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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한국에서 인권문제는 중요한가?

1. 나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한국 인구절벽(출산률 저하)으로 인한 사회문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이민이라고 생각하거덩. 근데 현실은, 결혼 생각도 있고 애 낳을 생각도 있지만 아직 결혼도 안하고 애도 낳지 않은 30대 중반의 젊디 젊은 인간이 몇 있지도 않은 이민자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당장 결혼해서 애새끼를 대섯은 뿡뿡 낳아도 전혀 나아지지 않을 건데 왜 이런 생각을 하시는지=ㅠ=?

 

무슨 대단히 이상적이고 인간은 다 평등하니꽈~ 이딴 소리가 아님. 난 그런 거 믿지도 않는다. 한국의 인구절벽은 현실이고 일본처럼 죽어도 우리끼리 죽겠다는 스피릿으로 버티려는 게 아니라면 당연히 타인과 타인의 문화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아님 뭐, 계속 애새끼 안 낳는 이기적인 년들 운운하며 욕하는 것도 가능은 하지. 우리끼리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 (혹은 싸우다 죽겠다.) 이것도 나쁘진 않은 듯. 화이팅

 

 

 

2. 디즈니가 투자자 발표회를 하면서 마블도 앞으로의 스케쥴을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그리고 양덕들은 지금 살짝 미쳐있음. (너튜브 추천동영상이 난리도 아니다.) 그리고 올해 내내 적자 본 디즈니의 주가는 사상 최고가. 대다내요. 하지만, 나도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 들어오면 구독할 거니까... 온 세상의 돈을 쓸어모아라, 디즈니여-라기 보다는,

 

나는 시간이 수록 다채로워지는 제작진의 인종에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글쎄, 나는 이게 정치적 올바름이라기 보다는 재능있는 소수자를 발굴하려는 노오력을 (드디어/이제야) 실행에 옮기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마블의 방식이다. 마블은 처음부터(헐크, 아이언맨 등 초창기 작품) 상대적으로 유명하지 않은 배우와 감독을 싸게 기용해서 키우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물론 그 땐 돈이 없어서 그랬지만 ㅋㅋ 돈이 많아진 지금도 부디 앞으로 계속 그런 방식을 사용하길 바라고 있져.

 

디즈니가 제대로 된 여성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던가, 최근 몇년간 꽤 훈늉한 여성 서사를 만들어내는 건 돈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좀 느렸다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맞는 게, 디즈니는 거의 항상 너무 앞서가지도 너무 뒤쳐지지도 않는 중간 포지션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절묘한 균형감각이라고 볼 수도 있고 이도저도 아니라 누구에게도 마음에 안 드는 방식이리 수도 있다. 하지만 장사가 잘 된건 확실하죠.

 

그리고 무엇보다 디즈니가 이걸 꽤 잘했다. 원래 숨겨놓다가 꺼내놓는 것처럼 갑자기, 뜬금없이 잘한다는 인상을 주거든. 작품 자체가 별로인 적은 있어도 특별히 여성캐릭터나 서사만 처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자, 니가 환장하는 여성주의 처먹어라' 이러면서 싸대기를 때리는 느낌 혹은 '당췌 여성주의란 것이 뭐에 쌈싸먹는 건지 모르겠당께'하는 게 없다. 전자는 헐리우드 영화에서 종종 보이고 후자는 주로 한국 드라마에서 보인다. 이건 남성이 만들어서가 아니라 여성 감독에 여성 작가에 여성 배우가 만들어도 그렇다.

 

인권은 일상생활과 붙어있는 이슈라 정치화하는데 좀 이상적이고 붕뜬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왜냐면 남자한테 백날 여성의 삶을 설명해봐야 궁극적으로 그게 뭔지 경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인종문제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한국 사람으로 사는 사람은 궁극적으로 인종차별이 뭔지 모른다. 인종차별을 당해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 관광가서 어떤 눈길을 받거나 무슨 소리를 듣거나 무시 당하는 거? 그건 인종차별 축에도 못 낀다. 차별은 생애주기를 따라서 지속적이고 이뤄지기 때문에 본인이 차별을 받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게 너무 당연한 일상이니까.

 

나는 도합 약 4년 정도 백인 나라에서 살았는데 인종차별을 당한 적이 없다고 곧잘 말한다. 이 말은, '그런 눈길'이나 '수근거림'같은 사소한(?!) 차별을 당한 적이 없다는 뜻이다. 난 백인 문화권으로 가면 좌파자석이 되어 버린다고 우스개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구조적인 차별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적으로 느끼진 못해도 구조에 숨어있는, 하지만 눈치채기 힘든 차별. 애초에 배재되어 있기 때문에 존재자체를 하는지도 모르는 게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방인이었고 여행자였기 때문에 그걸 찾아낼 필요도 후벼팔 이유도 없었지.

 

그러니까, 1. 차별문제는 일상생활이랑 천착이 되어 있어서 당사자가 아니면 알(느낄) 수 없는 부분이 많다. 2. 그런데 일상에 파묻혀 사는 개인은 이미 구조적인 차별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차별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여성제작자나 여성감독이 제작한다는 이유로 좋은 여성캐릭터나 여성서사가 나오는 건 아니다.

 

다시 디즈니로 돌아가서, 왜 디즈니가 갑자기(?) 여성주의를 잘 다룰 수 있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근데 디즈니는 작품에 여성주의를 뿌리기 전에도(작품 기획 제작자가 몽땅 백인 남자였을 때에도) 여성캐릭터와 여성서사를 잘 다루긴 했다. 원래 스토리텔링 잘하던 것들이 여성주의도 잘 다루는 건가?

디즈니 뿐 아니라 여성서사를 잘 다루는 경우를 보고 내가 느끼는 느낌적인 느낌은, 인권문제를 현실문제로 인식할 수록 더 괜찮은게 나오는 것 같다. 그니까 1번과 2번을 적절히 잘 버무려서 배경을 만들고 거기에 좋은 캐릭터를 던져 놓으면 좋다고 느낀다. 이상적인 성평등, 인종적 평등은 글쎄... 거기에 밑도 끝도 없이 맥락없이 멋있는 여주, 남자처럼 행동하는 여자(백인처럼 행동하는 유색인종 ㄷㄷ)를 뿌리면 끔찍해진다. 물론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긴 할 것이다. 울 아부지도 숀 코네리 액션영화 좋아했었음. 비록 각 영화가 뭐가 다른지 알 수도 없고 관심도 없었지만.

 

이상적이기만 하면 공감도 안 되고 어지간히 잘 만들지 않으면 그냥 한번 보고 '와~ 좋으다. 판타지~'하고 나면 끝이다. 하지만 같은 판타지도 최대한 현실적으로 만들면, 좀 못 만들어도 좀 깊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거 노리고 만들면 망한다는 거... 성공의 길은 멀고도 험하네여.

 

 

3. 다시 제일 처음인 한국으로 돌아가서.

내가 보기에 한국은 인종에 대해선 아예 개념이 없고 (한국인은 국적과 민족을 구별 못한다. 왜냐면 한국인은 너무나 당연하게 한국국적을 가진 한국민족이기 때문에 다른 경우를 생각 못하는 것이다.) 성차별에 대해선, 구조적인 차별은 나아지는데 반해 문화적인 차별은 답보한 상태이다. 아마 인종문제도 비슷하게 가지 않을까 싶음. 실제로 그렇게 가고 있고. 이런 면에서 한국은, 자기보다 앞서 있는 제도를 뒤에 있는 인간들이 잡아 당기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도 제도가 뒤집을 수 있을까? 정책 입안자는 이걸 고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할까?

 

여튼, 중년 여자 연예인이 나와서 바람피고 사고친 남편님을 조신한 마누라답게 용서해줬다는 이야기를 하는 한 이런 끌어당김은 계속 있을 듯? 차라리 너무 사랑해서 용서했다고 하시지.

 

 

덧. 물론 내가 언어를 잘 못하고 어려서(=잘 몰라서) 받은 사소하면서도 드러나는 그래서 기분 더러운 차별은 있었다. 근데 그것도 항상 한국이 더 심했기 때문에;;; 본국에서 더 차별받는 이 독특한 이력 어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