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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자들

고양이의 방광염 4, 그리고 고양이 훈련

약을 바꾸고 이주 후, 결석은 다 없어졌다. 방광 부은 것도 다 가라앉았지만 방광벽에 상처가 있어서 약을 일주일 더 먹었다. 제발 좀 약 좀 그만 먹자하고 병원 갔는데 아직도 상처가 좀 남아서 약을 더 타왔다. 진짜 방광염이 낫는데 두 달은 걸리는 모양이다. 의사가 처음에 그렇게 말을 하긴 했지만, 의사도 첫 처방이 전혀 먹히지 않아 당황하긴 했었다. 두번째 처방으로 결석이 다 없어졌을 때 나보다 더 안도하심 ㅋㅋ 어쨌든 생각보다는 느리지만 그래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으니 약은 앞으로 9일만 더 먹으면 될 것 같다. (제발...)

 

여튼 방광염 처방사료에 방광염을 위한 영양제, 처방약을 같이 먹인지 약 5주가 넘었다. 이전엔 자율급식을 했는데 처방사료로 바꾸면서 양을 딱 정해서 정해진 시간에만 주는 제한급식을 시작했다. 그리고 약을 좀 편하게 먹여보자 싶어서 훈련도 같이 시작했다. 그 전에도 간식을 주는 편은 아니었지만, 5주 전부터는 밥은 정량만 정해진 시간에 간식은 약 먹을 때만 주니 고양이가 말을 훨씬 잘 듣는다. 그것도 공짜로 안 주고 꼭 하나쯤 무언가를 시키고 그걸 하면 준다. 게다가 원래 토를 곧잘 했는데 제한급식 한 후로는 토도 한번도 안 했다. (물론 몇달씩 안 한적도 많지만 초반엔 방광염도 있었고 약도 계속 먹이고 병원도 자주 가서 스트레스 요인이 많았는데 토를 안 한 건 제한급식 덕분인 것 같다.)

 

고양이 약은 처음엔 캡슐엔 츄르를 묻혀서 목구멍에 빠르고 정확하게 쑤셔 넣는 거였지만 이제는 그냥 츄르만 묻혀서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다 먹는다. 여기서 무슨 짓이란 요즘 '손'을 가르치고 있는데 스스로 손을 주는 일이 없기에 내 손바닥으로 고양이 손(앞발)을 들어올리는 식이다. 처음엔 되게 떨떠름해하더니 지금은 스스로 주진 않아도 손을 잡든지 말든지 하며 그냥 츄르로 가장한 약을 먹는다.

 

고양이는 허구헌날 앉아있거나 누워있어서 앉아를 가르칠 땐 이 짓을 해서 뭐하나 싶었다. 실제로 앉아는 굉장히 쉽게 가르쳤다. 내가 쓴 방법은, 밥을 제한하니 고양이가 하루 죙일 따라다닌다. 정해진 시간에 사료를 들고 가면 야옹대면서 흥분을 하는데 앉을 때까지 밥을 안 준다. 그 대신 앉으면 그 순간 막 칭찬하면서 바로 밥을 준다. 그 다음에 한 게 코뽀뽀였다. 앉아에 비해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어쨌든 진짜 교육이 되는 것 같아 신기해서 손까지 가게 됐다. 이제는 밥을 먹고 싶으면 밥그릇 앞에 앉아서 나를 보고 있는다. 이 보다 더 명확한 요구라니, 즐거움이란 것을 느껴버렸다.

 

무엇보다 소통하는 느낌이 있다. 사실 앉아든 코뽀뽀든 손이든 다 쓸데없는 짓이다. 근데 훈련이란 게 별게 아니라 같이 마주보고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거다. 주인이 고양이한테 '야 이거 좀 해봐라' 시키는 거라고 볼 수 있지만 어쨌든 고양이가 알아 들을 수 있는 말을 거는 거고, 고양이는 주인을 보며 이년이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건가 하며 짱구를 굴리며 상대방이 원하는 걸 추측하는 거니까 소통이 맞다. 나는 세상 쓸데없는 짓을 가르치고 고양이는 세상 쓸데없는 짓을 해주지만 일단 하기만 하면 칭찬을 막 퍼부으면서 밥도 주고 간식(약)도 주니 고양이도 기분이 좋댐. 요즘 아주 늘어지셨다.