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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오늘 헛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더니 머리가 울려서 음악 틀어놓고 멍 때리는 중. 

시각 청각 후각에 쓸데없이 예민해서 피곤하다. 

 

나는 요즘 말도 많이 하고 다른 사람의 말도 많이 듣는다. 

이걸 대화를 한다고 보긴 어렵다. 

일을 하면서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 계획을 말하거나 일정을 조정하거나 어떤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일도 있지만, 

대체로는 말하는 입장에서도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고, 듣는 입장에서도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서비스 언어가 제일 많다.

 

여기에 아줌마 수다도 있다. 아줌마 수다도 말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데 뭔가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게 아줌마 수다 아니겠음. 나는 솔직히 안 듣고 싶은데 아줌마가 일을 잘하니 이 아줌마 수다는 옵션이다라고 생각하고 그냥 듣고 있는데 오늘 같은 날은 좀 힘들다.

 

아저씨 손님들이 3시간 동안 하나마나한 정치썰로 서로가 서로에게 주정을 부렸기 때문이다. 기차화통을 삶아먹었나 목소리는 쓸데없이 왤케 커. 이게 바로 듣고 싶지 않은데 귀에 처박히는 헛소리라는 겁니다. 나라 걱정에 우리 식당 기물도 깨부심 ㅋㅋㅋ 진짜 염병들 좀 하지 마라. 그렇게 정치인 하는 짓이 아니꼽고 세상만사 다 알면 정치를 직접 하지 왜 식당에서 연설질인지=_=? 요즘처럼 직접 정치에 참여하기 좋을 때도 없고 말입니다. 너튜브는 오늘도 나에게 신남성연대와 열린공감TV를 추천하고 있다고. (제 정신인가)

 

나는 요즘 정치판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고 관심도 없다. 사람들이 정확히 뭐에 그렇게 불만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기억에 한국인과 한국사회는 항상 화가 나있고 불만이 많았다. (나도 항상 화가 나 있었고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이게 꽤 에너지가 드는 일이라 나는 화내는 것과 불만이 많은 걸 그만 두기로 했다. 그리고 나이가 드니까 살기가 편해져서 불만도 없어짐=ㅠ=ㅋ 백번쯤 말했지만 한국에선 나이가 벼슬이거등.)

 

그래서 전반적으로 좀 요상하다고 느끼긴 한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보면서 나도 늙었는가 보오라고 생각할 뿐이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어느 순간 모든 사람이 모든 것에 대해 의견을 갖고 있다고 느꼈는데 그 뒤로는 나까지 굳이 모든 것에 대해 의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나도 한때 거의 모든 것에 대해서 나름의 의견을 갖고 있었는데 그 의견의 상당부분이 그냥 내 입장일 뿐인 개소리임을 깨달은 거죠. 예전에도 '나름대로'라는 말을 많이 쓰는 편이었지만 그런 말로 포장해도 헛소리는 헛소리라는 겁니다요. 

 

물론, 모든 것에 대한 의견을 갖는 게 나쁘지는 않다. 뇌는 원래 쓰라고 있는 거고 조둥아리는 말하라고 있는 거 아니겠음. 치열하게 생각하고 치열하게 떠드는 건 누구에게나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와 장소 그리고 말하는 사람의 연륜이란 게 있거등. 치기든 헛소리든 10-20대가 하는 건 그래도 들어줄만해. 근데 똑같은 소리를 40대가 하면 헛소리가 되고 50-60대가 하면 꼰대소리가 되는 거고 70대 이상이 하면 치매환자가 된다는 거다. 애초에 이 각각의 세대가 같은 소리를 하면 안 되는데 내가 요즘 느끼는 건 다들 비슷한 소리를 한단 말입니다? 매트릭슨가, 진짜 요상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