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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틀린 질문

0. 사람이 중요하냐 돈(경제)가 중요하냐고 하면 인간들은 당연히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답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모르는 인간의 목숨보단 내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질문 자체가 본질을 살짝 비켜나간 거라고 할 수 있져.

 

1. 이번에 파업하는 의사들이 공공의대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인 '공공의대는 의료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매우 흥미로웠다. 정확히는 이 주장을 하는 이유, 그들의 사고방식이 흥미로웠지.

 

그들은 성적이 되는 학생은 당연히 SKY 의대로 갈 것이고 그 다음은 여타 다른 유명 의대로 갈 것이다. 그러므로 공공의대를 가는 학생은 대부분 성적이 안 좋은 학생일 것이다. 그런 (성적 나쁜) 애들이 공부를 한다 한들 과연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그렇게 (상대적으로) 공부를 못하는 애들이 '억지로' 비인기과에 가서 '억지로' 10년 업무를 채운들 과연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도 있다.

 

흠. 이런 질문을 봤을 때 공공의대 해도 되는 것 같아. 이런 쪽팔린 소리를 한다는 건 최소 SKY 출신일텐데, 질문의 멍청함 농도를 봤을 때 딱히 수능시험 점수가 문제는 아닌 것 같으다잉.

 

2. 덕분이라며 챌린지는 첨에 봤을 때 폭소를 하고 말았다.

야, 솔직히 그건 '어이구, 우리 의료진들 고생하네, 한동안 더 고생해야하니 칭찬해줄게. 둥가둥가' 하는 거잖아. 그런 눈치도 없어? 아님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했어서 눈치를 볼 일이 없었나?

정말 한국의 의료진이 너어어어어무 실력이 있어서 K방역이 먹히는 거라면, 유럽과 북미 의사는 실력이 좆같아서 저 꼴이 난 거네?

 

어? 근데 북미 애들이 한국 애들보다 학습수준이 높을 텐데? SKY보단 아이비리그이잖아? 니들이 어떻게 아이비리그를 이김? 내신도 수능도 걔들이 훨 나을텐데? 당연히 공부를 잘하는 애들이 더 좋은 의사가 되는 거 아닌가? 어떻게 생각해?

 

3. 싸움에서 이기는 제일 좋은 방법은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는 것이다.

'이것이 옳다' 혹은 '내가 맞다'고 주장하며 우기는 순간 제발로 지는 싸움에 들어가게 된다. 자살골 멋지게 넣고 죽는 거지=ㅠ= 물론 속으로는 백번 내가 옳고 내가 맞다고 생각해도 되지만 남과 싸운다는 건, 내가 옳고 그른 것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 나와 상대방이 사회 안에서 어떻게 역할을 하느냐의 문제임. 나에게 옳고 그른 것이 남에게 옳고 그르지 않고, 사회의 옳고 그름과도 다르다.

 

4. 아니 그것도 그건데, 학생 때 공부를 못했고 수능성적도 졸라 낮았던 저는 의사들이 교육이나 행정에 대해서는 1도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공공의대가 만들어진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성적이 나쁜 애들이 갈 수도 있어요.

하지만 공공의대니까 학비가 졸라 싸겠졉. 공공의대니까 장학금도 팡팡 나올 수도 있어요. 대학에 네임발류만큼 중요한게 학비라는 걸 공부도 잘하고 부모님이 부자였던 너님들은 모르나봐요.

새 대학이니 상대적으로 실력은 조금 떨어져도 젊고 열정있고 연구를 열심히 하는 교수진을 세팅할 수도 있어요. 애초에 공공의대니까 사명감을 갖고 비인기과에 가겠다는 애들이 모일 수도 있고요. 사명감을 갖고 있거나 목표가 있는 애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겠져.

무엇보다 정부가 작정하고 대학에 돈을 쏟아부으면(진짜 그럴진 모르겠지만) 공공의대가 제일 좋은 의대가 되는 건 시간 문제에요. 왜냐면 교육은 돈이거든요.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나요. 그래서 너님들이 한학기에 천만원을 냈어도 대학은 돈이 부족해서 국가보조금을 받는 거에요. 알겠어요?

 

5. 그보다 의사들 시위 겁나 못하네요.

시위는 나(집단)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인데, 그럴려면 사회적 지지가 필수거등. 그래서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데 의사님은 그런 게 없음. 늘 선생질을 하는데 익숙해서 그런가?

 

사회적 분위기나 상황 따윈 관심없다. 왜냐하면 내가 옳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내가 니들보다 많이 알고 내가 니들보다 똑똑하기 때문이다. 나의 고등학교 성적과 수능점수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러니 지금 팬데믹이고 뭐고 니들은 내 말을 들어야 함. 정부가 잘해서 K방역이 성공한게 아님. 우리가 성공시킴 거임. 미국에 우리같은 (수능점수 높은) 의사만 있었으면 도람푸가 아니라 대통령이 없었어도 우리같은 똑똑한 의사 덕분에 성공했을 거임.

똑똑하신 의사샘들이 스스로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고 있다는 거 알랑가 몰라.

 

https://youtu.be/h7iDUOG3XNE

트레버 노아가 말합니다. '백인은 시위를 할 줄 모름' ㅋㅋㅋ

의사의 집단 행동을 보며 이게 딱 생각이 났다. 여기서도 나온다. 시위의 10프로만 의제고 90프로는 리듬(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분위기)이라고.

 

6. 참고로 나는 이번 의료정책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고 의사 쪽 입장에도 아무생각이 없다.

다만, 의사 쪽 입장의 특정한 부분이 되게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의사들이 지는 게임을 시작했고 평가한다. 고딩 때 공부도 못한 내가 엘리트에게 무슨 말을 하겠냐만은.

 

7. 참고로 나는 고등학교를 20년 전에 졸업했다.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