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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지하다

웹툰을 보았다 2

1. 백작가의 불청객들 

요놈 아주 좋네요. 연출, 대사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첫 작품이 아닌가 싶긴 하지만 (이 작품이 아니더라도 요즘 그런 웹툰, 소설 정말 많음. 장면 간 개연성이 망했음.) 거슬릴 정도는 아니고 어쨌든 재밌다고요.

코메디도 있고 로맨스도 있고 막장도 있고 스릴러도 쪼큼 있슴다. 시작이 개막장이라서 이걸 봐야하나 싶었지만 순식간에 안정감을 찾더라능. 

 

캐릭터가 전반적으로 잘 구축되어 있다. 

초반엔 여주가 일자무식이고 자존심이 쎄서 안 드러내려고 하지만 무식에 대한 콤플렉스도 굉장히 심하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큰소리 빵빵치는데 반해 자존감은 바닥에 붙어있어서. 나는 원래 쪼다캐릭터를 좋아하는데다가 무엇보다 처음엔 언듯 성애가 있는 여주인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지. (남편의 섹스라이프에 집착하는 마누라) 근데 뒤로갈 수록 성애가 없어지고 있음. 오로지 사랑으로만 우울증 끝판왕인 남편 옆을 (욕하면서) 지키는 순애보였음. 섹스도 되게 수동적으로 함;;; 아오 씨바. 가슴 크고 이쁘면 뭐하냐 이년아, 몸뚱이가 다른 사람의 욕망에 불을 지피고 그걸 받아내기 위해서만 존재하는데. 갈수록 매력없다. 

 

여주의 매력이 떨어지는 대신 남주의 매력이 마구 올라가는데, 제일 큰 이유가 내가 메이져미디어에서 이렇게까지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남주를 본 적이 있던가 싶어서. 거의 항상 죽음에 사로잡혀있는 듯한 독백과 연출이 가득하다. 어두.. 어두워... 겁나 어두워. 이 웹툰이 심의로 걸린다면 섹스신이 아니라 이런 독백 때문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두움. 그러나 섹스신만 심의에 걸리고 우울증이나 자살 부분은 댓글에서도 그다지 거론되지 않는다. 독자들이 안 보는 건가, 아님 실제로 중요하지 않은 건가. 남주가 술잔 속 파동을 보면서 목을 맬 밧줄을 보는 연출과 마누라와 키스하면서 발기하는 장면이 같은 회차에 나왔는데 댓글 보면 남편이 마누라한테 흥분했다고 축제분위기. 어쩔;;; 

다음 회차에서 섹스를 하는데 거기 댓글은 더 가관이다. 다들 둘째를 외치고 있음. 도대체 이성애자 여자는 왜 이렇게 임신에 집착을 하는 겁니까. 여튼 이와중에 남주는 '조용한 암흑 속에서 무너져내리면' 드디어 평화를 느낄 것 같다고 함. 가장 좋은 순간에 가장 죽고 싶어지는 건가요. 맞다면 이건 진짜 중증 우울증 환자한테만 나타나는 증상 아닌가 싶은데 말입니다. 

 

수정 : 술잔 속 파동을 밧줄로 연상하는 것과 애무장면은 회차가 달랐다. 애무에서 섹스로 나가는데 회차가 꽤 많이 소요되었군요. (팬서비스?) 쉬지 않고 한방에 쭉 봤더니 회차별로 기억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전체 내용으로만 기억이 난다. 

 

내가 뒤로 갈 수록 여주에 대한 매력을 못 느끼는 이유가 이거인 듯. 우울증이 이렇게 심하고 꿈에서 그렇게 자살을 해대는데 같이 자는 사람이 모를 수가 있나. 우울증은 집 밖에선 숨기는 게 그나마 쉽다. 근데 집 안에서 숨기는 건 거의 불가능하거든. 아니, 그 전에 자살방지용으로 항상 같은 침대에서 자는 거 같고 첫동침 자체도 자살시도 전후에 일어난 일로 보인다. 우울증으로 인해 기억이 어그러지는 것도 어쩌다 딱 한번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백번 양보해서 딱 한번만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해도 (그 정신으로 전쟁 나가서 살아 온 것도 신기하지만 그것도 그냥 그렇다고 치고.) 분위기 잘 읽고 무엇보다 남편 사랑한다고 내처 징징대는 애가 그걸 어떻게 모르죠.

물론 이 웹툰 등장인물은 모두가 굉장히 자기중심적인 사랑을 하고 있긴 하다. 상대방이 실제로 어떤 인간인가보다는 내가 상대방을 어떻게 보는가가 더 중요한 상황. 그러니 오해가 풀릴 일이 없겠쥬. 

 

사실 위에서 말한 섹스 장면에서도 사실 여주가 남편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기는 느낀다. 근데 키스를 받고 엉덩이 좀 만져주니까 홀랑 까먹음. 내가 남주의 우울증을 너무 심각하게 보는 건가? 이 웹툰에서 우울증과 자살충동은 그냥 성장과정 중에 하나인 것인가. 성장하면서 우울증이 싹 낫는 뭐 그런 거... 그렇담 레알 햅삐엔딩이 되겠는걸. 하지만 그런 거 치고는 묘사가 너무 디테일하고 좋은 거 아니요.

 

우울증이나 자살충동 뿐 아니라 캐릭터와 배경설정도 비교적 디테일하고 사실적이다. 부모가 자식을 상대방 욕하는 감정쓰레기통으로 쓴다거나 애를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용도로 쓰는 것도 꽤나 현실적이고 사실적이 않냐 이말입니다. 이건 초반에만 그러고 말지만 사소한 설정이 마음에 들 때가 많음 ㅎ 

 

 

덧 : 리뷰도 썼는데 어차피 시작한 거 다 보자 싶어서 백작가의 불청객들 유료분도 다 봤다.

사랑으로 우울증을 극뽁하는 모냥. 해..햅삐엔딩... ㄷㄷ 

Aㅏ...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일단 다 보긴 볼 거임.  잘 썼으니꽈. 

 

 

2. 엔딩후 서브남을 주웠습니다

온갖 클리쉐를 때려박았으나 구성이 탄탄하고 서사가 매끄럽고 캐릭터와 표현이 코믹해서 술술 읽힌다. 하지만 작가의 전작들이 더 좋긴 함. 서브남으로 시작해서 전작을 더 열심히 보는 중. 어쨌든 환생물치고는 꽤 볼만한 이 웹툰 여주도 성애가 없다. 

 

남주가 가슴이 큰데 항상 타이트한 상의를 입고 있어서 몸을 숙이거나 펴면 앞섭이 벌어짐. 이걸 절대 잊지 않고 그리는 작가님. 이게 웹툰 자체에서 좀 코믹한 요소로 쓰인다. 왜냐면 독자만 여기에 환장하고 여주는 남주의 가슴이 안 보이는 모양인지 반응이 없다. 아니, 왜 우째서, 로코 여주한테 로맨스만 있고 섹슈얼이 없냐고. 이성애자가 나오는 웹툰에 성애가 안 나오면 어쩌자는 거야. 난 이게 여전히 아직까지도 이상하다고 느낌. 사랑, 애정, 성애 건너뛰고 섹스=사랑의 결과물인 임신. 거의 이 공식인 듯. 그럼 섹스할 때 느끼지나 말던가. 수동적으로 섹스하는데 뿅뿅 가기는 잘도 가요. (이건 여성향이든 남성향이든 상관없이 이성애자가 소비하는 매체에서는 거의 여성의 성이 이렇게 표현 됨.)

 

 

3. 내일도 출근, 비밀사이의 미슷헤리.

내일도 출근이라는 이성애 연애물이 있고, 비밀사이라는 야오이가 있다. 같은 작가(혹은 스튜디오)임.

근데 내일도 출근은 굉장히 좋은데, 비밀사이는 쇼킹할 정도로 야오이스러움=주제없고 내용없고 서사없음. 내일도 출근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보다 더 여성성이 강화된 남자애가 온동네 형들은 다 후리고 다니는 내용인가? 가난뱅이라 가난뱅이 콤플렉스가 있고 가난뱅이 근성으로 부자 형들을 유독 따르고 냉정한 듯 온갖 질척이는 짓은 다 하는 것까진 솔직히 괜찮았음 ㅋㅋ 근데 공수 덩치차이가 거의 뭐, 엔딩후 서브남 남주와 여주급임. 얘 덮치려고 돌아버린 형들은 다 키 크고 어떤 의미로든 남자답고 근육질이고 얘는 불면 날아갈 듯. 나보다 약한 듯. 그래서 사랑받는 듯. 그래서 여자만 보는 듯. 근데 어차피 (젠더적으로) 남성성과 여성성이 붙어먹는 걸 보여주는 데 굳이 성별이 남성-남성일 필요가 있나여. 갠적으로 연애물 좋아하는데 참으로 거대한 벽임. 물론 이걸 다 뛰어넘는 게 있다. 그냥 잘 쓰면 장땡이거든. 

 

그래서 잘 써서 장땡인 내일도 출근은 직장인을 잘 묘사해서 재밌다. 평범하게 재밌음. 물론 현실에선 중년상사가 머리 내린다고 잘생겨지진 않습니다만... 어쨌든 빨리 3부가 나왔으면 합니다. 간만에 재밌게 본 오피스 연애물이라서요. 평범한 오피스는 아닌게, 직원들이 하나같이 일을 열심히하고 심지어 나름 잘하는 걸로 나옴. ㅋㅋㅋ 이게 직장 판타지지. 

 

 

4. 성애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웹툰은 아니지만 예전에 궁이라는 만화에서 여주가 성애가 있는 걸로 나왔다. 하도 늘어져서 한 6권부터는 안 봤지만 초반엔, 여주가 남주를 좋아하기도 전에, 남주가 여주에게 꼴리기도 전에 여주가 먼저 남주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고 건들고 싶어함. (쥔공이 고딩이었으니) 짜빠뜨리고 섹스를 하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 '왜인지 이녀석의 등짝을 만지고 싶다' 이러면서 침을 흘리며 손을 달달 떨었...  

 

 

덧. 웹툰 후기

네이버가 쓰기가 그나마 편하고 카카오는 불편하다. 카카오는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작품 추천도 하는데 나는 원래 이런 게 잘 안통하긴 하지만 추천 작품이 알고리즘을 어떻게 짰는지 아주 엉망진창임. 뭐라도 하는 게 낫다면 낫겠지요. 하지만 이런 이유로 내가 주식을 산다면 네이버로 사는 걸로 ㅋㅋ 자꾸 카카오톡하고 다음메일하고 연동하라고 해서 다음 메일도 안 쓰는 중이거등. 카카오톡도 거의 안 쓰는데 대체 왜 그러는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