논란이 되는 답답한 목소리의 느낌(혹은 가래 끓는 목소리?), 뭉개지는 발음 같은 건 그야말로 '니 취향일 뿐이고', 보컬 자체가 가지고 있는 파워로 봤을 때 이만한 사람이 별로 없었다. 게다가 신인이. 개인적으로는 박효신 이후로 '노래를 잘부르는 신인'이 없다고 느끼고 있다. 물론 이건 가요계 판도가 바뀐 것도 있다. 노래만 잘 부른다고 데뷔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어쨌든, 박효신이 가요계에 던진 파장도 꽤 큰 것이라 우후죽순으로 데뷔하는 소울창법에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소몰이 창법의 가수들. 박효신 잘못은 아니지만, 박효신이 기폭제가 되긴 했다. 그렇게 노래하면 왜인지 노래를 잘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하는 생각을 사람들에게 주입시킨 것이다.
박효신은 이런 저런 상황에 한계+짜증을 느꼈는지 4집 이후 눈에 띄게 행보가 달라진다. 음악 색깔도 바뀌고, 보컬 스타일도 바꾸고, 살도 쫙 빼고, 옷 입는 스타일도 원래 좋아하던 반짝이 빼고는 다 바꿔버린 것 같다.
흔히 기획자 딱지를 붙이고 있다거나, 그렇게 활동을 했다거나, 할 예정인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하는 생각이 있다. '쟤는 좀 밀어주고 싶다'는 생각. 욕망이기도 하고, 당위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기획자는 기획(과 계획)을 하는 사람이자 서포터이기 때문에, 이건 매니지먼트가 갖는 '키운다'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어쨌든 나에게도 몇몇있다. 애니메이터, 만화가, 글 쓰는 사람, 음악하는 사람들. 내가 돈만 있으면 잡아다가 작업하는데만 열중하게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몇몇은 직접 알기도 하고 몇몇은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그 중에 전혀 모르는 사람이 박효신이었다. 왜 그나마도 과거형이냐하면, 박효신이 가고자 하는 길이 점점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뭐어, 어차피 나는 돈 한푼없는 백수이니 아쉬워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내가 돈 없는 것에 아쉽고, 대중을 좇는 박효신에 아쉽고.
벌써 10주년이든, 이제야 10주년이든 박효신은 아직 자기 색깔이 없다. 자기 음악 스타일을 확고하게 만들지 못했다. 박효신에게 자기만의 것이라고는 목소리밖에 없다. 아직도. 10년이나 됐는데.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그렇게 고민을 했다고 하는데 한 앨범을 반으로 갈라내서 발매한 part 1은 역시 대중지향이다. 대중지향이라고 해봐야 '박효신이 할 수 있는 대중지향'이라는 점에서 그나마도 왜인지 이도저도 아니라는 게 더 안 좋다. 아무리 생각해도 황세준은 박효신 앨범의 프로듀서로는 색이 안 맞는다. 그냥 소속사 사장이면 안되겠니=_= 내가 진짜 엔간하면 이런 말 안한다. 게다가 난 박효신 빠순이도 아냐. <-최악. 내가 더블 빠질하면서 이따위 소리를 하더냔 말이다. 같이 작업하는 건 황프로젝트 보컬 한번 해주는 걸로 충분해. 둘 다 갈길이 다르다는 걸 좀 알아주라. 제발.
내가 박효신과 아는 사람이라면 배낭 하나 들려주고 미쿡이든 유럽이든 일본이든 뻥 차버렸을 것이다. 가서 음악 공부도 좀 하고, 무엇보다 박효신 본인이 생각하는 '대중지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나라와는 다른 시장을 갖고 있는 곳에 가서 직접 체험해보고 다시 고민해봐야 하는 필요성을 느껴서. 박효신의 노래에 대한 열정이 아무리 높아도 이런식으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계속 이대로라면 목소리가 아깝다. -라고 한풀이를 하지만 그래도 콘서트는 간다. 그 보컬을 직접 듣고 싶었기 때문에.
2. 10주년 공연.
꽤나 화려하게 광고는 했지만 약간 뻥튀기가 된 거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많이 준비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단독 콘서트가 3시간 30분. 이건 아무나 할 수 없는데, 일단 레퍼토리 부재 때문이고 두번째는 그 시간만큼 관객의 집중력을 모으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박효신 콘서트는 박효신 빠만 드글드글한 것도 아닌데 집중력도 꽤 높은 편이고, 전반적인 구성이나 흐름도 좋았다. 돈도 꽤 많이 썼더만, 특수효과에 영상도 애니메이션 따로 만들기도 했고, 나름 줄타고 내려오기도 하고. 조명도 화려하진 않지만 (내 취향도 아니지만) 한국 공연 수준을 생각하면 꽤 좋은 편이었다.
외계인이 야광봉 흔드는 거랑 난데없는 란제리 쑈 때문에 좀 뿜기는 했지만, 바보하고 동경 편곡이 진짜 이상해서 집중력이 흩어지다 못해 내 영혼이 다 흩어지는 것 같았지만, 음향 조율이 엉망으로 되서 왼쪽 귀가 작살날 뻔 했지만. (음향에 대해 콕 찝어 말해주면 : 베이스라인의 음향은 죄다 뭉개져서 베이스기타, 베이스 키보드, 그리고 퍼커션 소리는 완전히 뭉개져서 나오거나 거의 들리지 않았다. 고음부 악기와 큰 소리는 나오는 족족 찢어지고, 오케스트라는 묻히고, 내 공연 꽤 많이 봤지만 드럼 소리가 이렇게 큰 공연은 처음이었다. 반주와 보컬의 대결이랄까=_=) 이것만 빼고는 만족스럽다고 하고 싶은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노래 들으러 간 공연에서 음향이 개판이면 어쩌자는겨. 세션준비 빵빵하게 하면 뭐하나. 그 빵빵한 음을 스피커에 쑤셔 넣질 못하는데...orz
어쨌든 몇몇 것만 빼면 참 박효신스러운 공연이었다.
노래 자랑으로 시작해서 노래 자랑으로 끝나는. 도대체 이 인간이 노래 부르는 것에 대해 빼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는 것도 맘에 든다. 공연에서 박효신만의 노래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더 잘 느껴져서 좋기도 하고, 소기의 목적인 박효신 노래 실컷 듣고 오기도 달성했다. 이번 공연에서 제일 맘에 들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음향의 영향 때문이겠지만, 공연 내에서 부르지 못했던 곡을 앵콜 시간에 반주없이 부를 때였다. 진짜 박효신 보컬의 존재감은 쫌 짱인 듯.
그리고 박효신 특유의 실없는 장황한 수다와, 딱 '닛뽄 비쥬얼 롹밴드의 (노래 못 부르는) 보컬'처럼 하고 나와선 하는 노래의 엄청난 갭도 (나름) 좋았다. 내가 워낙 싫없는 수다를 좋아하기도 한다. 나름 재미가 있달까요.
아, 오케스트라. 이 공연은 박효신의 오랜 염원이었던 (염원으로 보이는) 오케스트라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위한 공연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클라이막스와 대미를 장식하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노래 부르는 박효신을 보니 '나 데뷔 때부터 이거 엄청 하고 싶었쪄요'하는 울림이 온 몸에 전해지더군. 근데 음향이 시망;;; 내 눈에선 국물이 흐를 뿐이고. 그런 의미에서 공연 part 2는 소극장에서 하는 게 어떠신가. 그게 아니더라도 제대로 된 극장에서 어쿠스틱으로 3시간 반동안 하면... 나 그 자리에 누워서 안 나올 듯. ㅋㅋ
아, 박효신씌, 12월은 가뿐하게 쉬고, 1월에 나머지 앨범 반쪽 내고 공연은 2월에 하쇼. 내가 가려면 그때 해야해.
3. 결론.
마이클 잭슨 디시짓, 휘성 새 앨범, 박효신 새 앨범. 다 망했다. 끔찍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영 그냥 그렇다. 그냥 망했어...라고는 하지만, 내가 욕심을 부리는 걸지도 모른다. 이런 글을 쓰려고 한 것도 아니지만 기대치가 높으면 이런 상황이 되곤 하지.
박효신 보컬에 비해 노래가 별로라고 느끼긴 하지만, 박효신 정도면 히트곡도 많은 편이고 꾸준히 들려진다는 점에서 좋은 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그저- 박효신이랑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죄다 납치해다가 내 방에다 넣어놓고 하루종일 노래 부르게 했으면 좋겠다. 매일매일 그 사람들의 라이브, 얼마나 좋을까잉. 이 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믿는다. 기필코 극장을 하나 만들고 말리라. 기다려라. 당신들이 좋아하는 노래 아주 죽도록 하게 해줄테니=_=;;;
좋아하는 박효신 보컬 스타일. 풍부한 저음. 힘있는 목소리. 자기만의 곡 해석력.
무엇보다 곡 자체가 좋다. 여행스케치 원곡 버젼도 참 좋다.
게스트 이야기.
같이 간 친구는 거미->거미님이라고 부르며, 다음엔 거미님의 콘서트를 가겠어요...라고 말하고 있다. 아무래도 잘생기고 성격 좋은 거미님에게 반한 모냥. 전에 봤을 때는 별말 없더니만. 그리고 린의 아줌마스러움은 참... 정겹다. 둘이 만나서 아이돌 빠질하면 참 잘할 듯. 이 언니도 말투나 행동은 딱 아줌마인데 곡 쓰고 노래 부르는 거 보면 감수성이 참 좋단 말이지.
김범수는 참 보면 볼수록 귀엽다. 노래도 잘하고 귀엽고, 착한 것 같아. 그러니 내가 먹어버리겠음. 우적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