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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오랜만에 수다

1.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

5회가 그렇게 나와서 6회는 액션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더 후졌다. 게다가 캡틴 아메리카는 연설을 한다는 걸 까먹고 있었다. 왜냐면 나는 마블 영화 볼 때 캡아가 연설할라고 하는 그 순간부터 막 뒤로를 눌러서 그 장면을 안 봤거등. 이번엔 좀 당했다는 느낌. 뒤늦게나마 막 뒤로 넘겨서 같지도 않은 연설의 대부분은 듣지 않아도 됐다. '세상을 좋게 바꾸자하는 좋은 의지만 있다면 세상은 바뀔거얏' 염병하네 진짜=ㅠ= 

 

덕질을 하다 알았는데 윈터 솔져, 정확히는 버키는 뭔가 명예 흑인이대? (성소수자에게도 엄청 인기 많음. 로키도 마찬가지다. 버키는 성소수자에 흑인팬덤까지 더해진 것.) 일단 와칸다에서 받아들이고 와칸다에서 다시 태어났다는 설정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버키라는 캐릭터가 학대를 당하며 원치 않는 방식으로 살았는데 당시에는 학대 당하는 것도 몰랐고 심지어 그게 국가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뭔가 이해가 가고 공감이 가는 거시기한 거시기가 있는 모냥. 

실제로 버키는 뭔가 토르급으로 친근감(?)이 든다고나 할까요. 세상 까칠한 로켓이 첨부터 토르를 좋아했던 것처럼, 세상에 모든 슈퍼솔져는 죽어야 한다는 지모도 버키는 은근 버키에게 들이댄다. 상담을 좀 못하는 상담사랑도 잘 지내는 버키. 와칸단이랑도 잘 지내는 버키. 살짝 미친 존 워커랑도 결국엔 잘 지내게 되고, 친구의 친구랑도 잘 지내고, 친구의 누나와도 잘 지내고, 친구의 누나의 아이들과도 잘 지내는...=ㅠ= 어둡고 성질 북북 내는 캐릭터인데 매우 보들보들하네잉. 

 

 

2. 나혼산이 박나래를 감싸는 건 일관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개도 감쌌으니 고추도 감싸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슴까? 근데, 조개 나가라 했던 인간들이 고추도 나가로 하는 건지 아니면 두 논란에 서로 다른 종자들이 떠드는 건지 잘 모르겠구먼. 궁금하기도 하고 안 궁금하기도 하고 그르네여. 

 

 

3. 친구들이랑 단체영상통화?를 하는데, 인삿말 외에는 한마디도 못했다. 회사, 상사, 노동, 육아, 집값에 대해서 평범하게 한국인들처럼 이야길 하는데 도통 할 말이 없는 것이었다. 왜냐면 나는 회사를 안 다니고, 상사가 없고, 일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육아래봐야 성격 꼬인 고양이 정도고, 집도 뭐... 다 무너져가는 빌라의 꼭대기 층에 있는 집을 아주 싼 값에 사서 옥상까지 점령하고 잘 살고 있거등. 

 

작년 일년 동안 엄청난 시간을 들여서 한 짓 중에 하나가 신사임당하고 삼프로를 거의 다 뒤져 본 것이다. 이건 내가 생각하지 않던 세상이기도 했지만 굉장히 사고방식이 선명한 게 마움에 들었다. 돈. 사고의 중심이 돈이 있다. 돈에 진심인 신사임당이나 금융에 대한 지식? 현실을 알려주는 삼프로나 무슨 이야기를 하든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난다. 특이한 건 신사임당은 마무리 인사가 '행복하세요'임. 물론 삼프로도 종종 (꽤 자주) 행복하라고 한다. 

 

며칠 전에 했던 삼프로 저녁라이브의 제목이 가관이었는데, '기후위기 상황에서 벼락거지를 면하는 방법' 뭐 이런 식이었다. 진짜 너무 마음에 들지 뭐야 ㅋㅋㅋㅋ 기후위기는 생존의 문제인데, 남이 이 생존의 위기에서 돈을 벌어 내가 상대적으로 가난해지는 걸 견딜 수가 없다는 고다. 내 자식이 먼지를 먹어 폐병에 걸려 죽어도 돈이 있어야겠다는 거 아님둥. 하긴 돈이 있어야 폐병 걸렸을 때 병원에 가긴 합니다. 게다가 먼지는 몽땅 다 중국 때문이니 우리는 순수한 피해자일 뿐. 내 탓이 아니니 할 일도 없고 고민할 것도 없다. 그러니 열심히 돈이나 버세요. 코인이든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일단 돈을 버는 게 옳은 거고 그게 정답이니까.

 

성형중독 걸린 사람에게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성형하라고, 말라 비틀어지고 싶어 거식증 걸린 사람에게 진짜 말라 비틀어질 때까지 굶으라고 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예쁘고 잘 생겨야 인기있고 말라야 옷빨이 살고 그래야 행복해지는 거 아니겠슴둥. 마찬가지로 돈이 있어야만 행복할 수 있다면 돈을 벌긴 벌어야죠. 

 

하지만 이런 방송은 우리 모두 상대적으로 누군가보다는 계속, 아마도 영원히 가난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하진 않는다. 왜냐면 그런 방송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적 박탈감, 상대적 결핍감은 남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라는 사실은 다른 방송을 보고 깨달아야 하는 사실인 것이다. 땅을 산 사촌이 문제가 아니라 그런 이유로 배가 아픈 네가 문제라고. 하지만 우리는 늘 땅을 산 사촌만 보고 있지. 저 새끼가 어떤 부정한 방법으로 땅을 사진 않았을까, 혹은 나쁜 방법으로 돈을 벌진 않았을까, 혹은 세금을 잘 안 내진 않을까. 나는 착하고 올바르고 바보같이 정직하게 살고 있는데 가난하니까 돈이 많은 놈들은 뭔가 분명히 나쁜 놈일 것이라고 단정짓고 땅 산 사촌을 바라만 보고 있는 거지. 

 

사사건건 배가 아픈 이 한민족 정서 좀 어떻게 해야하지 않겠냐. 종특인거야? 진짜로? 

 

 

4. 뭔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까먹음. 집중력과 주의력이 산산이 조각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