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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관계

단순한 관계를 좋아한다. 

선생과 학생, 점원과 손님, 사장과 직원 뭐 그런 거.

 

선생은 잘 가르치면 되고 학생은 공부만 잘하면 틀어질 일이 없는 관계다. 

손님은 돈을 내고 물건을 사면 되고, 점원은 돈을 받고 물건을 주면 되는 거. 

사장과 직원도 마찬가지. 돈 주고 일 시키고, 돈 받고 일 해주고. 끗. 

 

이 단순한 관계에 엉뚱한 걸 불어넣는 인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건 값에 진상 받아주는 값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나, 일 시키면서 돈 주는 건데 마치 꽁돈 주는 것처럼 나대는 인간들. 요런 인간들이 하는 짓을 갑질(혹은 진상짓) 한다고 하는 거 아니겠슴. 

 

근데 내가 사장이란 인간이 되었따...

직원에게 다행(?)인 건 나는 진짜 일만 시키고 돈을 준다. 직원이 나에게 해줄 건 일을 잘해주는 것 밖에 없다. 내가 바라는 건 그거밖에 없다.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만 보고 다른 건 눈 감아줄 용의도 있고 실제로 그런 케이스가 한 명 있다. 

 

교육은 모두에게 똑같이 한다. 근데 일의 결과물은 극과 극이라네. 그리고 까먹고 있었는데 나는 일 못하는 인간을 이해를 못한다. 아니, 내가 무슨 로켓을 만들라고 했냐 오케스트라 지휘를 하라고 했냐 무한도전 같은 기획을 가져오라고 했냐. 그런 건 바라지도 않음. 그런 수준의 사업체도 아니다. 레알 구멍가게거등. 왜 청소를 못하는 거지=_=? 왜 물건을 제자리에 못 놓는 거냐고=_=? 왜 일의 순서를 모르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기본적인 걸 할 줄 알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기본적인 것도 못하니 뭘 시켜야 할지 모르겠다. 고장난 직원 덕분에 사장도 고장남. 

 

그리고 꼭 일 못하는 애들이 변명을 한다. 내가 그런 거 아니에요. 제가 잘 못 한 거 아니에요. 구멍가게라 누가 잘못했는지는 내가 알고 사실 문제가 벌어졌을 때는 누가 잘 못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빨리 수습하고 다음 단계로 잘 넘어가는 게 더 중요함. 일을 하는 데니까 일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근데 일 못하는 인간에겐 일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보다는 자기는 아무 짓도 안 했다고 말하는 게 더 중요한 것이다. 그 아무 짓도 안하는 게 정말 큰 문제라는 걸 본인만 모름 ㄷㄷㄷ 

 

난 이런 인간이 알짱거리면 신경이 거슬린다. 

일을 못하는 걸 이해를 못 하기 때문이다. 일을 하러 왔는데 일을 못해. 일을 못하는 건 일을 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경이 거슬리고 싫은 거다.

나도 첫 알바는 못 했다.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돈을 벌고 싶었지 일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 20대 초반에 이리저리 했던 다양한 직종의 일도 처음에 시작할 땐 못했다. 경험이 없었으니까. 경험부족은 상황파악이 끝나면 메꿔진다. 문제는 상황파악이란게 남이 하는 일을 유심히 보고 이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살펴 봐야하는데 관심이 없거나 일 할 생각이 없으면 보이지 않고 옆에서 아무리 이야기 해줘도 못 알아처먹는다. 

 

여튼 일을 못하는 애라도 두고 잡일이라도 시키자는 직원 때문에 참아야하나 고민 중이다. 내 울화통이 잘 견뎌줄까.... 처음엔 참더라도 결국 구박하게 되지 싶은데 그런 짓을 하는 내가 싫기 때문에 고용을 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일 잘하는 직원이 들어올 때까지 나를 갈아넣는 게 낫지 않을까... 라기엔 요즘 내 몰골이 장난이 아니긴 하다. 잔고와 건강과 얼굴을 통채로 갈아넣고 있습니다 ㅋㅋ

 

 

좋아하는 직원도 있다. 일을 잘해서 좋아한다. 진짜 일 잘한다. 앞으로도 계속 오래오래 일을 시키고 돈도 주고 싶으므로 잘해준다. 대놓고 편애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대놓고 일을 제일 잘하잖아. 뭘 어쩌길 바라는 거지. 사장이 일 잘하는 직원 좋아하는 게 뭐 이상한가? 그럼 너도 일을 잘하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