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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지하다

별 쓸데없는 단상들

1. 바보냐~? 불편한 거랑 설레이는 것도 구별 못하게.

구치만 모르겠는 걸 오또케.

 

순식간에 90년대로 돌아가는 디즈니플러스의 한국컨텐츠 광고의 첫 5초. 웃기긴 하지만 하이틴 드라마겠거니 생각만 하고 광고도 끝까지 본 적이 없다. 하이틴 드라마 좋아하는뎁 증말 보고 싶지 않네요. 

 

 

2. 콘텐츠의 영향력은 굉장하지만 동시에 미미하다. 

감동받고 울고 웃고 콜라를 먹고 싶고 브랜드를 인지하고 그런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질 수도 있지만 금방 잊어버리기도 한다. 콘텐츠에 둘러싸여 살고 있으니까. 

 

음악은 인간을 안정시키지만 그렇다고 음악이 전쟁을 없애진 못하는 것처럼. 바렌보임이 백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평화를 외쳐도 실제로 이루어지지가 않는다고요. 니들이 백날 러시안 음악가의 연주를 취소해봐라. 푸틴이 전쟁을 그만두나. 백날 리틀포레스트 해수의 아이 충사 철콘근크리트 읽고 BBC 자연다큐멘터리, 새덕후 채널 본다고 환경파괴가 멈춰지나. 

애들한테 나쁜 영향을 미치므로 특정 내용의 게임이나 내용이 나쁘다고 말하는 건, 그냥 니 애들이 ㅈㄴ 모자라다는 걸, 혹은 원래 나쁜 새끼라는 걸 인증하는 것 뿐이라고요. 님 인생은 님이 꼬는 거지 드라마나 만화나 게임이 꼬는 게 아닙니다. 네가 멍청한 이유도 네가 멍청하게 존재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지 미디어나 콘텐츠가 너를 멍청하게 만들어서가 아니다. 

 

콘텐츠가 인생과 인간을 바꿔버릴 정도라면 난 이미 긍정적이고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진 양성애자 남자가 되어 온갖 인간이랑 즐겁고 신나게 섹스를 하고 다녔을 거임. 

 

 

3.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굉장한 부분은 순간의 감정을 유발하거나 인생을 바꿔서다 아니다. 사람들이 그 내용이나 배경을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성공, 연애, 행복의 모습은 대체로 천편일률적으로 표현된다. 나쁜새끼도 좋은새끼도 좋은 남편도 나쁜 남편도 현모양처도 또라이마누라도 대체로 비슷비슷하게 그려진다. 물론 스테레오타입이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그걸 더 확대재생산하는 게 대중문화라서 그렇습니다요. 

 

물론 요즘 세상에 대중문화는 사실상 없어졌다고도 한다. 대중문화가 가진, 모든 사람에게 고르게 전파되는 문화적 영향력이 떨어져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가 나를 30대 한남이라고 생각하고 자꾸 국뽕 영상이랑 여혐 영상을 추천하는 것처럼, 한번 관심사가 어느 방향으로 고착이 되면 접하는 컨텐츠도 문화도 굉장히 편향이 되고 그게 마치 당연한 것처럼 세상에 그것밖에 없는 것처럼 인지를 하게 된다는 거죠잉. 결국 세상의 일부를 확대재생산해서 안 그래도 좁아터진 내 삶을 가득 채우는 건 변하지 않는다. 

 

 

4. 친구 남편이 오덕인데 모아 놓은 만화책의 일부가 나와 겹치고, 대부분 나도 다 본 것이다. 

친구 집에 놀러갔을 때 추억의 드래곤볼이 있었다. 난 만화도 보고 애니도 봤지만 내 친구는 오덕이 아니라 이 만화를 안 봤음. 그 친구에게 손오공 마누라를 소개해줬다. 

'여기 손오공 마누라가 가슴이 엉덩이만하고 엉덩이는 수박만한테 캐릭터 특징이 가슴이 큰 거야. 얘 보면 다른 (남성) 캐릭터가 다 한마디씩 해, 가슴 크다고. 그리고 이 가슴이 큰 게 특징인 손오공 마누라의 이름이 뭐게? 찌찌.' 

그때 내 친구의 표정은 미묘했고(어떤 의미로는 감탄한 듯), 친구 남편은 순수한 의미로 감탄했다. 30년간 단 한번도 그걸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ㅠ= 

 

당연히 가슴 큰 캐릭터의 이름이 찌찌라는 게 '전혀 이상하다고 느끼지도 않고 그걸 인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인간은 원래 눈 앞에 놓여진 많은 힌트를 놓치고 산다. 게다가 손오공 마누라는 실제로 중요한 캐릭터가 아니다. 그냥 '찌찌'가 큰 캐릭터다. 그래도 몇십년 연재한 만화의 주인공의 마누라인데 존재감이라는 게 없고 그냥 손오공의 가슴 큰 마누라일 뿐이라 하는 짓도 일관되지 않다. 뭐라고 뭐라고 지랄도 꽤 하는 것 같은데 임팩트가 1도 없고 남편이 세계를 구하느라 초사이언이 되고 그러다 죽어도 그냥 가슴만 계속 크다. 찌찌로 시작해서 찌찌로 끝난 캐릭터. 

 

그리고 세상엔 찌찌같은 여자를 마누라로 갖고 싶어하는 남자도 많고 찌찌를 선망하고 찌찌로 살고 싶어하는 여자도 많다. 여기에 K-로맨스를 끼얹으면 하얀 얼굴에 크고 맑은 눈망울을 가진 백치미(순진함?) 넘치는 여자애가 '그치만 나도 내 감정을 모르겠는걸. 그러니까 네가 알랴죠'하게 된다는 겁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