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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증거를 대라

유튭에서 멀쩡해보였던 의사가 이번 의사파업에 대해 '고딩 때 공부 잘했던 의사가 더 나은 의사다'라며 공공의대를 반대하는 걸 보고 웃고 말았는데 그걸 대놓고 만화로 만들어 돌리는 걸 보고 폭소해버렸다. 의사까지 웃기다니... 코메디언은 어떻게 살라고?

 

확실히 한국 사람들은 간판에 목숨 건다. 대학병원은 말할 것도 없고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개인의원은 대부분 출신학교를 간판에 같이 걸어놓는다. 의원이름이 대학간판인거지. 하다못해 태권도 학원에도 대학 간판을 걸어놓잖아?

진짜 그걸 보고 병원이나 태권도 학원을 선택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게 한국인의 관점을 보여주긴 한다.

그렇게 한국인의 편견에 기댄 만화를 걸면 더 욕을 먹는게 아니라, 자기들의 논리(?!)가 더 잘 먹힐 거라고 생각한 한때 공부 잘했던 의사님의 사고방식과 결정엔 확실히 뭔가 많이 결여되어 있다. 증거요.

좋은 간판을 갖고 있는 의사가 '더 좋은 의사'라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잖아.

 

더 좋은 간판을 갖고 있는 의사는

후배를 까대거나 조인트를 깐적이 없고 (간호사라면 태움을 하지 않고)

병원에 나쁜 문화를 만들어 퍼트린 적도 없으며

과잉진료도 하지 않고 과잉처방도 하지 않는다.

돈에 목을 매지 않으니 제일 먼저 지방병원이나 기피과를 지원한다.

무엇보다 환자를 위하는 마음에 늘 환자에게(어떤 또라이같은 환자라고 해도) 친절하고 환자의 고통을 동정하여 잘 고쳐주려고 하며 혹시라도 진료와 처방이 잘 못 되면 최소한 미안한 척이라도 한다.

 

뭐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의사는 이 정도인데 다른 좋은 기준이 있다면 더 갖다 붙여도 된다.

그니까 강남에서 돈 벌려고 미용성형하는 의사는 죄다 지방의대 출신이고, 기능적으로 아무 문제 없는 이를 두고 라미네이트 하라고 권유하는 의사도 죄다 지방치의대 출신이라는 증거를 대라고. 후배의사 조인트 까며 개지랄 떨었던 또라이들, 병원에서 환자보는 것보다 라인타며 승진에만 목매는 건 다 지방대 출신 의사라는 증거를 원한다.

 

출신대학의 대학병원에서 병원장 하는 걸로 실력 자랑하지 말고 진짜 실력을 증거로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럼 '좋은 의사' '진료 받고 싶은 의사'를 수치로 측정할 수 있게 하고 설문을 하고 통계를 내는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이런 상황에선 필요하지 않겠음? 아님 간판 좋은 의사님이 하는 말씀이니 그냥 '아아 그렇구나~'하고 들어처먹어야 하나?

 

참고로 나는 내과, 정형외과, 치과 단골 의원이 있는데 다 거기 의료진을 보고 다닌다. 내가 모르는 걸 질문하면 잘 대답해주고 과잉진료하지 않고 처방을 할 때 왜 그렇게 처방하는지 이유를 설명해준다. 진료에서나 처방에서나 나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고, 치료를 하는 중에 내가 불편해하거나 아프다고 하면 다른 방법을 찾아준다. 어떤 정형외과는 물리치료사와 운동치료사 때문에 다닌 적도 있다. (담당 물리치료사가 그만 두면 나도 병원을 바꿨다.)

이 의원이나 의사, 물리치료사, 간호사가 간판 보고 가보니 좋았던 게 아니다. 집 근처 가까운 병원을 다 다녀보며 시간을 투자해 찾아낸 것이다. 눈여겨 보지 않아서 그 분들 출신대학이 어딘지는 모르겠다. 서울대를 나왔든 지방대를 나왔든 그 분들이 나에게 좋은 의사라는 건 변함이 없다. 하지만, 지금 파업하는 의사들의 논조에 의하면 이분들은 의사부터 간호사, 물리치료사까지 싹 다 서울대 나왔겠지 뭐.

 

그래서 말인데, 나는 뻑하면 이민을 추천한다.

어렸을 땐 몰랐는데 나이가 드니까 한국이 가진 잇점을 알게 된거지. 한국인은 본인이 약간의 번거로움을 감수할 생각이 있다면 이민을 가기가 참 쉽다.

특히 몇몇 직종은 '뭣하러 한국에서 일해? 이민 가'할 정도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특히 간호사. 한국에서 간호사는 동네 북임. 병원 안에서도, 같은 간호사들끼리도, 환자들도 간호사를 함부로 대한다. 굳이 한국에서 일할 이유가 없어. 한국 의료가 간호사가 없어서 지랄이 나든 말든 개인적으론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국뽕에 취해 태움을 당할 이유는 없는 거임. 차라리 외국으로 나가서 좋은 대접 받고 좋은 환경에서 존중받으며 일하며 한국 간호사는 일을 참 잘해라는 인식을 주는 게 전략적으로 더 좋을 수도 있다.

여튼, 의사님들도 한국이 좆같으면 이민 가세요. 의사가 모자르는 나라가 겁나 많거든.

그렇게 머리가 좋으니 인도나 중국처럼 양의학이나 의사가 존중 받지 못하는 곳에서도 이미지를 훅 바꿔버릴 테고, 미국처럼 자본이 병원을 잠식한 곳에서도 자본가에게 이쁨 받으며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돈도 왕창왕창 벌고. 북미나 유럽의 국가지정병원은 막 정시출근 칼퇴근에 돈도 왕창왕창 받으며 일하기 만만하고 좋을 것 같지 않은가? 옥스퍼드는 개뿔. 한국에서 버텨낸 SKY 출신 의사가 짱인데. 안 그렇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